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월의 멋진 가을날에 서른두 명의 일행이 모국 문화탐사 여행을 다녀왔다. 매월 둘째 토요일 조지 메이슨 대학교에서 노영찬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동양정신문화연구회의 그룹 여행이었다. 이 여행의 특징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적 유산과 종교적인 전통과 민족의 맥박을 짚어보고자 한 순례자의 자세로 시도했다는 점이 독특했다.
대체로 연세가 많은 분들인데 우리 조상들의 정신적인 발자취를 찾아가는 행로가 참으로 경건했다. 염려했던 바와는 달리 한 분도 낙오하지 않고 진지하고 흥미 있는 여행이었다.
4박5일간의 방문지는 주로 종교적이고 역사적 의미를 가진 곳들이다.
불교 전통으로는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선종을 일으킨 송광사, 그리고 팔만대장경으로 유명하며 또한 성철스님이 계셨던 해인사를 탐사했다. 유교 쪽으로는 안동의 퇴계 선생의 도산서원과 류성룡의 가문을 자랑하는 병산서원 등을 돌아보면서 조선 시대 유교 전통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강릉의 오죽헌 전시관을 통해서는 한국 여성의 이상형으로 꼽히는 신사임당과 아들인 이율곡의 학문과 인격을 느낄 수 있었고, 한국 여성사에서 뛰어난 재주와 동시에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허초희(난설헌)의 옛집도 방문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여행이었다.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이 세계무대에 등장하면서 우리가 다시금 우리 것의 가치를 되찾아야 할 뿐 아니라 우리의 유산을 전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놔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또한 오랜 미국 생활과 대부분 전문직에서 은퇴하신 분들이 모국의 발전상을 돌아볼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우리 일행이 직접 현지답사를 한 지역은 전주, 목포, 순천, 여수, 진주, 부산, 경주, 합천, 구미, 안동, 평창, 강릉 등지이다. 아직도 눈에 선한 전주한옥마을에서 본 신혼부부들의 아름다운 한복 차림, 해질녘 산 그림자 깊어가는 송광사 노송들 사이로 불어오던 바람, 그 옛날의 논개를 회상케 했던 진주 남강 촉석루, 유서 깊은 경주 불국사, 평창올림픽 성화대, 나도 모르게 맨발로 걸었던 경포대의 모래사장과 파도 소리… 일일이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꼈던 모국의 풍경들이었다.
건강 유지의 비결로 누죽걸산(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이 대세인 요즘, 매일 일만 보 걷기는 기본이었다. 합천 해인사 주차장에서 팔만대장경이 있는 곳까지 그 가파르고 먼 길을 한 분도 낙오되지 않고 다녀온 기록적인 결과를 잊을 수 없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 못지않게 누구와 함께 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데 강의를 함께 듣는 분들이어서 친목 도모도 되고 유대관계가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날씨도 10월15일부터 4박5일 동안 어디를 가나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최적기였다. 한국에서 살 때는 못 느꼈던 아기자기한 산등성이며 차창 밖으로 벼 이삭이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과 집집마다 감이 익어가는 시골 풍경은 오랫동안 그리웠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정겨운 모습이었다. 가는 곳마다 한국 여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 지방 고유의 음식들이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잠자리야 말로 그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인데 바다가 한 눈이 보이거나 숲속의 호텔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쾌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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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양희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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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차암 좋지요..미국또한 재미는없다지만 살기에는 좋지요 여유가 건강이 받처주는이들이 누릴수있는 지상의천국이라해도 될듯합니다.. 누죽 걸산을 실천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