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길·유동근·백윤식·김영철·안재모·안내상 등 쟁쟁한 연기파들
영화 ‘베테랑’과 ‘사도’로 영화계를 ‘들었다 놓았다’하는 배우 유아인(29)이 여세를 몰아 5일 시작하는 SBS TV 새월화 사극 ‘육룡이 나르샤’에 출연한다.
’사도’에서 사도세자를 연기한 그는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태종 이방원 역을 맡았다.
아버지 영조의 카리스마에 짓눌려 차츰 정신이 이상해진 사도세자와 달리 이방원은 권력을 잡기 위해 무소불위로 달려드는 강한 인물이다.
역대 사극에서 정적 살생에 주저하지 않고, 파워가 넘치는 권력욕의 화신으로 조명돼온 이방원은 그 무게감에 맞게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거쳐간 캐릭터다.
’대세 배우’ 유아인이 도전하는 이방원을 앞서 어떤 배우들이, 어떤 색깔로 연기했는지 살펴봤다.
◇ 이정길 - 고뇌하는 이방원
1983년 MBC TV ‘조선왕조 오백년 - 추동궁마마’에서는 당시 39세의 이정길이 이방원을 연기했다.
1차 왕자의 난을 일으키기 전 정안군 이방원은 이렇게 읊조린다.
"이 왕조의 앞날을 나만치 깊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는 없다고 단언을 합니다. (중략) 남들은 형제들의 싸움이요, 세력의 싸움이요, 권력을 앞에 놓고 살생을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천하의 악업을 등에 업고서라도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이 왕조는 3대를 넘지 못하고 망하고 말 것이옵니다. 누가 나서서 사람을 죽이겠습니까. 사람 죽이는 일 좋아서 할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없습니다. 하지만 저들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새 왕조의 기틀은 영영 잡히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래서 내가 나섰소이다. (중략) 천벌을 받으라면 천벌을 받겠소이다. 나 한사람 천벌을 받아서 이 나라 조선이 대대손손 태평성대를 누리면서 천년이 흐른다면 나는 웃으면서 그 천벌을 받겠소이다. 하지만 이 나라 조선을 비방하는 자, 그것이 설사 내 자식인들 나는 살려두지 않을 것이요."
조선의 앞날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고뇌하는 이방원이다.
◇ 유동근 - 카리스마 넘치는 이방원
1996~1998년 KBS 1TV ‘용의 눈물’의 이방원은 유동근에게 절정의 인기를 안겨준 역할이다.
월탄 박종화의 소설 ‘세종대왕’을 원작으로 한 이 대하드라마로 유동근은 1997년 KBS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시청률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용의 눈물’에서 유동근이 보여준 연기는 카리스마가 ‘작렬’했다. 이후 유동근은 이방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가 됐다.
당시 유동근은 인터뷰에서 "연기자라면 이방원 역은 누구나 한 번쯤 탐을 낼만한 강렬한 이미지를 지닌 인물"이라며 "나라의 기틀을 잡은 인물 또는 골육상쟁의 주인공으로 평가가 엇갈리지만 그의 인간적 고뇌를 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힘있는 이방원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고, 그의 연기가 화제가 되면서 당시 태종의 능이 있는 헌인릉(서울 서초구 내곡동)이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 김영철 - 냉혹한 이방원
김영철은 2008년 KBS 1TV ‘대왕세종’에서 이방원으로 분했다.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고, 승복할 줄도, 뒤돌아볼 줄도 모르며 정적을 제거하는 데 눈물 한 방울 보태지 않는다"는 설명이 붙은 냉혹한 태종이었다.
’대왕세종’이 시청률에서 전작들보다 부진하면서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김영철의 존재감에 주인공 세종(김상경 분)이 묻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김영철은 태종보다는 ‘태조 왕건’의 궁예와 ‘공주의 남자’의 수양대군으로 더 각인됐지만, 냉혹한 태종을 연기할 때도 찬사가 잇따랐다.
◇ 백윤식 - 공포심 유발하는 이방원
백윤식은 2011년 SBS TV ‘뿌리깊은 나무’에 태종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극초반 세종의 젊은시절을 연기한 송중기와 호흡을 맞춘 그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노년의 태종을 보여줬다.
아들을 강하게 키우려는 아버지의 마음과 나이가 들면서 아집과 독선이 늘어난 권력자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 그는 언제든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야비하고 공포스러운 태종을 그려냈다.
◇ 안재모 - 광기 어린 이방원
2014년 오랜만에 정통사극 붐을 일으켰던 KBS 1TV ‘정도전’에서는 안재모가 이방원을 맡았다.
그가 그린 이방원은 연산군처럼 광기 어린 모습이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그동안 이방원은 자신을 감추고 조용히 숨어 있다가 먹잇감이 나타나면 튀어나가 물었다. 그런데 정몽주를 제거하면서 이제 그는 숨길 게 없어졌다. 발톱이 다 드러났다"며 권력욕에 ‘늑대’와 같이 변하는 이방원의 모습을 그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용의 눈물’에서는 태종 이방원-세종으로 연을 맺었던 유동근과 안재모는, ‘정도전’에서는 이성계-이방원으로 호흡을 맞춘 특별한 인연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 장혁은 2014년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안내상은 올 초 방송된 JTBC ‘하녀들’에서, 최태준은 2012년 SBS TV ‘대풍수’에서 각각 이방원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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