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르네상스’ 맞은 중국인들에 교과서
▶ 젊은 창업자들, IT 기업문화 그대로 모방, 빌 게이츠·스티브 잡스 영화 보며 창업 공부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 본사를 방문한 관광객. 중국의 테크놀로지 창업자들이 실리콘 밸리를 통해 IT 기업문화를 배우면서 실리콘 밸리는 중국인들에게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지난 9월 아내와 함께 새프란시스코 관광을 온 중국인, 자오 하오유가 여행 첫날을 보낸 곳은 실리콘밸리였다. 교외지역에 페이스북, 구글 등의 캠퍼스가 공원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다.
미국 서부지역을 여행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가 된 곳이 실리콘밸리이다. 관광 안내원이 딸린 관광버스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을 이곳으로 계속 실어 나른다. 중국 정부는 실리콘밸리에 각종 검열 등으로 대놓고 적대적이지만 중국 일반인들에게 실리콘밸리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중국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지요.”중국 남부 도시인 군밍 출신의 30대 자오는 말한다.
근년 중국에서는 혁신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미국의 온라인 분야를 넘어선다. 유교 전통의 순응주의가 지배하는 문화,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엄격한 규제들에도 불구하고 IT 기업은 계속 번창하고 있다.
기존 질서의 파괴나 반역을 용납하지 않는 풍토 속에서 중국의 젊은 창업자들과 투자가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영감도 얻고 길도 찾는다. 바로 실리콘밸리이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과 투자가들이 만나 네트웍을 형성하며 창업하고 사업을 추진해나가는 실리콘밸리 방식을 중국에서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신규 창업 회사의 직원이나 리더들은 기존 체제 밖에서 길을 모색하는데 이는 전통적 중국 기업문화에서는 거의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간접 경험을 통해 실리콘밸리를 알게 된다. 28세의 창업자인 야오 슈키 등 많은 중국 청년들이 창업을 하면서 참고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해적들’이다 1999년 제작된 TV 영화로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테크놀로지 분야 파트너를 찾는다는 게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해적들’에서는 어떻게 동업자들을 찾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그 영화를 보고 또 보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지난 2013년과 2014년 야오는 이 영화를 10번 이상 봤다고 했다.
실리콘밸리가 중국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해서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이 찾고 있는 뭔가를 실리콘밸리가 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온라인 르네상스가 펼쳐지고 있지만 비즈니스가 중국 국경 내에 제한되어 있을 뿐 국경을 넘어서지 못한다. 국경 넘어 전 지구로 뻗어나가는 회사를 만들려는 것이 중국의 야망이지만 아직까지는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실리콘밸리는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 지도자, 정치인 그리고 생각의 지도자 모델을 중국인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실리콘밸리의 IT 거목들이다. 중국 IT 업계에는 이미 거대 온라인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을 창업한 잭 마, 저렴한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 준 같은 인물들이 있기는 하다.
중국의 대표적 테크 기업 중 하나로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는 실리콘밸리에 특히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창업자 중 한사람인 에릭 슈는 지난 1990년대 후반 실리콘밸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창업 파트너들이 기존의 틀을 무시하고 능력 위주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그래서 전혀 중국적이지 않은 스타일의 회사를 세우고 운영하는 데 이 다큐가 상당한 기여를 했다바이두의 직원들은 취직하면 일종의 안내서 같은 책자를 받는다. 고분고분 하지 않은 말단 직원들이 번쩍 떠오른 아이디어를 끝내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고, 결국 매니저가 이를 허락하면서 궁극적으로 성공에 이르는 일화들이 계속 이어지는 책자이다.
이렇게 실리콘밸리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어떤 때는 중국이 실리콘밸리 보다 더 실리콘밸리 같은 경우들도 있다.
베이징에는 큰 벽에 미국 IT 회사들의 기업공개 시 주가를 연대별로 차트로 만들어 붙여놓은 카페가 있는 가하면, 애플 흉내를 내서 신제품 출시 행사를 입장권을 팔면서 거창한 문화행사로 진행하는 기업들도 여럿이다.
한 개발업자는 ‘테크 타운’ 건설을 기획하고 있다. 혁신적 사고의 소유자들이 모여 살면서 함께 지내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건설 하겠다는 것이다.
창업 회사들은 사무실이 탁 트인 구조인 것은 물론 애완동물들도 있고 게임 테이블을 갖추고 있으며 보스도 직원들과 같이 앉아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변화에 실리콘밸리가 횃불 같은 작용을 하고 있다고 벤처 캐피털 회사인 DCM의 파트너 데이빗 차오는 말한다.
그렇기는 해도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은 실리콘밸리 문화를 완전히 흡수하지는 못했다.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상명하복 구조이고 관료적이며 사무실은 개방적 구조이지만 그 속에서는 뿌리 깊은 보수적 관행들이 여전하다.
아울러 실리콘밸리가 햇빛 빛나는 캘리포니아의 교외에 위치하고 있다면 중국의 혁신 허브는 교통 혼잡하고 대기오염 숨 막히는 베이징 북서부의 전자제품 상가 위 고층건물 안에 빽빽하게 들어가 있다.
그럼에도 이런 개방적 추세는 젊은이들을 IT 분야로 모여들게 한다. 테크놀로지를 좋아하거나 창업하고 싶어서라기보다 그저 분위기가 좋아서 모여드는 젊은이들도 많다. 근무시간을 원하는 대로 조정하고 소규모 팀과 함께 일하며 누구의 지시도 따를 필요 없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문화를 좋아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실리콘밸리는 중국인들에게 크나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한 중국계 직원을 해고했다. 중국 관광객들이 계속 밀려들자 이 직원은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고 페이스북 캠퍼스를 구경시켜주고 카페테리어에서 식사를 하게하며 ‘장사’를 하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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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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