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갑오년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는 모국에서 불어온 세월호 참사에 워싱턴도 가슴 먹먹했던 한 해였다. 그 슬픔과 공분의 그림자가 한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좀처럼 떠나지 않은 가운데도 다양한 이슈와 사건들이 환한 햇살처럼, 때론 먹구름처럼 2014년을 관통했다. 올해 워싱턴 한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굵직한 사건들을 10대 뉴스로 선정, 정리한다. <정리 이종국 기자>
1.VA 교과서 동해병기법안 통과
2012년 시작된 버지니아주 교과서의 동해병기 캠페인은 올 3월 대망의 결실을 맺었다. 일본의 방해공작을 뚫고 주 상원과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고 매컬리프 주지사가 서명함으로써 7월1일부터 동해 병기가 의무화됐다. ‘미주 한인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한인사회가 한마음으로 성취한 이번 풀뿌리 운동의 성공은 결집된 한인 정치력의 한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공(功)을 둘러싼 후유증은 쓰라린 교훈도 남겼다.
2.세월호 참사 충격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대형 여객선 참사에 한인사회도 함께 울었다. 세월호가 지난 4월16일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생존자 172명을 제외한 295명이 숨졌으며 실종자 9명의 사체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희생이 많아 더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
3.메릴랜드 한인정치사 새 장 열다
메릴랜드에 경사가 넘친 해였다. 지미 리 버지니아 전 상무차관이 소수계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1호 장관의 기록을 세웠고 한인 2세인 마크 장과 데이빗 문 2인은 주 의회에 최초로 입성했다. 또 11월 선거에서 한인 부인을 둔 래리 호건(공화)이 극적으로 당선되면서 미국내 첫 한인 주지사 부인 탄생이란 경사도 맞았다.
4.오바마 이민개혁 행정명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1월20일, 최대 500만 명에 달하는 불법체류 이민자들을 구제하는 내용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로써 불법 체류자들에는 새로운 희망이 생겼으나 텍사스 등 17개 주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화당을 중심으로 이민개혁 행정명령 시행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5.보수-진보 갈등 심화
세월호 참사정국은 한인사회를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대립의 장으로 변질시켰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촉발된 양측의 갈등은 한인여성들이 뉴욕타임스에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광고를 게재하면서 극에 달했다. ‘나라 망신시켰다’는 여론에 보수는 종북으로 몰아세웠고 소송전까지 비화됐다. 통합진보당 해산사태를 보는 양측의 시각도 극명하게 갈렸다.
6.위안부 기림비 페어팩스에 건립
5월30일 페어팩스카운티 정부청사 부지에 약 1.5m 크기의 비석 하나가 세워졌다. 일본에 의해 여성들이 강제로 성노예로 동원됐다는 내용이 적힌 위안부 기림비였다. 정부 청사 내에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위안부 메모리얼 평화가든’이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정신대대책협의회와 페어팩스 정부 관계자,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 등이 참석해 제막의 의미를 새겼다.
7.‘변호인’ 등 한국영화 돌풍
한국에서 1천1백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이 2월 워싱턴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반향이 그리 클 줄은 몰랐다.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 한인 영화팬들이 몰리면서 극장마다 상영을 연장하는 등 인기몰이를 했다. 이어 역대 최다 관객이 든 영화 ‘명량’도 워싱턴에서 그 돌풍을 이어갔다.
8.한국 투자가들 ‘Buy Washington’ 붐
한국 기관투자가들의 ‘바이 워싱턴(Buy Washington)’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올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9층 빌딩을 약 1억7천800만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삼성SRA자산운용, 새마을금고, 한화생명 등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차례로 워싱턴 DC의 대형 오피스 빌딩 매입에 나섰다. 높은 임대율과 안정적 임대수익이 요인으로 분석된다.
9.경암 스님 입적과 보림사 사태
워싱턴 지역 불교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보림사의 경암 주지스님이 5월2일 입적했다. 그러나 절의 소유권과 진로 문제를 둘러싸고 상좌승과 유족을 주축으로 신도들이 양분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경찰이 동원되고 법적분쟁으로까지 비화돼 불교계의 위신이 추락되는 결과도 빚었다.
10.월드컵, 초여름 달구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함성이 워싱턴에 울려 퍼졌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이 6월12일 개막, 7월13일까지 대장정에 돌입하면서 워싱턴 한인사회의 열기도 고조됐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후유증과 장기간 불경기로 인해 예년의 월드컵 대회 때와 비교하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합동 응원전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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