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식대가’선정 이영미 씨
▶ 미 전국 돌며 다도--- 알리기
▶ 한식·전통혼례 시범 초청 쇄도
▶ 미주 한인 최초‘대가’칭호
미주 한인으로는 최초로‘한식대가’에 선정된 이영미 명원문화재단 디렉터가 한국 전통문화를 미국에 널리 알리기 위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음식 솜씨가 훌륭한 친정 어머니 밑에서 6남매 중 막내로 곱게 자랐다. 미국에서 자녀들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다가 50세 때 한국에 나가 한국의 전통 차문화를 제대로 공부했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 와 20년 가까이 주류사회에 다도를 비롯한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일에 앞장 서 왔다. 그런 그가 미주 한인으로는 최초로 ‘한식대가’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영미(67) 명원문화재단 디렉터가 그 주인공이다.
“친가와 외가 양쪽 모두 한국 전통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집안이었죠. 게다가 종가집이었던 외가에서 자란 어머니는 제사와 같은 예례에도 해박하셨어요.”
어머니를 닮아 음식 솜씨를 뽐내는 언니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언니들은 막걸리를 손수 담글 정도로 솜씨가 뛰어났다.
1982년 미국에 이민 와 1남1녀를 키우는데만 전념했다. 두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자 ‘빈둥지 증후군’ 탓인지 삶이 무료하고 우울하기만 했다. 학창 시절 공부한 건축 인테리어 일을 시작하기엔 그동안 손 놓고 지내온 세월이 너무 길었다.
2006년 바람도 쐴 겸 한국에 나갔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에게 한 스님이 ‘명원문화재단’을 소개했다. 명원문화재단은 1960년대 한국 차문화를 선도했던 고 명원 김미희 선생의 차녀 김의정 이사장이 한국 전통 다례법을 보존하고 전파하려는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다. 다례 명인으로 인정받으려면 다도예절문화원 2년, 다도대학원 2년 등 5년 과정을 마쳐야 한다. 이를 악물고 모든 과정을 1년만에 마쳤다. 최고 명인 인증패와 함께 명원다례를 교육시킬 수 있는 사범 자격증이 주어졌다.
다시 미국에 온 이영미씨는 애리조나에서 전통 찻집을 운영하면서 명원문화재단 디렉터 자격으로 타인종 커뮤니티에 한국의 차문화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영미씨의 활동이 차츰 알려지면서 2010년 LA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의 다도와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일을 함께 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이후 LA로 터전을 옮겨 매년 미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1주일씩 진행되는 연수교육에서 강사를 맡아 한국 문화를 알렸어요. 저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 문화를 접한 선생님들의 반응이 너무 뜨거웠죠.”
틈틈이 캘스테이트 샌버나디노를 비롯한 대학교를 순회하면서 학생들에게 성인례와 전통혼례 등을 선보였다. LA 카운티 박물관과 샌프란시스코 아트 뮤지엄에 초대돼 다도 시범을 보였다. 그의 활동 반경은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는 물론 미네소타와 켄터키, 텍사스, 유타 등 미 전역으로 넓혀졌다.
2019년 미서부 한식세계화협회 회장을 맡아 수차례에 걸쳐 김치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팬데믹 기간에는 수고가 많은 경찰과 소방대원, 의료계 종사자들을 위해 한식 도시락을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이달 초 모처럼 한국을 나갔는데 ‘대한민국 한식포럼’에서 한번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식문화 세계화를 목적으로 세워진 한식포럼(회장 문웅선)은 매년 한식대가와 명장을 발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를 만나 제가 그동안 미국에서 해 왔던 일들에 관해 오랜시간 대화를 나눴어요. 얼마전 한식포럼이 제가 2023년 한식대가에 선정됐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 왔습니다.”
현재 한식대가와 명장으로 선정된 사람들은 650여명인데, 미주 한인 중에선 이영미씨가 최초다. 전 세계를 통틀어 해외 지역에선 일본과 필리핀에 이어 그가 세 번째다. 앞으로 이영미씨는 한식포럼 미주 지회장 자격으로 미국에서 한식의 날 추진, 국내외 한식대가 인적 교류, 한식 세계화를 위한 세미나, 외국인 조리사 한식체험 투어 등의 일을 추진하게 된다.
‘한식대가’ 이영미씨는 “나이 50에 새로 시작한 일이 평생의 업이 되었다”며 “다도와 음식, 의복, 예례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미국 사회에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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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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