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결혼 잔치’ (The Wedding Banquet) ★ ★★ ★½ (5개 만점)
리메이크 작품으로 옛 것 답습하지 않고 시대에 맞추어서 현대화로 새롭고 신선
웃음과 눈시울을 젖게 하는 감동 넘쳐
달콤하고 볼 것도 많은 잔치 같은 작품1993년 대만 감독 앙리가 만든 동명 영화의 신판으로 앙리작품은 한 쌍의 동성애 연인들의 결혼을 둘러싼 혼란과 야단법석을 그렸는데 신판은 두 쌍의 동성애 연인들의 관계와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인디 영화 ‘스파 나잇’과 ‘화이어 아일랜드’를 감독한 한국계 앤드루 안(공동 각본)의 영화로 나오는 인물들도 모두 동양인과 비백인 배우들인데 오스카 수상자인 윤여정이 주연 중 하나인 한국배우 한기찬의 조모로 조연하고 있다.
리메이크 작품이지만 옛 것을 답습하지 않고 시대에 맞게 현대화 했는데 새롭고 신선하다. 로맨틱 코미디여서 우스운 장면이 많지만 웃음 외에도 눈시울을 젖게 하는 감동적인 장면들도 많다. 사랑과 관계 그리고 가족과 우정 및 자기 정체의 확인에 관한 웃음이 만발하는 영화이지만 진지한 품을 지니고 있다. 달콤하고 상냥하며 자애로운 영화로 인물들의 성격 개발도 아주 잘 됐으며 알록달록하니 볼 것도 풍부한 눈을 위한 잔치와도 같은 작품이다.
두 쌍의 게이 연인들은 동성애자 관계 협회에서 일하는 리(릴리 글래드스톤)와 과학자인 그의 연인 안젤라(켈리 마리 트랜) 그리고 리의 집 차고에서 사는 미술가이자 디자이너인 한국인 민(한기찬)과 그의 연인으로 박사학위 과정을 잠시 중단하고 조류관찰 안내자로 일하는 크리스(보웬 양). 그런데 크리스는 민을 극진히 사랑하면서도 민과의 결혼을 미루고 주저하고 있다. 한편 안젤라는 매사에 적극적이요 낙천적인 어머니 메이 챈(조운 챈이 과장된 연기로 뽐을 내고 있다)과의 관계가 소원한 사이.
리와 안젤라는 아이를 가지려고 몇 차례 안젤라에 대한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민은 곧 비자가 만료돼 크리스를 남기고 미국을 떠나야할 형편. 민은 부모가 일찍 사망해 할머니(윤여정)가 키웠는데 민을 몹시 사랑하는 할머니가 민과의 화상 대면을 통해 민이 좋아하는 미술을 집어치우고 귀국해 재벌인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의 일을 하라고 명령한다. 그런데 할머니는 민이 게이인줄을 모른다.
민은 할머니의 귀국 지시를 피하기 위해 기발 난 아이디어를 마련한다. 시민권자인 안젤라와 가짜 결혼을 해 영주권을 얻자는 것. 이에 대한 대가로 민이 안젤라의 인공수정 비용을 지불하기로 한다, 가짜 결혼을 하기로 된 민은 할머니에게 자기가 곧 결혼한다고 통보한다. 이에 할머니가 손자의 결혼 확인 차 급거 미국에 도착한다. 할머니가 집에 들이닥칠 것에 대비해 민과 크리스가 방 안의 동성애에 관한 책과 비디오와 그림 등을 치우느라 소동을 벌이는 장면이 배꼽 빠지게 시리 우습다.
손자가 게이인줄을 서서히 파악하게 된 할머니는 이를 자애롭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민의 할아버지에게 민의 결혼식을 보여주기 위해 민과 안젤라의 가짜 결혼식 장면을 비디오로 찍는다. 안젤라가 민의 할머니에게 드리는 폐백장면이 화사하니 아름답다. 영화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는 영화를 안 봐도 다 알 수 있는 것.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가 매우 좋다. 우습고도 민감한 연기가 돋보이는 한기찬과 겉으로는 엄격하나 속은 자비로운 윤여정의 담담한 모습과 둘의 감정 가득한 대면 장면도 감동적이다. 베테런 보웬 양과 글래드스톤의 연기도 훌륭한데 글래드스톤의 역이 좀 더 폭이 넓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앤드루 안 감독은 복잡한 내용을 아주 자연스럽고 쉽게 풀어 가는데 게이 찬가임에 분명하나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영화다.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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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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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