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간 평화합의’ 체결, 이후 전망은
▶ 아프간과 협상서 갈등 불보듯 “트럼프 재선용 휴전” 비판도

잘마이 칼릴자드(왼쪽) 미 아프간 특사와 탈레반 공동창설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지난달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합의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AP]
“미군이 모두 철수하고 나면 과거 북베트남이 사이공(현 호찌민)을 전복했듯 탈레반도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하려 할 수 있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18년 만에 역사적인 ‘평화합의’를 공식 체결했다.
하지만 항구적 평화를 단언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아프간 정부의 비협조만 봐도 합의 이행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아프간 정부는 “미군 공백을 틈타 아프간 정권을 탈취하려는 탈레반의 꼼수”라며 합의 의미를 일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평화합의 서명 소식을 전하며 “2조 달러의 전비가 투입되고 미군과 동맹군 3,5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미 최장기 전쟁 종식의 신호탄을 쐈다”고 성과를 나름 평가했다. 그러나 총평의 방점은 “(이번 합의는) 아프간에 엄청난 위험을 야기하고, 여러 측면에서 1973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북베트남의 평화협정을 떠올리게 한다”는 데 찍혔다. 닉슨이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실질적 평화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우선 ‘대선용 출구전략’이란 비판이 많다. 트럼프가 ‘아프간 철수 공약’ 이행을 강조하기 위해 실익 없는 합의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합의문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탈레반이 얻은 게 더 많아 보인다. 탈레반은 염원하던 미군 철군과 지도부에 대한 제재 해제 약속을 관철시켰다.
반면 과거 무력공격에 대한 반성이나 유감은 일절 표하지 않고, 무장단체 알카에다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것조차 반대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선거를 앞둔 대통령이 ‘휴전’의 의미를 과장하고 나선 건 처음이 아니다”라며 과거 재선 도전에 나선 닉슨이 베트남전 피로감이 확산하자 평화협정으로 방향을 튼 것과 겹쳐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합의 성패는 상대 의지에 달려있는데, 이미 탈레반은 아프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터라 쉽게 물러설 가능성이 극히 낮다. 양측은 앞서 2018년에도 평화협상 초안을 마련했지만 탈레반의 차량 폭탄 공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최종 타결에 실패했다. 실제 탈레반은 이번 합의를 ‘승리’로 규정하고 있다. 이날 도하 서명식장에서 탈레반 대표단은 “신은 위대하다”고 소리쳤고, 전날 탈레반 언론 책임자는 “흰색 터번이 백악관의 오만함을 무찌른 역사적 사건”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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