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산들 파산으로 광부들 대거 실직… 에너지산업 의존도 높아
▶ 지난해 실업률 1.2% 상승, 복지 축소로 저소득층 신음
와이오밍 라이트 외곽 지역의 오일 펌프. 에너지 산업이 침체되면서 와이오밍 주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
<라이트,와이오밍> 지난 17년 동안 스캇 피어스는 이곳 파우더 리버 유역에 있는 석탄광산에서 기계공으로 일해 왔다. 하지만 최근 그는 점차 나빠지고 있는 이 지역 경제의 희생자가 됐다. 약 500명의 광산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감원을 당한 것이다. 이 감원은 와이오밍을 잇달아 강타하고 있는 실직사태들 가운데 가장 최근의, 그리고 최악의 상황일 뿐이다.
미국 다른 곳에서는 성장이 지속되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이 주에서는 경기침체가 서서히 되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특히 와이오밍 북부의 이 마을처럼 에너지 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타격은 더욱 심하다. 이런 지역들은 완만한 평원 밑에 매장돼 있는 석탄과 석유, 그리고 천연가스에 주민들의 생계를 의지하고 있다.
석탄업체들의 잇단 파산과 함께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폭락하면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와이오밍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빈곤층과 노인들을 위한 빈약한 안전망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와이오밍은 에너지 개발에 힘입어 7~8년 전 경기침체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이를 헤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 업체들은 약 5,500개의 일자리를 줄인 것으로 관계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총 인구 50만명에 불과한 주에서는 대단히 큰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것에서 북쪽으로 40마일 정도 떨어진 질렛의 한 교회에서는 얼마 전 일자리를 잃은 광부들을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주 정부는 이들에게 주립공원이나 교도소 같은 곳의 임시직이라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 1,800명인 라이트의 많은 주민들은 유홀 차량과 트레일러들을 몰고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올 52세인 피어스도 금광에서 일하기 위해 알라스카로 떠나기로 했다. 그는 “집을 팔 수 없을 것 같아 은행에 되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마치 가라앉고 있는 배 같다”고 말했다.
석탄 광산들의 파산과 원유시추 감소로 아팔라치아에서 알라스카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역들이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와이오밍이 받고 있는 타격은 유독 심하다. 지난해 와이오밍의 실업률은 1.2%나 올랐다. 미국 어느 주보다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아직 전체 실업률은 미국 평균과 비슷한 5% 수준이지만 광산부분에서의 실직사태가 새로운 경기침체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 다른 지역의 회복세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맷 미드 와이오밍 주지사는 “의심할 바 없이 와이오밍에게는 어려운 시기”라고 시인했다. 그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사람들이 떠나면 지역 식당들은 타격을 받게 된다. 가슴이 미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잇단 감원은 원유와 가스, 석탄, 우라늄이 주 수입의 60~70%를 차지하는 주에 경제적 여파를 미칠 수밖에 없다. 관광객들과 세컨드홈 구입자들이 잭슨홀로 여전히 몰려들고 풍향발전기들은 평원 위에서 힘차게 돌아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세인에 소재한 데이터 처리센터를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연방정부 소유 토지위에서 이뤄지는 에너지 추출산업은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드 주지사는 “우리는 업종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가 줄어들면서 예산을 크게 깎였다. 이를 벌충하기위해 의회는 주 비상자금에서 1억8,000만달러를 인출해야 했다. 예산이 부족해지자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 정부 내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헬스케어법 안에서 메디케이드를 확대해야 할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공화당원인 미드 주지사는 오바마케어를 반대했다. 하지만 2014년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에 메디케이드 확대를 받아줄 것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연방정부로부터 2억6,800만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고 약 2만명의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주의회는 그럴 경우 앞으로 얼마나 재정부담을 안게 될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너무 커지게 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필 니콜라스 주의회 의장은 “우리는 주민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의무나 상황 개선 노력도 없이 당연한 권리인양 혜택을 주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예산 삭감과 메디케이드 거부는 빈곤층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맞받아친다. 주민들에게 고등학교 수료 자격을 얻는데 도움이 돼온 문맹퇴치 프로그램도 예산 문제로 폐지됐다. 저소득 노인들을 위한 치과치료와 재산세 환급 프로그램도 없어졌다.
주하원 민주당 대표인 메리 스론은 메이케이드가 확대됐더라면 실직한 광부들이 혜택을 봤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녀는 “실직으로 베니핏을 잃으면서 의료보험 혜택이 사라졌다. 우리에게는 안전망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아주 나쁜 선택을 했다. 좀 더 신중하고 사려 깊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
일자리는 드물지만 비난은 넘쳐난다. 일부 보수 의원들과 실직 근로자들은 오바마 정부의 탄소배출 규제와 공유지 석탄채광 리스 중단을 원인으로 비판한다. 다른 사람들은 가격이 싼데다 공급이 넘쳐나는 천연가스와 경쟁하기에는 석탄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가격이 다시 오르면 원유와 가스 시추 또한 반등할 것이라고 말한다.
캐스퍼의 한 취업센터에서 올 30살의 에릭 크래프트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이력서를 채우고 있다. 센터 안은 꽉 차 있다. 그가 블랙 선더 광산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기 딱 일주일전 수퍼바이저들은 전 직원을 직원 휴게실로 불러 모아놓고 편지들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일부는 좋은 소식이었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못했다. 크래프트는 “내 편지는 당신 서비스에 감사하지만 당신을 집으로 데려다 줄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며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것보다 결과를 알게 되니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