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한인 김기준씨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종주
“대자연의 위대함에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됩니다.”
뉴욕 한인 김기준(41•사진)씨가 이달 20일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을 종주했다.
PCT는 캐나다 국경에 인접한 워싱턴주부터 오리건을 거쳐 캘리포니아의 멕시코 국경지역까지 이어지는 경로로 넘어야 하는 산은 60개, 호수는 1000여개, 계곡은 19개 등 2,660마일에 이른다.
이 구간은 종주가 어려워 1950년대 이후 약 3,000명만이 완주한 것으로 보고된 곳으로 특히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는 여정과는 달리 북에서 남으로 완주한 김씨의 종단 경로는 험한 지형과 기상으로 도전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완주자는 매년 10명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올해 7월4일 워싱턴주에서 남쪽으로의 도보 종단을 시작해 캐스케이드, 시에라, 모하비 사막을 잇는 5개월16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김씨는 “대자연의 위대함을 경험하고 돌아오면 가치관이 달라진다”며 “곰과 코요테, 마운틴 라이언을 만나는 등 생사의 위험을 겪기도 했지만 종주 후 뉴욕에 돌아오니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텐트와 침낭, 운동화 5켤레, 2벌의 셔츠와 바지, 패딩 자켓으로 시작한 여정에서 매순간 위기가 찾아왔지만 그중 최고로 꼽는 경험은 바로 코요테 무리와의 조우다. 모하비 사막에서 잠을 청하려는 순간 코요테 무리들이 텐트 주변을 맴돌 때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땀내 나는 양말과 셔츠의 냄새를 이용하는 것 뿐.
김씨는 “인터넷 신호가 잡혀 구글 검색을 했는데 답이 ‘집에 가세요’였다. 그만큼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었다”며 “텐트 안에서 양말을 입구 쪽에 벗어 놓고 뜬눈으로 밤을 지샌 끝에 무사히 아침을 맞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루 평균 20마일의 산길을 걸으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배고픔과 추위였다. 밤에는 화씨 10도, 낮에는 70도로 일교차가 큰 사막의 기후와 싸우고 초코바와 육포로 버티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종단 후 몸무게는 44파운드가 줄었다. 김씨는 “마을이 보이면 4-5일치 먹거리를 한꺼번에 사고 햄버거를 한번에 5개씩 먹었다”며 “마을 사람들은 내가 일주일씩 씻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함께 찍기를 요청하거나 음식 등을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기도 했다”며 여정 중 만난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씨는 2008년 애팔래치안 트레일(AT)을 최초로 종주한 한인이다. 올해 PCT 종주에 이어, AT와 PCT와 함께 미국의 3대 트레일로 꼽히는 중부의 '컨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CDT)' 완주를 2년 후 계획하고 있다.
트레일 완주를 계획하는 이들에 대한 조언으로 김씨는 “가지 말라는 것이 1차 조언이지만 꼭 가야 한다면 아무 생각 없이 빨리 시작하라는 것”이라며 “삶의 고민을 안고 애팔래치안 여정을 시작했다가 내 안에서 해답을 찾았듯 도전자들도 자신의 삶에 대한 답을 여정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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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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