▶ 김종현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
▶ 뇌전증 환자 30%는 약 안 듣는 난치성
▶ 발작 때마다 뇌 손상… 수술 이점 더 커
▶ 두개골 안 열고 로봇이 발작 부위 진단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김종현 신경외과 교수가 난치성 뇌전증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약으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에는 수술이 효과적인데, 환자들은 뇌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입니다. 수술을 받으면 발작이 현저히 줄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도요.”
지난달 31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김종현 신경외과 교수는 “발작 부위를 정확히 진단하고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발작이 계속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로봇을 이용해 뇌의 발작 부위를 더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대표적인 뇌전증 수술인 측두엽 절제술은 발작소실율이 60~8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뇌전증은 어떻게 앓게 됩니까.
뇌의 신경은 전기신호를 주고받습니다. 뇌전증은 뇌의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흥분된 상태에서 자극을 전달하는 전기신호가 확 퍼지며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이에요. 원인은 여러 가지예요. 유전이나 뇌혈관 기형 같은 선천적인 문제로도 앓지만, 뇌출혈·뇌종양 등 후천적으로 뇌전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약으로 치료가 됩니까.두 가지 이상의 약으로 치료해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전체 환자의 30%는 이런 난치성 뇌전증에 해당합니다. 약 복용량을 계속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환자는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게 맞습니다.
-수술은 어떻게 합니까.발작이 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경우, 예를 들어 측두엽 뇌전증 환자는 대개 해마를 포함한 병변을 절제하면 발작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발작 부위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거나, 언어 또는 팔·다리 운동과 관련된 중요한 뇌 영역에 있다면 잘라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非)절제 치료(미주신경자극술, 뇌심부자극술)를 합니다. 이런 치료는 발작 빈도를 절반 정도 줄이는 게 목표입니다.
-뇌 일부를 잘라낸다니 환자 입장에선 걱정이 클 것 같습니다.해마는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예요. 뇌의 양쪽에 있는데, 두 개를 모두 절제하면 기억을 못 하게 되지만, 발작이 일어나는 해마 한 곳을 잘라낸다고 해서 기억력이 떨어지진 않아요. 발작이 잦았다면 이미 해마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입니다.
-해마를 잘라내면 확실히 발작이 멈춥니까.발작 조절이 안 되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발작을 할 때마다 뇌가 손상됩니다. 수술로 얻는 이점이 더 크다는 의미예요. 수술 후 2년이 지나면 수술한 환자의 60~80%, 5년 이상 지나면 50~60%가 발작이 사라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효과가 좋은 편이죠.
-발작을 일으키는 뇌 부위는 어떻게 찾나요.뇌전증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뇌의 어느 부분에서 발작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겁니다. 과거엔 두개골을 열고 판전극을 삽입한 다음 뇌파를 측정했으나, 요즘엔 두개골을 열지 않고 가느다란 전극을 10개 이상 뇌의 구석구석에 넣어 뇌파를 기록(입체뇌파전극삽입술)합니다. 우리 병원에선 로봇을 이용해 입체뇌파전극삽입술을 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정확하게 발작 부위를 찾을 수 있어요. 보통 수작업으론 전극 1개 심는 데 30분 정도 걸리지만, 로봇을 쓰면 10분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 중 어린이도 많다고 들었습니다.소아 뇌전증 환자 중 난치성 비율은 성인보다 높아요. 소아라서 부모들이 뇌수술을 더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3세 이상부턴 머리 수술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면 뇌가 더욱 망가집니다. 수술이 우려되는 소아에겐 목에 전극을 삽입해 발작 빈도를 줄이는 방법(미주신경자극술)도 있어요. 뇌의 오른쪽과 왼쪽을 연결해 다리 역할을 하는 뇌량을 잘라내 발작 신호가 반대쪽 뇌로 퍼지지 못하게 차단하는 식으로 발작 빈도를 줄이는 수술(뇌량 절제술)도 많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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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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