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계획서‘부부별성’삭제 5년 전보다 정책 후퇴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성별격차지수(GGI)에 따르면 일본은 153개국 중 121위다. 108위인 한국에 비해서도 정치·경제 활동 참여 등을 기준으로 성별과 관계 없이 평등한 사회와 거리가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자민당에서 부부가 각자 다른 성(姓)을 사용할 수 있는 ‘선택적 부부별성(夫婦別姓)제’ 도입 논의가 5년 전보다 후퇴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민당은 15일 정부의 ‘제5차 남녀 공동참여 기본계획’ 원안에서 선택적 부부 별성과 관련한 내용을 대폭 삭제해 승인했다. 내년부터 5년간 정부의 양성 평등 관련 정책의 방향을 담은 것으로 국회 승인을 거쳐 연내 각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현재 법률로 부부 동성을 의무화하는 나라는 일본 정도다. 1898년 메이지 정부가 서구의 부부 동성제를 따라 법제화했다. 서구는 이후 여권 신장 등에 맞춰 선택적 부부별성제를 도입했지만 일본은 지금까지 부부의 성을 통일하지 않으면 혼인신고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경우가 96%에 이른다.
일본에서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면서 부부별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여성이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르다 보니 통장과 면허증 등을 새 이름으로 갱신해야 하고, 이혼이나 재혼할 경우 자신은 물론 자녀의 성도 바꿔야 하는 경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마련된 정부의 제4차 남녀 공동참여 기본계획에는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 등에 관해 사법 판단을 거쳐 검토를 진행한다’고 명기했다. 그러나 15일 자민당 회의에서는 보수성향 반대파 의원들의 벽에 부딪혀 ‘부부의 성(姓)에 관한 구체적 제도의 본 모습에 대해 한층 검토를 진행한다’는 표현으로 최종 결정됐다. 5년 전의 ‘선택적 부부별성제’라는 문구조차 삭제돼 후퇴한 셈이다.
지난달 와세다대가 실시한 남녀 7,000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 선택적 부부별성에 찬성 입장은 70.6%이었고 반대는 14.4%이었다. 자민당의 이번 결정이 국민 목소리를 외면하고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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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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