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들 ‘마오쩌둥 향수’ 소환, ‘홍색’이미지 홍보··· 판매 급증
미중 무역분쟁과 맞물려 인기, 반정부·반부패 캠페인도 피해
▶ 숙성기간 축소·제품 값 내리고 신세대 겨냥한 전략도 성공 요인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서만 생산, 엄격한 품질관리로 최고급주 명성
#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A씨는 과거 친하게 지냈던 중국 중앙정부의 한 관료를 최근 다시 만났다. 베이징 시내의 한 식당에서 마주한 그 관료는 가방에서 상표도 없는 큰 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무엇인지 묻자‘A에게 최고급 마오타이주를 대접해야 하는 데 아직 주위에 보는 눈이 많아서 병만 바꿨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지금도 한창인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에서 고급술 접대는 관리 대상이지만, 중국인들은 이를 피할 방법을 생각해낸 모양이다. 마오타이주 같은 고급술의 소비가 오히려 늘어난 것이 그 반증이다. 마오타이주를 생산하는 구이저우마오타이가 해마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갱신하는 이유다.
지난 1일(현지시간) 마오타이주를 생산하는 구이저우마오타이의 주가는 1,031.86위안을 기록하며 중국 상장 주식 가운데 첫 1,000위안 돌파 종목으로 등극했다. 이날 시가총액은 1조2,960억위안(약 222조원)에 달했다. 주가는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9일 주당 976.06위안으로 다소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전 세계 주류기업 중에서는 확고부동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조니워커 등을 보유한 영국 디아지오가 8일 기록한 818억4,300만파운드(약 121조원)의 약 두 배다.
지난해 구이저우마오타이의 총매출은 약 12조6,000억원으로 디아지오의 17조9,000억원(2017년 7월~2018년 6월 기준)보다 적지만, 시장은 마오타이주의 성장성을 후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최고급 바이주(白酒)인 ‘마오타이주’를 생산하는 구이저우마오타이가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시나차이징에 따르면 구이저우마오타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26.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52억362만위안으로 이익률이 47.8%였다. 올해 실적은 더 좋다. 지난 1·4분기 매출액은 216억4,4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9% 증가했다. 중국 주류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다. 지난해 구이저우마오타이의 매출은 같은 바이주를 생산하는 2위 주류업체 우량예(400억3,018만위안)의 거의 두 배다. 류창 둥싱증권 애널리스트는 “구이저우마오타이의 매출은 매년 20~30%씩 성장해 오는 2020년 1,100억위안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고급 바이주의 소비가 늘어난 것이 대표적 바이주 회사인 구이저우마오타이의 성장세를 견인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원래부터 중국인들이 술을 좋아하는데다 경제성장으로 술자리와 연계되는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나면서 중국문화를 대표하는 바이주 소비가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마오타이주가 최근 애국주의 풍조에 맞게 ‘홍색’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중국인들의 감수성을 공략하고 있는 것도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에서는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홍보전략을 강화해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도 피해갔다. 시진핑 정부 7년 차에 들어서면서 주류와 관련해서는 반부패 캠페인이 사실상 실효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구이저우마오타이라는 이름이 설명하듯 마오타이주는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에서 제조된다. 정확히는 구이저우성 쭌이시 마오타이진이 고향이다. 200여년 전부터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빚어지기 시작한 바이주는 19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파나마운하 개통 기념 만국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처음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당초 마오타이진에서 몇몇 개인들이 만들던 술이 ‘마오타이주’라는 이름으로 팔렸는데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선 후 전산업의 국유화 바람과 함께 1951년 개인 양조장들이 구이저우마오타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고 마오타이주가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마오타이는 특히 공산당원들이 사랑하는 술이다. 1935년 국민당의 토벌을 피해 중국 서남부로 ‘장정’을 하던 마오쩌둥·저우언라이 등 공산당 부대가 마오타이진을 지나면서 이 술을 마시고 힘을 얻었다는 전설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중국이 공산화된 후 마오타이주는 각종 행사에 불려 나왔고 점차 ‘국주(國酒)’라는 명성을 얻었다. 1949년 신중국 수립 기념 연회를 비롯해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에서 나왔던 술이 모두 마오타이주다.
마오타이주는 지금까지도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에서만 생산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츠수이허라는 강이 휘감고 흐르는 마오타이진의 독특한 기후와 토질이 마오타이주를 독특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생산량도 제한돼 있다. 공장 확대에 따른 대량생산이 불가능해서다. 업계에서는 마오타이주의 엄격한 품질 관리가 지금까지도 최고급 바이주로 인정받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물론 시중에 유통되는 가짜도 적지 않다. 사실 바이주 맛은 전문가가 아니면 차이를 감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상표만 정교하게 위조하면 진짜처럼 보일 수 있다. 중국에서는 늘 진짜와 가짜 마오타이주를 찾는 숨바꼭질이 벌어진다.
마오타이주에 닥친 진짜 시련은 시진핑 정부가 등장하면서 추진한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였다. 접대나 뇌물로 많이 사용돼온 최고급 바이주가 엄격히 단속되면서 갑자기 수요가 정체된 것이다. 2012년 265억위안이었던 구이저우마오타이의 매출은 시진핑 정부 첫해인 2013년 309억위안으로 늘었지만 이후 2014년 316억위안, 2015년 327억위안, 2016년은 389억위안으로 한동안 정체에 빠졌다.
하지만 반부패 캠페인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단속기관의 눈을 피한 마오타이주의 소비는 오히려 늘어났고 덕분에 회사 매출도 2017년부터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헌법상 연임제한 철폐를 겨냥해 경직된 사회 분위기를 완화하기 시작한 때와 겹친다. 몇 년간 한자릿수였던 회사의 매출 증가율은 2017년 무려 49.8%나 뛰었다.
사실 중국의 반부패 캠페인은 허점투성이다. 부패가 가능한 권한의 집중과 남용 구조는 그대로 두고 감찰 인원을 이용한 단속에 치중하는데다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 외부의 감시도 없다. 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국유기업이 대부분인 중국 주류업체의 경영구조도 반부패 캠페인의 영향을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구이저우마오타이의 경우 지방정부인 구이저우성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100% 출자한 마오타이그룹이 이 회사의 지분 62%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반부패 캠페인으로 구이저우마오타이 등 국유기업의 매출이 줄어들면 지방정부가 직격탄을 맞는다. 특히 중국에서도 빈곤한 지역인 구이저우의 경우 구이저우마오타이의 세수가 재정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중앙정부로서는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구이저우마오타이라는 한 기업이 내는 세금이 구이저우성 정부의 전체 세수 가운데 7분의1을 차지한다”며 “이 때문에 지방정부는 인위적으로 생산비를 낮게 책정해 이익률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물론 구이저우마오타이의 판로 확대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마오타이주가 기존의 최고급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세대에 다가선 연성화 전략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원래 마오타이주는 5년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해 공급량을 무한정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판매 증가로 마오타이주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제는 숙성기간을 줄이고 다양한 원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일부 제품군의 가격을 낮추면서 소비를 촉진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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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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