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자살문제, 2015년 4만3천명 극단 선택 2014년 중학생 자살 425명 교통사고 사망보다 11% 많아
▶ 총기 왜 위험한가, 성공률 다른 방법의 140배 실패 후 재고할 수 있는데 총 있으면 재생 기회 사라져

자살의 도구로 총을 사용할 때의 성공률은 다른 방법에 비해 140배나 높다. 대부분의 자살은 충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총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러스트레이션 Paul Rogers>
미국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살인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2015년에만 4만2,773명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으며, 지금 현재도 13분마다 한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자살은 현재 미국인의 사망원인 10위에 올라있다. 문제는 15~34세의 젊은 청년층에서는 자살이 두 번째 사망원인이라는 사실이다.
또 최근 발표된 연방질병통제센터(CDC) 보고서에 따르면 10~14세 연령층(중학생)에서는 자살로 죽는 숫자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능가했다. 2014년 미국에서 자살한 어린이는 425명(남자 275명, 여자 150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384명보다 11%나 많았다. 15년 전 1999년 통계에서 자살한 중학생 숫자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1/4에 불과했으니 청소년 사이에서 자살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의 숫자는 그보다 훨씬 많은 100만명이 넘는다. CDC 조사에 따르면 고교생의 8%가 매년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중에서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 도움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항간에는 한번 자살을 기도했다가 살아난 사람이 다시 자살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퍼져 있는데 사실은 그 정반대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첫 번째 자살시도가 있은 후 3개월에서 1년 내에 두 번째 자살시도가 일어날 위험이 매우 높고, 이번에는 성공할 확률도 더불어 높아진다. 최근의 한 분석에 따르면 자살 기도가 있었던 사람이 5년 내에 두 번째 자살에 성공한 비율은 25명 중 한명이었다.
메이요 클리닉의 정신과 전문의 J. 마이클 보스윅 박사는 1986년부터 2007년 사이에 미네소타 주의 한 카운티에서 일어난 모든 자살 기도 기록과 이후 25년 동안의 모든 자살 기록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자살을 기도했던 1,490명 가운데 81명(5.4%)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들 중 48명은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한 케이스였다.
닥터 보스윅은 첫 번째 시도에서 자살에 성공하는 확률이 과거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런 통계수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DC 조사에서 나타난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자살 실행의 도구로 총을 사용했을 때의 성공률은 다른 방법에 비해 140배나 높다는 것이다. 닥터 보스윅은 “대부분의 자살은 충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런 살상무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실패한 자살 기도자들은 자신의 결심과 선택에 대해 재고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 총처럼 확실한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 다시 생각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코펜하겐의 정신 건강 전문의 메레테 노르덴토프트 박사도 같은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다. “총으로는 재생의 기회를 갖기 힘들다”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그녀와 공동저자는 “자살행위는 임시적인 마음의 상태에서 저질러지는데 총을 쏘면 즉사할 확률이 높으니 이를 저지하는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총을 사려는 사람들이 법적으로 일정 기간 대기하도록 하고 구입자의 배경을 조사하며, 총기의 등록 및 안전수칙 등을 철저하게 시행하도록 규제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와 같은 법안을 시행했을 때 총기에 의한 자살률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그들은 또 기사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마 후 마음을 바꾸기도 하는데 총기는 심정의 변화를 허락하지 않는다. 2013년 미국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51%나 되는 2만1,175명이 총기를 사용해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네소타의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남자는 여자보다 5배 이상 자살로 사망할 확률이 높았고, 총으로 자살할 확률도 높았다. 그러나 총을 사용했을 경우 죽을 확률은 남자와 여자가 마찬가지였다.
자살을 방지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이 자살하려는 징후를 사전에 알아채고 이를 분산시킬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있거나 술이나 마약을 상습적으로 남용하는 사람, 대인관계에서 심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자살 충동의 고 위험군에 속한다고 닥터 보스윅은 말했다.
특히 일반 의사들도 환자의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해 좀더 주의를 기울여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닥터 캐더린 괴르테밀러 캐리건과 드니스 J. 린치는 주장하고 있다. 임상 정신의학지(Primary Care Companion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에 저술한 기사에서 이들은 “자살한 사람의 90% 이상이 사망할 당시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정신과 의사들도 환자의 육체적 질병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정신과 문제를 가진 환자의 약 50%는 신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질병을 갖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정신 건강이 더 나빠졌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 두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의사 가운데 환자 신체 검진을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은 5명중 1명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들이다. 이 사람들이 자살하려는 사람의 잠재성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고, 이를 초기에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과 약물 남용 외에 자살의 징후를 보이는 증세들은 “죽어버리면 좋겠다”는 표현을 말로나 글로 하는 경우, 가족 친지로부터 멀어지는 경우, 무력감과 분노 혹은 죄책감이나 수치심에 사로잡힌 경우, 모든 활동에 흥미를 잃은 경우, 충동적이거나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경우, 소중한 물건을 남에게 줘버리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징후를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사태를 무시하지 말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전문적인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사자를 전문가에게 데려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본인이 완강하게 거부할 경우에도 그 사실을 전문가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신건강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나서서 당사자와 상담을 통해 자살 의지를 꺾을 수 있으리라고 과신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하고 있다.
닥터 보스윅은 자살을 기도했던 사람이 전문가와 상담 약속을 1회 이상 하는 경우, 두 번째 자살 기도로 사망할 확률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환자가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는 경우는 그 확률이 훨씬 더 크게 줄어든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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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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