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파리 올림픽서 은메달… ‘국제무대 자신감’
▶ “내부 사정 나아진 듯” 조심스러운 분석도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에서 신유빈(오른쪽 두번째)과 짝을 이뤄 동메달을 따낸 임종훈(맨 오른쪽)이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경기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중국, 북한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
북한이 무려 49년 만에 메이저 탁구대회를 유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4일(한국시간) 대한탁구협회에 따르면 2024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12일 개최된 아시아탁구연합(ATTU) 총회에서 북한 평양이 2026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와 2028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최지로 결정됐다.
북한에서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등 메이저 탁구 대회가 열리는 건 거의 반백 년 만의 일이다.
북한에서 메이저 탁구대회가 열린 건 두 차례다.
1976년 평양에서 아시아선수권이 열렸고, 3년 뒤 같은 곳에서 세계선수권이 치러졌다.
2028년 평양 아시아선수권이 계획대로 치러진다면 평양 세계선수권 이후 무려 49년 만에 북한에서 열리는 메이저 탁구 대회가 된다.
전 종목을 통틀어서도 북한이 국제대회를 유치한 건 이례적이다. 최근 10년 새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은 2010년대 중후반 몇몇 청소년 국제대회를 유치하고자 노력했지만, 실제 개최에 성공한 적은 많지 않다.
북한축구협회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 예선 유치를 신청한 바 있으나 불발됐다.
2016년엔 2017 세계 주니어 유도선수권 개최지로 평양이 확정됐으나 북한의 핵실험 탓에 대회가 결국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렸다.
북한은 또 2018년과 2019년 세계 주니어 역도선수권 유치에 잇따라 도전했으나 이때도 실제 개최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탁구계가 다소 갑작스럽게 아시아선수권 유치를 추진한 건 최근 북한 탁구의 '상승세'가 확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를 따내는 좋은 성적을 냈다.
혼합복식에 나선 리정식-김금영 조가 첫판인 16강전에서 세계 2위인 일본의 하리모토 도모카즈-하야타 히나 조를 4-1로 완파하는 파란을 일으키더니 세계적인 강자들을 줄줄이 무너뜨리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북한 선수들이 동메달을 따낸 한국의 신유빈(대한항공), 임종훈(한국거래소)과 시상식 행사의 하나로 삼성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장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북한에서 탁구는 축구에 이은 제2의 인기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인기에 걸맞은 성과를, 북한 탁구는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한동안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한 영향으로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나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금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북한 탁구다.
북한은 스포츠를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해왔다. 안방에서 성적을 낼 자신이 없었다면 애초 유치에 도전하지도 않았을 터다.
한국 탁구인들 사이에선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내부 사정이 좋아진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수백 명이 참가하는 탁구 아시아선수권은 규모가 작지 않은 대회다. 지난해 평창 대회에는 35개국 500여명의 임원·선수가 참가했다.
총회 현장을 지켜본 탁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북한 특성상 이 정도 규모의 대회는 북한탁구협회가 마음대로 유치를 결정할 수 없다. 국가적인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여러 분위기를 볼 때, 북한 내부 사정이 좀 괜찮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총회에서 북한의 2026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 2028년 아시아선수권 유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28년 아시아선수권이 북한에서 정상 개최된다면 이 대회는 한반도에서 열리는 탁구 메이저 대회에 남북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첫 사례가 될 거로 보인다.
1976년 평양 아시아선수권은 당시 한국이 ATTU 회원이 아니어서 참가가 불가능했고, 1979년 평양 세계선수권에는 한국이 불참했다.
또 한국에서 열린 3차례 아시아선수권과 올 초 부산에서 치러진 세계선수권에는 북한이 불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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