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 편향적 기존 틀 벗어나야
▶ ’젠더 서밋’ 참석자들 이구동성 남녀차이 반영한 과학연구 중요성 강조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5 아시아태평양 젠더 서밋 기자회견에서 참가 인사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젠더 서밋은 과학기술의 연구·개발(R&D)에서 남녀의 젠더(性) 차이에 따른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회의다. 2015.8.26
"논문 저자 대다수가 게재를 검토해달라고 메일을 보낼 때 ‘편집장(editor)께’라는 단어 대신 남성을 지칭하는 ‘귀하(sir)께’라고 씁니다. 정작 여자 편집장이 더 많은데 말이죠."
헬레나 왕 ‘란셋’ 아시아지역 편집장은 26일 ‘젠더 서밋’을 앞두고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과학기술계에 만연한 성(性) 차별을 드러내는 한 예로 이같이 말했다.
젠더 서밋은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서 남녀 간 젠더(gender)의 차이가 갖는 중요성을 논의하는 국제 학술대회다. 올해는 이날부터 28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간담회에 참석한 연사들은 남녀 간 젠더의 차이를 인정하고 연구개발에 반영해야 과학기술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엘리자베스 폴리처 영국 ‘포샤’ 소장은 "연구가 실패했을 때 남성 연구자들은 곧바로 다른 방식을 적용해 재시도하지만, 여성 연구자들은 실패한 원인부터 분석하려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이런 남녀 차이를 인식하고 연구개발에 적용해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과학적 집단 지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커트 라이스 노르웨이 HioA대 교수는 "젠더 서밋이 강조하려는 것은 단순히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며 "더 나은 과학의 질을 추구하려면 남성 편향적이었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일부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효과를 내고 있다.
젠더 혁신을 앞장서는 국가인 노르웨이에서는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을 때 제안서에 젠더에 관한 내용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권위 있는 의학학술지 란셋은 젠더의 특성을 강조한 연구를 권고하고 있으며, 성소수자인 트렌스젠더의 건강에 관한 연구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 젠더 혁신 개념을 처음 주장한 론다 슈빙어 스탠퍼드대 교수는 특히 ▲ 펀딩 기관 ▲ 동료 평가(peer review) ▲ 대학 ▲ 산업 등 네 가지 분야에서 젠더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젠더 관련 내용이 반드시 담겨야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거나 논문으로 출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대학의 교과과정이나 안전과 관련된 산업 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젠더 차이를 고려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밋을 공동주최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의 이혜숙 소장은 "젠더 특성을 고려한 연구개발이 갖는 가치와 기후변화, 물 부족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고자 한다"며 "두 가지 목표가 연결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등 경제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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