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교육
▶ ‘넘어지면서 배우는 것’ 두려워하지 않게 가르쳐야

청소년재단 이재민 총무(왼쪽부터), 한인복지센터 조지영 사무총장, 가정상담소 모니카 이 상담사가 한인 청소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인학부모들 삶의 가장 우선순위는 ‘성공적인 자녀교육’이다.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힘든 이민자의 삶을 택하는 것도 ‘보다나은 자녀의 미래와 교육을 위해서’가 꼽힌다. 대학 입시철이면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나는 한인 2세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한인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우수하고 똑똑한 한인 학생들’ 그 이면에 가려진 많은 한인 청소년들이 힘들어하고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코리안-아메리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자녀들이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고민하며 자기 길을 찾아가도록 지지해주는 부모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무조건 ‘공부 공부’ 보다는 한발 뒤로 물러나 자녀가 정말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 ‘열심히 하면 뭔가 된다’는 진정한 서포터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식으로 정해진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다보면 더 삐걱대고 사이만 나빠진다고도 지적했다. 또 자녀들이 실수를 통해 ‘넘어지면서 배우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녀를 이해하고 받아 주기’ ‘지혜롭게 대화하고 사랑 표현하기’ 등으로 압축할 수 있는 워싱턴 지역 청소년 전문가 3인의 얘기를 통해 한인 학생들의 현주소와 고민, 학부모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점, 나아갈 방향에, 성공적인 자녀교육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들었다.
“우리 부모는 공부얘기만...” 공통된 불만
개인주의 배운 자녀, 부모 가족주의와 갈등
기대치 너무 높을경우 자녀들 옥죄게 돼
자녀와의 대화법 몰라...부모들, 공부해야
-한인 청소년들의 현주소는?
▲이재민(청소년재단 총무): 초등학교 5학년때 부모님과 함께 이민한 1.5세로서 여기서 학교를 다녔고 현재 청소년 관련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학교를 스킵, 속칭 ‘땡땡이’ 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 나가 저녁에 늦게 들어오는 부모님들은 이것을 잘 모르고 자신의 자녀들을 우등생, 모범생으로 착각한다. 학교를 빠지면서 발생하는 게 담배와 마리화나, 알콜 문제가 수반된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경우 또래집단에서 권하면 거절하기 힘든 피어 프레셔(peer perssure)가 크다. 담배와 술을 시작하면 마약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교내 또는 학교 주변에서 얼마나 마약 구하기기 쉬운지 한인 학부모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모니카 이(가정상담소 심리상담사): 마리화나 문제가 심각하다. 부모에게 마리화나를 하다 걸렸는데 ‘누구나 다 한다’라는 자녀의 태연한 대답에 놀란 부모가 상담소에 전화를 하기도 한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퍼플러(popular) 해지려는 마음과 쿨(cool)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이 마리화나 노출 비율이 높다.
▲조지영(한인복지센터 사무총장): 미주 한인 2세는 미국서 태어난 미국아이들, 한국서 태어나 사는 한국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려움을 갖는다. 정체성의 혼란 즉 ‘자존감(Self-Esteem)’의 이슈로 고민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자녀들의 이런 독특한 위치와 어려움에 대해 잘 모르고 자녀와 갈등을 겪는다.
-한인 자녀들이 생각하는 부모의 모습?
▲모니카 이: 한인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우리 엄마 아빠는 공부 밖에 얘기를 안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인 학부모들이 공부와 성공에 집착한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공부 즉 성적과 일류대, 부와 명예, 좋은 직업, 성공과 출세 등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민: 미국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의 개인주의와 한국에서 교육받은 부모세대의 가족중심주의가 갈등을 빚는다. 예를 들면 자녀가 문제를 일으켜 부모가 “내가 누구 때문에 이민 와서 이 고생하는 줄 아느냐”고 야단치면 자녀가 “누가 고생해 달라고 했느냐”는 대꾸로 마찰을 빚는다.
▲조지영: 무슨 일을 결정할 때 항상 자녀를 존중하지 않고 상명하복 식으로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결정한다는 것을 학생들이 많이 지적한다.
-청소년과 부모의 문제는?
▲모니카 이: 학부모의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인 청소년들의 고민이 많다. 학부모는 무조건 최고 성적, 아이비리그 대학을 기대하는데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녀의 좌절과 실망이 크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데, 자녀는 따라가지 못하는데서 벽이 만들어지고 거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재민: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옥죄게 된다. 미국인 부모들이 아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편이라면 한인 부모들은 ‘나처럼 고생하지 말고 살라며 먹을 것 못 먹으며 뒷바라지 하는데 공부를 안 한다’고 나무라기만 한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자녀교육의 의미와 부모의 역할은?
▲모니카 이: 자녀에 대해 잘 아는 부모가 자녀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며 이끌 수 있다. 미국 교육이 대인관계, 유연성, 동기 부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처럼 자녀 스스로 느껴서 자발적으로 노력하게 하는 독립성, 자립성, 사회성을 키워주며 ‘인간의 성숙함’이 묻어있는 인재로 키워야 한다.
▲조지영: 원론적인 얘기지만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중요하다. 자녀가 언제든 부모에게 마음을 터놓고 의논하고 상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자녀들이 정말 힘들 때 부모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가족과 가정문제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부모의 자세가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자기 통제(Self-Dicipline)를 배우도록 교육해야 한다. 또 미주 한인으로서 한국문화를 전수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양쪽 문화를 잘 이해하며 브릿지 역할이 가능한 건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도록 밀어주는 부모의 자세가 필요하다.
부모교육을 하다보면 한인 학부모들이 자녀와의 대화법을 머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부모 교육이 절실하다고 느낀다. 3개 전문기관(상담소, 복지센터, 청소년재단)과 언론사 등 커뮤니티가 연계한 세미나를 통해 학부모들을 교육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이재민: 자녀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동기부여(motivation)'가 가장 중요하다. 미국은 공부 말고도 다른 걸로 성공할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사회에 기여하고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또 우리가 갖고 있는 ‘한국’이라는 뚜렷한 배경을 살려 바람직한 코리안-아메리칸으로의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또 아무리 자녀가 나이가 어려도 존중(respect)하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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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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