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900달러씩 지불
▶ 각종 보양식·전신에 뜸
산후조리원에서 뜸 치료를 받고 있는 리루이.
산부인 리루이가 레드월 산후조리원에서 도우미가 자신의 아기를 씻기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회색 파자마를 걸치고 털이 달린 자주색 슬리퍼를 신은 리루이(31)가 고급스런 스위트룸의 안락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건강하고 편안한 모습이다. 지난 달 아들을 낳은 그녀는 꼬박 29일간 외부출입을 삼간 채 이곳에 머물렀다. 재력이 빵빵한 임산부들이 해산 직후 들어와 보통 한달간 칩거하는 이곳은 북경에 위치한 레드월 산후조리원. 최근 비온 뒤의 죽순처럼 여기저기 어지러이 생겨난 산후조리원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곳이다.
하루 900달러를 지불하며 조리원에 머무는 동안 리루이는 황후 부럽지 않은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아기를 낳느라 축난 몸을 추슬렀다. 그녀에게 배정된 전속 유모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올바른 요령을 가르쳤고 솜씨 좋은 셰프는 하루 여섯 차례 기력회복에 좋은 보양식을 만들어냈다. 전신 뜸도 매일 이어졌다. 조리원 소속 중의원이 떠주는 뜸은 산부가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중국 전통 산후요법 가운데 하나다.
지금 중국에서는 이처럼 호화로운 격리생활이 산후회복의 ‘황금 기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수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중국의 산후조리 관습에 따라 산부들은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혹은 시누이들의 엄한 감시 속에 옴짝달싹 못한 채 한달간 집 안에 갇혀 생활한다.
격리 요양기간에는 목욕과 외출이 철저히 금지되고 특정 음식은 입에 대지도 못한다.
중국의 전통적인 산부 격리요양이 국가의 공인을 받은 특수산업으로 모습을 바꾼 채 비상을 위한 용틀임을 하고 있다.
전통과 전문 의료지식을 한데 묶어놓은 산후조리산업의 최대 고객은 빠르게 기반을 넓혀가고 있는 중국 부유층의 여성들이다. 이들은 연 수백만명을 헤아리는 전국의 새 산부들과 마찬가지로 조상들이 전해준 산후조리 비법을 충실히 따라가려 든다.
그러나 가용소득 증가, 바쁜 직장생활과 소셜미디어의 급부상 등의 영향으로 격리요양의 전통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산후회복만큼이나 신분과시에 초점을 맞춘 엘리트 수준의 초호화 격리요양 시설들이 다투어 등장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리 루이는 “29일 동안 외부출입을 삼가고 실내에 머물렀지만 단 1초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인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 가벼운 운동을 마친 뒤 안락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유모들은 부지런히 그녀의 목에 타월을 걸쳐 주었다. 차가운 냉방기 바람에 목이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배려다.
리루이는 레드월 조리원에서 한달간 머물기 위해 총 2만7,000달러를 지불했다.
그녀는 “조리원의 특별한 맞춤형 보살핌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완벽하게 회복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주요 도시에는 온갖 편의시설을 두루 갖춘 산후조리원들이 들어서 있다. 마치 호화 스파처럼 보이는 이곳에서 부유층 가정의 산부들은 원기회복을 위해 고안된 다양한 서비스를 접하게 된다.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현재 700개를 넘어선 중국 전역의 산후조리원은 연간 총 4억8,4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징 레드월 조리원의 매니저인 쳉쳉은 “신세대 산부들은 원시적인 방법의 산후조리를 더 이상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레드월 조리원은 산부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1인당 월 1만1,000달러에서 2만7,000달러를 받는다.
중산층 소비자들을 위해 마련된 알라카르트 방식의 선택주문형 홈케어 서비스도 있다. 특별히 훈련된 산후회복 도우미를 한달간 집으로 불러들이는데 드는 비용은 최저 1,400달러에서 최고 3,000달러 선이다.
도우미가 산모와 유아 돌보기와 수유지원, 안면피부 치료에 관한 인증서를 지녔는지 여부가 가격차이를 불러온다.
사회적 규범의 진화와 맞물려 산부 격리요양에 대한 광범위한 사고변화가 일어나면서 일부 중국인 엄마들은 전통적인 산후조리 방식을 전면 거부한다.
베이징 출신 음악인 우페이(38)는 지난해 두 번째 아기를 낳은 뒤 격리요양 관습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산후조리는 출산이 목숨을 건 위험한 중대사였을 때 생겨난 미신과 같은 유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달간 씻지도 않고, 외출도 못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우페이는 땡기는 음식을 먹고 아기를 데리고 인근 공원으로 정기적으로 산책을 나갔으며 출산 후 얼마되지 않아 요가 클래스에 복귀했다.
일반의 의구심도 증폭되는 상황이다.
지난 8월 상하이에 열파가 엄습했을 당시 집에서 격리요양 중이던 임산부가 열사병으로 숨졌다. 혹독한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이불을 덮은 채 온상을 방불케 하는 방안에 누워있다가 화를 당한 것이다.
앞서 2월에는 일체의 신체운동을 거부한 산부가 격리요양 도중 사망했다.
하지만 아직도 산부들의 격리요양 관습은 중국인들의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있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둘째 딸 출산 후 몇 시간 만에 아기를 안고 나와 파파라치 앞에서 포즈를 취하자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시나 웨이보에는 “충격적”이라는 글이 넘쳐났다.
격리요양 신봉자들은 산후조리를 소홀히 할 경우 훗날 관절염과 같은 건강문제를 겪게 된다고 믿는다.
레드월 조리원이나 축월정과 같은 베이징의 산후조리원은 전문 도우미인 유에사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산부의 집으로 파견돼 일당 800달러를 받고 요리와 집안청소, 아기 목욕 등을 담당하기도 한다.
전국 100여 도시에 15개 조리원과 300개의 유에사오 디스패치 센터를 갖춘 레드월 조리원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가물치와 버섯에 ‘비밀 식재료’를 첨가해 만든 산부용 특별 수프다.
그러나 유에사오라든지 특별 보양식 때문이 아니라 친정어머니의 지긋지긋한 감시와 끊임없는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산후조리원을 찾는 산부들의 수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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