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 / 한국과 북한의 일본 협공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한국과 북한이 유엔총회에서 한목소리로 일본에게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협공을 퍼부었다.
이에 일본은 문제가 법률적으로 이미 모두 정리됐으며 도덕상으로도 충분한 사과를 했다는 입장을 내세워 맞대응했다.
한국과 북한 대 일본의 설전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 12∼14일 여성 지위 향상을 주제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벌어졌다.
포문은 한충희 주유엔 한국대표부 차석대사가 12일 한국정부 대표로 나선 국가발언에서 열었다.
한 차석대사는 이날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지난 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재차 강조했듯이 무력분쟁 당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언제 또는 어디에서 발생한 것과 상관없이 모두가 인권과 인간의 존엄 위반이다”며 유엔총회가 올해를 시작으로 매해 6월19일을 ‘세계 분쟁 당시 성폭력 근절의 날’로 기념하기를 선포한 사실을 상기시킨 뒤 “그러나 이 같은 기념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여러 미해결 인권 위반 사례들이 남아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계 2차 대전 당시 소위 ‘위안부’(comfort women)로 불러진 피해자들 중 오로지 극소수만이 현재 생존하고 있다”며 “우리가 여성,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325호 채택 15주년 기념을 맞이하면서 그들(종군 위안부)에게 ‘그들이 강제로 견뎌내야 했던 피해(성노예)에 대한 진솔한 답례의 존엄’을 절대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차석대사는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이 계속적인 문제에 대한 적절하고 신속한 결 의를 강력히 요구 한다”고 밝혔다.
이에 13일 일본정부 ‘교체대표‘(alternate representative)로 나선 아리노 야구치 교수는 국가발언에서 한 차석대사가 앞서 지적한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여성지위 향상에 대한 아베 신조 현 일본 정부의 노력과 미래 계획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여성이 빛나는 사회’ 실현이 일본의 국내와 해외 정책의 지침 원리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4일 북한정부 대표로 나선 리성철 주유엔 북한대표부 참사는 국가연설에서 종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에 대해 일본을 맹비난했다.
그는 “우리 대표단은 이번 기회에 ‘위안부’로 알려지고 여성 권위에 대한 심각한 침해인 일본군의 ‘성노예’(sex slavery)와 같은 과거 범죄를 은폐하려는 일본의 태도를 다시 또 문제 삼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일본은 ‘코리아’(Korea) 점령기간 당시에서만도 10대 소녀들을 포함한 20만 명 이상의 ‘코리안 여성들’을 성노예로 삼아 그들에게 비인간적인 고통과 모든 종류의 굴욕을 주는 인권범죄를 저질렀다”고 공격했다.
리 참사는 또 “이에 대해 유엔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은 ‘위안부’ 문제를 ‘군대를 위한 성노예’ 범죄로 정의를 내려 일본정부가 법률적 책임을 인정할 것과 피해자들에게 즉시 공식 사과하고 배상할 것, 교육 과정에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고 범죄자들을 처벌할 것을 권고했다”며 “우리가 일본이 위안부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한 미국 연방의회 결의에서 보았듯이 세계 여러 국가들은 일본이 일본제국 군인의 성노예를 포함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신속한 사과와 배상을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 참사는 이어 “하지만 일본은 사과는커녕 우리가 세계 2차 대전에서 일본의 패전 이후 70년을 맞이하는 오늘까지도 계속해서 일본제국 군인의 성노예 범죄를 부인하고 미화하고 있다”며 “과거 범죄를 부인하는 국가들은 같은 범죄를 반복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일본은 이날 모든 국가들의 발언 순서가 끝난 뒤 이어진 ‘응답권한’(Right of Reply) 차례에서 첫 번째 발언권을 얻어 한국과 북한의 발언에 대응하고 나섰다.
준 사이토 주유엔 일본대표부 공사는 ‘응답’에서 한국과는 종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모든 세계 2차 대전 관련 문제들이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과 관련 양자협약으로 모두 해결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아시안여성기금’(Asian Women’s Fund)을 통해 구체적인 구제기금을 제공하는 등 최대한도의 노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해서는 북일 평양협정에서 양국 지도자들이 관계정상화가 이뤄지면 1945년 8월15일 이전의 모든 배상문제를 서로 각각 철회하기로 했으며 이 문제를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협의했다고 강조했다.
사이토 공사는 이외에도 유엔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 대해 “잘못된 사실에 근거했고 특히 이 문제(종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기본 입장과 노력을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일본정부는 그 같은 지적과 권고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한 차석대사는 ‘응답권한’을 얻어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재차 강조했다.
한 차석대사는 “문제 해결의 첫 시작은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자의가 아니게 강제로 성노예를 강요당했다는 사실과 여러 유엔 보고서들이 강조했듯이 ‘위안부’ 문제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완전히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 여성폭력특별보고관과 유엔 무력분쟁당시성노예특별보고관의 보고서들뿐만이 아니라 반고문위원회, 인권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유엔기구들도 모두 이 문제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은 물론 1965년 한일협정을 포함해 그 이외 어떠한 한일 양자협약을 통해 해결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확인하고 있다며 사이토 공사가 언급한 ‘아시안여성기금’도 일본정부 예산이 아닌 개인기금 모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리 참사도 ‘응답권한’을 행사해 “일본은 지난 세기 코리아 점령당시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사과하기는 커녕 계속해서 과거 범죄 역사를 부인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리 참사는 아베 총리가 종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인신매매’ 피해자들이라고 가리킨 것에 대해 “대놓고 모욕한 것”이라며 8월14일 내놓은 세계 2차 대전 종결 70주년 기념사에서도 “고의적으로 사과를 회피하고 오히려 코리아를 포함한 몇몇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도발을 정당화해 국제사회의 항의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사이토 공사는 제2차 ‘응답권한’을 행사해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의 발언에 구체적으로 논박하는 것을 자제 하겠다”며 “그 대신 과거 위안부들 개개인 앞으로 보내진 총리의 편지 내용 일부분을 소개 하겠다”고 말한 뒤 내용을 낭독했다.
그는 내용을 “위안부로서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치유할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모든 여성들에게 일본 총리로서 최대한도의 진실한 사과와 가책을 전달합니다. 본인은 우리나라가 윤리상의 책임을 가슴 아프게 느끼고 사과의 마음과 자책으로 과거 역사를 정면 맞이하면서 후세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과 북한도 차례로 제2차 ‘응답권한’을 얻어 일본 정부가 하루속히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행동과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한편 북한과 일본의 공방은 14일 유엔총회 본회의에서도 벌어졌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총회에 제출한 연례활동보고서를 논의하는 이날 총회 본회의에서 히로시 미나미 주유엔 일본대표부 자석대사가 국가발언을 통해 일본이 제70차 유엔총회에도 유럽연합(EU)와 함께 북한인권결의안을 발의할 계획을 발표하자 안명훈 주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응답권한’을 얻어 종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일본의 과거 반인도적 범죄를 규탄했으며 이에 일본도 ‘응답권한’을 행사해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를 내세워 맞대응했다.
설전은 양국이 각각 제2차 ‘응답권한’까지 얻어 서로의 입장을 강변하며 팽팽하게 전개됐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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