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가고 싶어도 못가는 땅’…장성택 사망 후 자금난
▶ 아들 만나려 마카오행 비행기 타려 했을 가능성
지난 1981년 8월 평양에서 촬영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장남 김정 남(김 국방위원장 옆) 등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 사진 뒤쪽 왼쪽부터 성혜랑과 그녀의 자녀 이남옥, 이일남(이한영). <연합>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의 비극적 최후가 눈길을 끈다.
김정일의 첫째 부인이자 여배우였던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황태자'로서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던 김정남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그해 5월 아들과 두 명의 여성을 대동하고 도미니카 가짜 여권을 소지한 채 나리타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돼 추방됐다. 적발 당시 김정남의 가짜 여권에 적힌 가명은 중국어로 '뚱뚱한 곰'이란 뜻인 '팡슝‘이었다.
당시 그는 "도쿄 디즈니랜드를 가보고 싶었다"고 진술했으나 김정남이 일본 유흥업소를 즐겨 찾았으며, 도쿄홍등가의 단골이었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이 사건으로 김정남은 결국 김정일의 눈 밖에 나 권력의 주변부로 밀려나면서 해외를 떠도는 신세로 전락했다.그는 2001년과 2003년 각각 중국과 오스트리아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2007년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김정남이 마카오에서 가족과 함께 머무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설상가상으로 김정남은 거주지인 마카오마저 떠나 동남아 각국을 오가며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말한 것이 당시 후계자로 내정된 이복동생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김정남은 2012년 출간된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라는 책에서도 세습을 비판했다.
김정일이 생존해 있을 때는 매달 수백만 달러의 지원을 받으며 호화 생활을 누렸지만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고 2년 뒤 그의 뒤를 봐주던 장성택마저 처형되면서 생활이 곤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숙박비도 내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망에 앞서 김정남의 행적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지난 2014년 9월이 가장 최근이다. 당시 그는 프랑스에서 유학하는 아들 한솔을 만나기 위해 파리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됐다.
그는 현지시간 14일 오전 9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마카오행 항공편을 이용하려다 독액 스프레이에 의해 피살됐다. 아들 한솔이 파리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마카오 또는 중국 등지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아들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려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남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평양과 베이징에서도 암살을 가까스로 모면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여러 차례 망명설도 제기됐다.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고액의 생활비를 요구해오다 북한 지도부에게 '눈에 가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가족 어디에 있나…마카오 거처엔 '정적만'
파리 유학후 마카오 복귀한 김정남 아들 한솔씨 행방도 묘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씨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극물로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의 아들 한솔씨 등 가족의 행방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남 피살이 누군가에 의한 '의도적인' 것이라면 김정남의 가족도 제2차 피해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살 소식 직후 김정남 씨의 둘째 부인으로 알려진 이모 씨와 딸 김모 양이 살았던 마카오 시내 한복판의 아파트 단지는 이들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채 정적만이 감돌고 있다. 마카오 타이파 섬의 초고층 아파트인 이곳은 김정남의 딸이 다니는 국제학교와 가깝다. 그러나 그동안 김정남 씨를 집중적으로 추적해온 일본과 한국 언론 영향 때문인지 이곳에서 김정남씨 가족의 근황은 확인이 어려운 상태이다.
일각에서는 언론 취재를 피해 이사했다고 관측하는 가하면 아예 주변과의 접촉을 피하는 방식으로 '잠수'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단지의 9개 동 가운데 이혜경 모녀가 산 것으로 알려진 동의 로비에서 만난 경비원은 김정남씨의 부인 이씨와 김한솔이라는 이름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카오 현지 한인들은 4∼5년 전 학부모 교류 때 김정남 아내 이씨와 연락이 닿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전혀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부 한인은 이 모녀가 2, 3년 전부터 마카오에서 전혀 목격되지 않고 있다며 마카오를 떠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김정남의 가족이 경호원이나 지인 거처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2013년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된 후 김정남이 신변 안전을 호소하며 마카오를 떠나 동남아 등지를 전전했으며, 그 가족도 몸조심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들 김한솔은 2011년 보스니아의 국제학교인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에 입학한 후 2013년 9월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르아브르 캠퍼스를 졸업할 때까지 유학생활을 한 뒤 마카오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 김정남 여동생 김설송 '감금설'…아들 한솔 소재불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독살된 가운데 이복 여동생 김설송이 감금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한국시간 15일 연합뉴스에서 "김정남 여동생인 김설송이 높은 지위는 아니지만 (노동당 서기실에서) 힘을 쓰는 위치에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김정남 암살 사건과) 연관이 있어 모처에 감금됐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성혜림 사이에 태어났고, 김설송은 김정일과 그의 둘째부인 김영숙 사이에 태어나 두 사람은 이복 남매지간이다. 김설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IT 사업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 역시 프랑스에서 대학을 다니다 지난해 학업을 마치고 마카오 또는 중국 등지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려다 피살된 것과 관련, 마카오에 머물고 있는 아들을 만나려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한솔은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된 직후인 2013년 12월부터 유학 중이던 프랑스의 현지 경찰의 밀착경호를 받는 등 신변위협설이 끊이지 않았다.
■말레이 당국, 독극물 피살 김정남 오늘 부검…북한 반응 주목
김정남 시신 인도요청한 말레이 북대사관, 재차 요구할지 '촉각'
말레이시아 당국이 15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북한 김정남(46)의 시신을 부검해 사인 규명에 나선다.
영국 BBC 방송은 말레이시아 총리실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푸트라자야 종합병원에서 시신 부검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김정남 사망 이후 국내외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으나 김정남이 어떻게 아침 시간에,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공항 내에서 피살됐는 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외신에 나온 기사를 종합해 보면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마치 첩보영화 속 한 장면처럼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부검을 앞두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이 김정남 시신 인도를 요구하고 나서 부검을 놓고 국가 간 마찰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셀랑고르주 범죄 조사국의 파드질 아흐마트 부국장은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시신을 인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시신을 인도하기 전에 먼저 부검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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