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세에 남겨줄것은 정신적 문화유산 아닐까요”
<사진=천지훈 기자>
결혼반지 팔아 미국으로...일.공부 병행, 공부할 수 있어 행복
4일은 대학서, 3일은 한국학교서 학생 가르치는 일 보람 커
성공한 1세들과 2세들 연결 중요, 월드포럼 창립 분기별 포럼 열어
대학교수로 26년, 한국학교 봉사로 30년, 재미한인월드포럼 창립까지 그는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한다. 그것도 잘해낸다. 심운섭 세이크리드하트 대학 교수를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잘한다
심운섭은 한국학교 교장으로, 3년 전부터는 재미한인월드포럼 회장으로 한인사회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본업은 대학교수다. 커네티컷 페어필드의 세이크리드하트 대학(Sacred Heart University) 회계학 교수이자 학과장이다.
“일주일에 4일은 학교에 나가고 3일은 한국학교 일을 한다. 26년째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좋은 것이 대학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곳이란 점이다. 보통 1학년때 진로 모색을 하고 2학년에 전공을 선택, 3, 4학년때 평생 진로를 결정한다. 이 중요한 시기의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좋아하는 연구를 평생 할 수 있어 만족한다.”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최고경영자의 보수와 기업 경영성의 연관성 및 성과, 기업의 지배 구조 등으로 40편 이상의 논문들은 미국학술지 및 국제학술지, 논문 모음집, 미국학회 및 국제학회에 발표되었다. 이에 2001년 최우수강의 교수상, 2005년 국제경영 및 정보협회 최우수논문상, 2014년 세이크리드하트 대학 경영대의 최고논문 발표상 등을 수상 했다.
심운섭은 1990~1997년 필라의 세인트 조셉 대학 회계학과 조교수, 1988~1990년 럿거스 대학 전임강사로 일했는데 이 시절 경찰차 4대가 그를 에워싼 적도 있다.
럿거스 대학에서 회계학 박사과정을 하던 어느 날 교수가 학생을 가르쳐 보지 않겠냐고 했다.
“한시간 수업준비를 열심히 했는데도 30분이 지나니 더 이상 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2시간 수업을 하고나면 긴장으로 속옷이 다 젖었다. 안되겠다 싶어 녹음기를 틀어놓고 강의연습을 했다. 브론스윅 넓은 캠퍼스를 걸어 다니며 큰소리로 강의하는데 신고가 들어간 것이다.”
한 정신병자 동양인이 큰소리로 말하고 다닌다는 신고에 경찰차가 출동한 것.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다보니 지금은 한시간 15분 정도 되는 수업을 3시간이 지나도 진행할 수 있다.
“항상 내가 이 강의를 세계에서 가장 잘한다는 믿음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는 그는 지금도 10분전에 수업에 들어가서 정확하게 강의시간을 지킨다. ‘정신병자 교수’였던 그는 ‘세계에서 가장 잘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자 한다고.
다만 미국 대학교수는 제자와 스승의 인적 유대관계가 깊지 않은 점이 아쉽다. 2005~2006년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만난 제자, 2011~2012 울산과학기술대학교 테크노경영대 대학원장 당시 만난 제자들은 지금도 안부를 전해온다.
▲결혼반지 팔아 미국으로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강릉고등학교와 동국대 행정학과 74학번인 심운섭은 졸업후 효성그룹 자금과에서 일했다. 78년부터 81년까지 새벽 6시30분에 통근 버스를 타고 밤 11시에 일이 끝나 집으로 오는 일상이 반복됐다. 주말도 없이 일한 3년반이 지나면서 자신의 미래가 보였다.
‘5년후 과장, 그다음에 부장, 은퇴하거나 10년 후 이사 한번 하고 은퇴, 그러면 그다음에는?, 이것이 나와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 까 하는 의문이 왔다’는 그. 미국유학을 가겠다는 결심이 섰다.
1981년 10월 1일 결혼을 하고 10월 31일 미국에 왔는데 비행기 티켓값은 결혼반지를 팔아서 마련해야 했다. 필라 유니버시티로 와서 경영학 석사(MBA)를 시작했는데 이후의 미국생활을 그는 ‘결혼반지 팔아서 버틴 33년’이라 말한다.
일단 유학은 왔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심운섭•최승집 부부는 열심히 생활 전장에 나섰다. 심운섭은 4일은 학교 수업, 3일은 델리 그로서리에서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었는지 지금도 그 솜씨가 그대로 남아 요리를 잘한다.
‘손님들이 다니엘 심을 찾아 샌드위치를 주문했다’는데 4년 정도 하고나니 손님의 주문이 몇 파운드건 로스비프를 재지 않아도 그의 손으로 정확히 그 분량을 집었다. 82~83년도 필라에 우범지역이 많아서 델리 카운터 밑에 경찰을 부르는 발판이 있었다. 그는 권총강도를 네 번이나 당할 정도로 목숨 걸고 일했다. 물론 신혼의 아내도 그로서리에서 일하며 내조했다.
필라에 이어 럿거스 대학으로 가서 회계학 석사와 박사를 하면서도 늘 바빴고 힘들었지만 “꿈이 있어 힘든 줄 몰랐다. 당시 돈이 없어 장을 보러가서도 10달러이상 못썼다. 그래도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밴 운전수로 시작한 한국학교 봉사
필라 시절, 아내가 필라제일한국학교 교사로 봉사하면서 밴 운전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토요일 새벽 6시면 필라 전 시내를 돌면서 아이들을 픽업하여 한학기동안 한국학교에 데려다 준 것이 시작이었다, 역사, 문화 교사에 이어 교감, 2대 교장을 역임하며 약 14년을 봉사했다.
97년 커네티컷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이사를 왔고 1999년 코네티컷 토요한국학교를 설립했고 11년간 교장으로 있었다. 2009~2010년 재미한국학교동북부 협의회(NAKS)회장,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재무, 부회장, 역사/문화 분과 편집위원장(6년)을 지냈다. 그는 ‘코리안 아메리칸의 발자취’ (The Korean American Journey, 2002년) 편저자이다.
이러한 2세들을 위한 헌신에 2010년 제10회 해외한민족 교육진흥상, 2011년 ‘대통령 해외교육 유공 표창’을 받았다. 현재 그는 3년 전부터 32년 전통과 역사를 지닌 맨하탄 한국학교 제7대 교장이다.
“첼시지역 NYC 학교에서 토요일마다 문을 여는 맨하탄 한국학교 학생 85%가 다문화 가정이다. 성공한 2세들이 맨하탄에 살면서 자녀들을 한국학교에 보낸다. 부모도 한국말이 서투르다. 한국어보다 한국문화와 이민 역사 들을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독도시범학교로 지정되어 12월 9일 독도관련 퍼포먼스 행사를 할 예정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심운섭은 2012년 재미한인월드포럼 창립 동기를 말한다.
“한국학교에서 오랫동안 봉사하다보니 2세대부터 3, 4, 5세대까지 무얼, 어떻게 남겨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진솔한 코리안 아메리칸 이야기를 알려주는 정신적 문화유산이 최고다 싶었다. 그래서 분기별 포럼을 하면서 성공한 이민 1세 초청 강연을 듣고 그 이야기를 한글과 영문으로 된 소책자를 내고 있다.”
현재 포럼 7회에 강영우 박사, 김해암 박사, 연봉원 변호사, 교육자 허병렬 등의 소책자 6권과 교육용으로 서재필 박사와 홍준식 박사의 책자 2권이 나와 있다.
재미한인월드포럼은 150명 회원이 활동 중이며 내년 4월 기금모금 행사를 하고 소책자가 모인 ‘코리안아메리칸의 진솔한 삶 ’ 책도 간행할 예정이다.
“개개인 성공한 한인들은 많다. 코리안 아메리칸이 미 주류사회에 어떻게 기여 하는가는 중요하다. 앞으로도 성공한 1세대와 2세대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이들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고 유대관계를 이어가기 바란다. ”
그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다’는 표현을 든다.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하나로 꿸 것인가,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그래서 미주한인월드포럼이 생겼다. 월드포럼이 된 것은 세계 750만 동포를 염두에 두어서다.
심운섭은 세이크리드하트대학 도서관에서 일하는 아내 최승집과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장남 심재용은 웹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장녀 심재향과 막내아들 심재우는 하이스쿨 교사이다.
‘딸아이가 결혼할 때, 외손자 현민이를 낳았을 때 울었다. 이민 1세대에 이어 이렇게 이민 3세가 뿌리를 내리는구나 싶어...“
교수라는 본업, 한국학교 교장, 월드포럼 회장, 그는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그는 매사 성실하고 부지런하기로, 또 친절하기로 소문나지 않을 수가 없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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