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파원 칼럼
▶ 김현수 / 서울경제 베이징특파원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카피캣’ 샤오미(小米·Xiaomi)가 삼성전자를 따라잡았다고 난리법석이다.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싸구려 모조품으로 어설프게 시작한 샤오미가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누르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인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샤오미는 중국시장에서 1,499만대를 팔며 삼성전자보다 점유율에서 2%포인트나 앞섰다. 창업 5년 만에 휴대폰 시장의 거대 공룡을 따라잡았다.
좁쌀이란 의미의 샤오미는 중국에서 짝퉁 애플로 통하며 중저가폰 시장을 휩쓸고 있다. 창업자 레이쥔은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듯 청바지에 검정 티셔츠를 입고 제품 발표회에 나타난다.
또 구글 출신인 휴고 바라 부사장을 글로벌 마케팅에 투입한 용병술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마케팅보다 이벤트에 강하다. 일주일에 한 번 초저가 인터넷 한정판매는 중국 젊은 층을 샤오미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샤오미의 성공 비결은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둔 기술력이다. HTC·레노버 등 중국 휴대폰 업체가 삼성과 애플의 공세에 시장에서 힘을 잃는 동안 샤오미는 미유아이(MIUI)라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해 시장을 확대했다. 특히 샤오미는 애플의 마케팅 전략을 본떠 애플리케이션과 게임 등 각종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단순히 싼 가격만으로 중국시장을 장악한 것은 아닌 셈이다.
‘짝퉁’이라는 비웃음을 받던 샤오미가 제대로 만든 싼 물건을 쏟아내며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데 대해 삼성전자가 어떤 대응을 할지 다른 중국 업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특히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3의 연이은 히트로 삼성전자는 중국시장에서 애플을 뛰어넘어 고가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다. 브랜드 파워도 수직 상승했다. 샤오미가 점유율을 확대했지만 비슷한 가격대에 삼성과 샤오미 중 어떤 제품을 선택할 것인가 묻는다면 중국인들은 당연히 삼성이다. 하지만 샤오미의 저가폰 시장 잠식 속도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고민이다.
시장이 프리미엄과 중저가폰으로 분화될 것으로 예상은 됐지만 신제품 소화가 덜 끝난 상황에서 밀고 들어오는 저가폰 공세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저가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소홀히 했던 삼성전자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샤오미 등에 맞서 중저가폰 마케팅을 강화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프리미엄 시장을 고집할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삼성전자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샤오미 등 중국 저가폰에 대응해 중저가폰 라인업을 확대하고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점유율은 회복되겠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쌓아올린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살 수 있는 삼성이라면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삼성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게 중국인들의 속내이기 때문이다. 선택은 삼성전자의 몫이다. 다만 애플이 저가모델인 아이폰 5C를 내놓았을 때 중국시장은 잠시 반짝했을 뿐 다시 아이폰5S로 고객은 옮겨갔다는 사례와 한때 전 세계 휴대폰 점유율 40%를 기록하며 휴대폰의 A부터 Z까지 있다고 자랑했던 노키아가 삼성전자와 애플에, 저가에서는 중국에 밀리며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사업을 매각한 상황이 떠오른다.
중국 가을 휴대폰 시장을 겨냥한 신모델 출시가 시작됐다. 다음달 3일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4, 9일 애플의 아이폰6가 출시된다. LG전자는 2·4분기 북미시장에서 히트 친 G3를 내놓는다.
하지만 상반기 중국시장에서 LG의 휴대폰 점유율이 0.1% 정도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G3의 중국시장 안착이 그리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LG전자 고위층의 말처럼 중국 휴대폰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직접적인 상대가 아닐지 모르지만 중국시장에서는 LG의 브랜드파워는 약하다.
시장에서 절대 강자는 있을 수 없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기업만이 살아 남는다. 가을 중국 휴대폰 대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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