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재단이란 단체는 개신교 단체인가요?” “아닌데요. 일반단체입니다만…”
“그런데 왜 미주 한인의 날 기념행사를 개신교식으로 합니까?”
2일 독자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뒤통수를 때렸다. 제10주년 미주 한인의 날 행사 보도를 읽은 독자의 목소리는 점잖았지만 준엄했다.
“미주 한인의 날 기념행사는 그야말로 전체 한인들의 잔치인데 어찌해서 기도회, 기념예배, 출판 감사예배… 이런 개신교 행사만 있습니까? 개신교인이 아니면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말란 이야기입니까? 이런 무례가 어디 있습니까.”
‘종교적 관성’이 한인사회에 횡행하고 있다. 직장에서든, 모임에서든, 행사에서든 개신교적 기도가 보편화된 지 오래다. 참석자 중에 개신교인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런 의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취재를 다니다보면 개신교인이 아닌 참석자들이 ‘뻘쭘하게’ 그 시간을 보내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된다. 얼굴에 불쾌감이 쓰여 있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다수의 행위에 ‘분위기 깬다’는 생각에 대부분 그냥 참고 그 시간을 보낸다.
허나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동안 워싱턴 평통에서도 기도가 행해졌다. 한 자문위원이 “헌법기관에서 특정종교 행위를 하는 건 안 된다”고 이의제기를 하면서 황원균 회장 들어 중지시켰다. 휴스턴에서는 총영사가 동포간담회에서 식사 기도를 제안했다가 “여기가 기독교 모임이냐”는 반발에 곤욕을 치렀다.
사람은 습관의 관성체계다. 누군가 산길에 길을 내면 사람들은 그 길로 다니게 되고 마침내 널찍한 길이 되는 것이다. 일반 모임에서의 개신교적 기도행위도 처음엔 소박한 뜻으로 행해졌지만 나중에 ‘종교적 관성’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종교를 가졌거나 종교가 없는 참석자들의 존재는 무시하게 된다. 다수의 종교 앞에 그들이 가질 불쾌감은 가치 없는 감정으로 격하될 뿐이다.
미국에는 국교가 없다. 미국의 헌법은 모든 국민들은 자신이 가진 종교로 인해 어떠한 탄압도 받지 않고 국가나 어떤 기관, 조직으로부터도 종교와 관련된 강제력을 행사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 모임에서 특정 종교의식을 행하다 수많은 소송이 벌어졌고 그때마다 특정 종교행위를 한 측이 패소했다.
미국의 헌법은 종교적 침해를 받지 않을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한인사회의 모임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특정 종교행위는 분명히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미주 한인재단이 계획한 한인의 날 행사도 마찬가지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겠지만, 독자의 지적처럼 특정 종교의 행사가 되어선 안 된다. 그것은 미국의 헌법의 가치를 저버리고, 종교적 자유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신앙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종교적 관용과 금도(襟度)가 한인사회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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