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어가는 미국의 50~60대 ‘황혼이혼’
▶ 여성의 지위 향상·평균수명과 재혼가정 증가가 원인
힐러리 스티븐스가 직장과 가족 돌보기에 쏟은 자신의 28년 결혼생활이 이젠 너무 힘에 겹다고 결론지은 것은 지난해, 57세 때였다. 그때 그녀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환상만으로 품고 있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 떠난 것이다.“때로는 그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스티븐스는 말했다. 성인이 된 두 자녀의 어머니인 그는 워싱턴에서 필라델피아로 옮겨갔고 그곳에서 현재 비영리단체의 부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실버’ 혹은 ‘그레이’ 이혼이라고도 불리는 노년의 황혼이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4년의 50세 이상 이혼율은 1990년보다 2배나 높아졌다. 오하이오 볼링그린 주립대의 전국 가정과 결혼 연구센터의 통계다. 65세 이상의 이혼 증가율은 그보다 더 높다. 반면 다른 연령 충의 이혼율은 안정적이거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노년층 부부의 상당수가 재혼인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쪽 자녀들의 적응 갈등과 복잡한 재정문제 등으로 재혼부부의 이혼율이 2.5배나 높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도 이혼율을 부채질하고 있다. “과거엔 사람들이 일찍 죽었다. 그러나 지금 50대와 60대는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지 않은가? 많은 부부들의 결혼생활이 끔찍한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만족스럽지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30년을 이 상태로 더 살기 원하는가?’라는 자문을 하게 된 것이다”라고 워싱턴대학 사회학 교수인 페퍼 슈와츠는 설명한다. “적당히”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노년의 별거나 이혼 사례가 흔해지면서 사회적으로도 점점 당연시되고 있다. 4명의 자녀를 기르며 40년의 결혼생활을 해온 전 부통령 앨 고어와 티퍼 고어 부부는 2010년 이후 계속 별거 중이다. 로버트 벤틀리 앨라배마 주지사부부도 결혼 50주년 기념일 한 달 후인 지난 8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황혼이혼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변화하는 여성의 지위일 것이다. 고령자협회(AARP)에 의하면 40세 이상 부부 이혼의 60%는 아내 쪽에서 제기하고 있다. 남편들은 환멸을 안 느껴서가 아니다. 실제로 결정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내 쪽이라는 뜻이다.
“남자들은 평지풍파 일으키기를 꺼려하고 웬만하면 참고 견디려 한다”고 아비바 위텐버그-콕스(54)는 말한다. 5년전 이혼하고 런던에서 성별문제 컨설팅회사를 하고 있는 그녀는 “해방되고, 힘이 생기고, 활동하게 된 여성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 변화의 주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사회학자인 슈와츠박사(70)도 동의한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정서적 삶에 기대치가 높다”는 그의 분석엔 자신의 경험도 반영되어 있다. 그녀는 남편과 15년 전 이혼했다. 23년간 지속해온 결혼생활이 감정이 바닥난 채 메말라졌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부부가 50대 중반이나 후반에 들어설 무렵이면 자녀들은 독립하여 자신들의 삶을 찾아 나가고, 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함께 살아야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울 만큼 분명해진다.
또 여성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될 책임감도 느낀다. “나의 선택이 아이들에게 사랑을 위해 살 것인가 두려움에 휘둘려 살 것인가를 보여준다”라고 5년 전 이혼한 후 지난봄에 재혼한 위텐버그-콕스는 말한다. “현재의 생활을 사랑하기 때문에 머무는지, 미지의 생활이 두려워서 머무는 것인지…난 언제나 사랑을 택해 결정했고 아이들도 그러기를 바란다”경제적 문제도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경제적 원인 때문에 불행을 참고 살기도 하고 떠날 용기를 얻기도 한다. 아직도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적게 번다. 그런데다 평균수명은 더 길기 때문에 경제적 위험부담이 더욱 크다.
볼링그린대학 수전 브라운 사회학 교수 연구에 의하면 62세 이상 황혼이혼 여성은 독신 여성이나 남성보다 소셜시큐리티 연금 수령액이 적다. 4분의1 이상이 연방빈곤선 이하의 저소득층에 속한다.
반면 55세~64세 여성의 절반 이상은 취업 상태다. 자립할만한 수입원이 있다는 의미다.
“남편이 은퇴 후 24시간 함께 있게 되면서 삐걱대던 관계가 완전 금이 가고 감정적인 거리가 더욱 멀어진다”고 고트먼 연구소의 임상심리학자 줄리 슈와츠 고트먼은 설명한다.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을 하게 되면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끝내는 것에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다”경제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떠나기를 잘했다고 느끼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1970년, 20세에 결혼했다가 37년 후에 이혼한 셀리아 제프리스(64)는 “그와 나는 가려는 방향이 정 반대였다”면서 “이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헤어졌다고 말한다. 교사이며 작가인 그녀는 자립한 후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는 못하지만 창작문학 석사학위도 받고 평화봉사단으로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2년을 지내기도 하며 자신만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자신의 이혼에 대해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건 보츠와나에서였다. “63세의 백인 여성인 내가 이혼했다고 말하면 그곳 마을 주민들은 ‘그 나이에도 그럴 수가 있는가?’라고 놀라거나 ‘너무 늙어 다시 남자를 못 만날 것’이라고 걱정해 주었다”면서 웃었다.
그러나 새 남자를 만나는 것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것은 힐러리 스티븐스도 마찬가지다. 스티븐스는 “미지의 세계에 뛰어드는 것은 겁나는 일이긴 하지만 새로 정착한 타운에 가슴 설레며 새로 발견한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이혼과 독립은 정말 겁나고 두려운 경험이었다. 다 잘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견디어 왔다”고 스티븐스는 털어 놓았다.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열중했던 승마를 다시 시작했다. 결혼생활 중엔 꿈꾸지 못했던 일이다. 38년 만에 처음 승마대회에 출전하여 그녀가 속한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내가 워싱턴에 그냥 살았다면 말을 탈 기회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을 탈 수 있다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모른다”고 그녀는 말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