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석 배치 빽빽한 데다 거의 만석 운항, 가운데 좌석 배정받으면 갑갑해서 숨이 막힐 지경
▶ 항공사들, 창가나 통로 좌석에 교묘하게 추가 요금

기내 좌석 배치가 점점 빽빽해져서 이코노미 석에 앉으면 옴짝달싹 하기가 어렵다. 승객들은 두 좌석 사이에 낀 가운데 자리를 피하려고 온갖 방법들을 동원한다
비행기 여행을 하면서 가장 짜증나는 것 중 하나가 토닥토닥 싸우는 커플 옆에 앉아서 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괴로운 것은 싸우는 커플 사이에 끼어 앉아서 가는 것이라고 홍보회사 대표인 모리 로고프는 말한다. 뉴욕과 플로리다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그는 출장이 잦은데 창가 좌석과 통로 좌석의 사이에 있는 가운데 좌석 피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비행기 여행이 날로 고달파지고 있다. 항공기 마다 거의 만석으로 승객들을 많이 태우는 데다 새 비행기들은 기내에 최대한 빽빽하게 좌석을 배치해 승객들은 옴짝달싹 할 수가 없다. 거기에 가운데 좌석을 배치 받으면 그야말로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갑갑해지는 데, 이를 피하려는 승객들에게 항공사들이 추가 요금을 내게 만드는 술수를 쓰고 있다.
로고프는 얼마 전 여행 경험을 토로한다.
“나는 말 그대로 그 부부의 언쟁 한 가운데 있었어요. 정말이지 끔찍했지요.”그런데 싸움을 하던 남편이 신발을 벗고 책상다리를 하면서 맨발 벗은 발이 로고프의 자리로 침범해 들어오면서 불편은 극에 달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그 아내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말해보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당연하지요. 가운데 좌석인데다 냄새나는 발까지 더해졌으니 자리를 옮기고 싶지 않았겠지요.”과거에는 부지런하게 미리 좌석을 잡거나 운이 좋으면 가운데 좌석을 피할 수 있었지만 항공사들이 점점 이를 막고 있다. 돈을 추가로 내라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는 탑승권 구매 시 좌석을 미리 배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조기 보딩 패스 발급료를 기존의 12달러50센트에서 지난달 15달러로 올렸다. 그 돈을 내지 않은 사람들은 이륙시간 24시간 전 온라인 체크인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달려들어야 한다.
델타 항공은 지난해 기본 이코노미 항공료를 도입했다. 이 싼 표를 사면 체크인 하고 나서야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다. 물론 그때쯤이면 보다 비싼 표를 산 승객들은 창가 좌석과 통로 좌석을 다 차지한 후이다.
아메리칸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 역시 올해 비슷한 요금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바쁜 시간대에 싼 가격의 표를 사면 좌석을 고를 여지가 거의 없게 되는 추세라고 관련 컨설팅 회사의 한 대표는 말한다. 하지만 이런 요금 체계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단지 교통편만 필요하다는 생각에 최대한 저렴하게 여행하고 싶은 승객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운데 좌석을 피하려고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는 승객들도 있다. “자리 좀 바꿔 달라”며 옆 자리 승객에게 돈을 주거나 음료를 사주는 사람도 있고, 프리미엄 좌석이나 비상구 좌석으로 옮기기 위해 추가 비용을 내는 사람도 있고, 아픈 척하거나 아예 다음 비행기를 타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예 좌석 두 개를 구매하는 승객도 있다. 여유롭게 가기 위한 것인데 그렇게 해도 비즈니스석 보다는 싸다는 것이다.
뉴욕의 성형외과의사인 사친 쉬리다라니는 샌디에고에서 뉴욕으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초과 예약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은 좌석이라고는 가운데 자리 하나 뿐이었다.
그는 기꺼이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다가 타겠다고 했다. 그 지긋지긋한 가운데 자리만 피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결과 그는 공항에서 4시간을 기다린 후 다음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여유롭게 일을 하며 올 수 있었으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옆 사람이 어깨 너머로 보는 걸 참을 수는 없잖아요.”결국 항공사들은 일종의 부동산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동산이 평방피트로 거래하는 것이라면 비행기표는 평방인치로 거래를 하는 셈이다.
“승객들이 작업 공간을 사는 것입니다. 비행기 좌석이 그렇게 된 셈입니다.”기내에서 랩탑을 꺼내놓고 능률적으로 일한 만큼의 공간을 버는 것이다.
과거에는 여행 빈도가 잦은 단골 승객들에게는 좌석 배정에서 특혜를 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걸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고 회사 대변인이자 저술가인 마크 제프리스는 말한다. 전에는 말을 잘 하면 좋은 자리를 얻곤 했지만 이젠 그런 기대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끔 좌석을 두 개 산다. 창가나 통로 쪽 좌석과 가운데 좌석이다. 그렇게 하는 게 비즈니스 석이나 1등석을 사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혼자서 여행하는 승객들은 가운데 자리를 피하기 위해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구입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고 시카고의 한 여행사 주인도 말한다. 때로는 수백 달러를 더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외 다른 방법이 있다면 다른 승객에게 호소를 하는 것. 매니지먼트 컨설팅 업계에서 일하면서 매주 한두 번씩 비행기 여행을 해야 했던 마이클 윈스턴은 다른 사람 좌석을 업그레이드 시켜준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고 말한다. 현금이든 업그레이드든 칵테일이든 무엇이든 동원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항공기 탑승률은 기록을 경신했다. 85%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많은 비행기들이 만석으로 운항했다는 말이 된다. 그만큼 비행기 승무원이나 항공사 직원들은 승객들 좌석 배정을 둘러싸고 심판관 같은 역할을 해야 했다. 승객들이 가운데 자리를 피하려고 내놓는 변명들이 가지가지라고 그들은 말한다.
가장 흔한 것은 “다리가 너무 길어서”. 그다음 흔한 것은 폐쇄공포증, 화장실을 자주 다녀야 해서, 비행 공포증, 멀미 증세 등이다. 그게 모두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느끼는 불안감이 원인일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한다.
사실이건 과장이건 여러 이유들 중에 가장 잘 먹히는 것은 설사 등 위장장애. 건강상 문제로 화장실에 바로 갈 수 있는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주장이 게이트의 직원들이나 다른 승객 설득에 가장 효과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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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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