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빛나는 시절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짠한 것이 바로 ‘스무살’, 청춘일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스무살로 돌아가겠느냐고 물으면 바로 ‘예’하고 답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나이가 들어서일까? 그 젊음은 부럽지만 취업난과 치열한 경쟁을 떠올리면 선뜻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남녀가 많을 듯 싶다.
그래서인지 최근 종방한 tvN 금토드라마 ‘두번째 스무살’(극본 소현경·연출 김형식)은 특별하고 아름다웠다. 중장년에게는 흘러간 청춘에 대한 아쉬움과 추억, 청춘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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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응답 프로젝트’라는 수식어가 붙은 ‘두번째 스무살’은 꽃다운 19세에 덜컥 엄마가 돼 20년 동안 엄마로 살아온 ‘하노라’(최지우)가 잃어버린 스무살의 청춘을 되찾으려 뒤늦게 대학생이 되면서 벌어진 이야기다.
주연남우가 이상윤이기에 가능했던 ‘두번째 스무살’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 ‘엄친아’ ‘완벽 스펙남’ 이미지를 벗고 성격이 모난 연출자 ‘차현석’으로 열연한 이상윤(34)은 “‘두번째 스무살’은 제게 너무 감사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좋은 감독님과 작가님, 연기자들을 만났어요. 제가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드라마를 잘 이끌어주신 최지우 선배님 덕을 본 것 같아요"라며 자세를 낮췄다.
2007년 MBC TV ‘에어시티’ 이후 8년 만에 최지우(40)와 재회한 그는 KBS 2TV 드라마 ‘내 딸 서영이’(2012)에서 호흡을 맞춘 소현경(50) 작가와도 다시 만났다. 50%에 육박하는 기록적 시청률로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르며 ‘국민 남편’이라는 영광스런 수식어까지 얻었던 이상윤은 소 작가에게 감사를 표했다.
“작가님이 많이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 처음 캐스팅이 됐을 때 영화 촬영 중이라 만남을 가질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작가님하고 전화 통화를 했고 대본 리딩때 뵙고 인사를 드렸는데요, 작가님께서 ‘같이 해봐서 알잖아. 잘 할거잖아’라고 말씀해주셔서 많이 감사했어요. ‘내 딸 서영이’를 함께 해서 이번에 작가님 글에 담긴 뜻, 의도를 더 깊게 파악했던 것 같아요."
-하노라는 두번째 스무살을 대학 생활로 보냈잖아요. 만약 두번째 스무살을 보낸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대학생이라고 가정하면 여러가지 면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살 것 같습니다. 대학 시절에 배낭여행도 못 가봤네요. 여행도 갈 것 같고 미팅이나 동아리 활동, 아르바이트 등을 많이 해볼 것 같습니다. 만약 대학생이 아닌 생활을 하게 된다면 하노라 아들 민수(김민재)처럼 해외에 빨리 가보는 것도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네요. 언어도 습득하고 그들의 문화와 생각도 배울 것 같습니다. 좀 더 이른 나이에 그런 것들을 느낀다면 제 인생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돌아보면 다 아쉽긴 한데, 막상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면 다른 것 같아요. 안무가가 되고 싶지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던 나순남(노영학)처럼 자기 꿈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거든요.
“안타깝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스펙 쌓기보다 자기가 뭘 할 때 즐겁고 행복했는지를 찾는 일이 제일 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 꼭 해야 하는 일은 방향을 확실히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과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그게 다음 문제이기는 한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몰두하다보면 어느 순간 기회가 오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분명 욕심이 나서 열심히 할 것입니다. 그러면 좋은 성취를 얻을 것이고 결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봅니다. 뭔가 얻기 위해서 일을 시작하면 그걸 못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스펙 쌓기나 취업 준비는 결과물 때문에 하는 것이잖아요.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아닐 때는 실망감이 큰 것 같습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제 경우는 사실 운이 좋고 감사한 경우죠.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좋은 기회들을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경우라서 감히 ‘이러세요’라고 말할 수 없는데요. 경우를 따져본다면 그런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연기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또 따라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개인적인 이유로 어느정도 결과를 생각하면서 했을 때는 저 자신이 예전처럼 즐겁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반성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 때가 있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여느 드라마에서처럼 결혼해서 애를 낳고 한 건 아니잖아요. 현재 진행형의 결말인데, 혼자서 그려본 현석과 노라의 미래가 있나요?
“글쎄요.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결혼까지 가는 것은 생각을 못해봤고, 행복하게 연애하는 모습까지가 상상이 됐습니다. 결혼이 한 사람의 마음으로만 되는 게 아니고, 노라가 결혼으로 인한 아픔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결혼이 중요한 게 아니고 너무나 만나고 싶었던 두 사람이었으니까 행복하게 연애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런 첫사랑이 온다면 차현석처럼 할 수 있을까요?
“이런 경우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사람이 갑자기 증발해버린 거 잖아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다가 다시 나타난 상황이 타임슬립인 것 같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20년이 흘렀고 어제에서 바로 오늘로 이어지듯 그냥 나이만 먹은 상태입니다. 그 시간동안 감정이 무뎌진 것도 아니고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라서 마음에 많이 와닿았습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연기하는 본인조차도 ‘차현석의 이런 면은 멋있다’라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요.
“세심하게 챙겨주는데 대놓고 챙겨주질 않았잖아요. 이 사람이 뭐가 필요한지를 다 알고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여자 입장에서 참 좋아하겠다’ ‘여자의 마음을 잘 알고 소현경 작가님이 써주셨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남자들 입장에서는 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인 것 같아요. 먼저 여자의 마음을 헤아려주는데, 또 강하게 나서야 할 때는 멋지게 나서주잖아요. 남편의 불륜 현장에서도 ‘당신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유머러스하게 상황을 풀었죠. 특히 자기 감정을 감추면서 하노라를 남편과 이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멋진 사람이라고 느꼈네요."
-차현석은 어른 남자인데, 하노라와 지내는 것을 보면 고등학생인 것 같았습니다. 차현석의 매력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했나요?
“평소에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서는 어른스러울지 모르겠는데, 노라만 만나면 유치해지고 감정적으로 변해버리는 면이 이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차현석을 연기하는 재미이기도 했네요."
-극중 교복을 입고 춤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메소드 연기인가요, 아님 실제 모습인가요?
“메소드 연기였죠. (웃음) 사실 클럽에서 춤을 춰본 적이 없어요. 대본에 노라가 현석의 춤추는 모습이 재밌어서 더 신나게 춰야 된다고 나와 있었어요. 정신줄을 놔야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정신줄을 놨네요. 선생님으로부터 몇 가지 동작을 배우고 촬영을 잘 마쳤습니다."
-이런 역할, 처음 아닌가요?
“네. 이렇게 이랬다 저랬다 하는 인물은 처음이었습니다. 작가님이 감사하게도 여러가지 모습을 대본으로 써주셔서 많이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촬영이 계속 진행되면서 연기하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연기하는 재미를 느꼈다고 했는데, 과거 인터뷰에서 작품을 하면서 성장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신 게 생각납니다. 이번에도 자신을 성장하게 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연기로 성장했다고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성장을 느꼈다기보다는 다양한 연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이런 모습도 해볼 수 있었고 저런 모습도 해볼 수 있었고 그런 기회를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는 마음을 얻은 것 같아요."
-하노라의 아들 민수(김민재)처럼 캠퍼스 커플도 해보셨어요?
“CC는 못해봤어요. 하하."
-따라 다니는 여자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서울대 물리학과에는 여자가 없었나요?
자연과학부에 여학생이 많았어요. 남자와 여자가 반반 정도였어요. 20대 초반에는 대학생활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연애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선후배, 동기들과 술 마시고 돌아 다니는게 너무 재밌었어요."
-이상형에서 언젠가부터 ‘예쁜’이 빠지고 ‘착한’이 들어갔던데, ‘착한’이 ‘예쁨’을 아우르나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예쁘고 착한데 어리면 좋다’입니다. 하하하,
"-몇 살까지 어리면 좋아요?
“대화가 통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죠. 그래서 나이를 정할 수 없네요."
-결혼하고 싶은 나이가 있는지요?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도 없고 ‘특별히 늦게하고 싶다’도 없습니다. 기회가 오고 정말 좋은 사람이면 지금이라도 하고 싶고, 만약 그게 아니면 늦게 하는 것도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여자친구 있어요?
“너무 바빠서 없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들은 미래를 철저히 계획하고 과거를 복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 같아요. 특히 학창시절에 그랬을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희석이 됐다고 봐요. 기존에 살아왔던 모습은 자유로움과는 거리가 있지만, 미래를 전혀 계획하지 않을 순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과거에는 연연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래는 어느 정도 계획하지만 너무 그 틀에 맞춰 딱딱 맞추려고 하지 않고, 그건 연기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삶을 연기에 풀어놓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 연기가 성장하는 것 같고, 감정도 깊어지는 것 같아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모두 다 해보고 싶습니다. (웃음) 이 작품으로 더 많은 기회들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두번째 스무살’을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신효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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