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유일하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동물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는 나름대로 신호를 보내며 의사를 전달하고, 먹이를 발견했을 때 웃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것이 기뻐서 지르는 소리인지 진정한 웃음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반면 인간은 갓난아기도 말을 하기 전부터 웃을 줄 안다. 천진난만하고 밝디 밝은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와 표정처럼 부모나 주위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도 없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잘 웃는 아이가 더 많은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살아남을 확률도 많았을 것이다.
웃는 능력은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들지만 인간은 죽기 직전까지 웃을 줄 안다. 웃음에 관한 여러 연구를 종합해 보면 웃음은 혈관을 확장시켜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엔돌핀을 분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잘 웃고 남을 잘 웃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간관계도 좋고 사회생활도 원만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사람을 웃기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은 코미디언은 복 받아야 할 사람이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직업은 없겠지만 코미디언만큼 힘든 직업도 별로 없다. 인간을 웃기는 것은 울리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비극적인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웬만한 배우면 할 수 있지만 코미디 배우로 성공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만 가능하다. 남을 웃게 하는 것은 특출한 재능이기 때문이다.
코미디언이 힘든 이유는 또 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슬픈 일이 있더라도 무대에 서면 이를 감추고 남을 웃기며 자신도 웃어야 한다. 이렇게 정서적으로 어긋나는 일을 하다 보면 이를 이겨내기 위해 술이나 마약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술과 마약에 의지하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밖에는 없고 점점 더 강도 높은 자극이 필요하게 된다. 많은 코미디언이 약물 중독자가 되는 이유다.
지난 주말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코미디언의 하나인 로빈 윌리엄스가 북가주 자택에서 목매어 죽은 시체로 발견됐다. 전 세계적으로 4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인 ‘Mrs. 다우트파이어’를 비롯, 만화 영화 ‘알라딘’의 지니 역할 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세월 웃음을 선사했던 그가 속으로는 남모를 고통 속에서 약물 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코미디 스타로 뜨면서 약물에 손을 대기 시작한 그는 80년대 동료 코미디언 존 벨루시가 마약 과다 복용으로 숨지는 것은 보고 20년 동안 마약을 끊었다. 그러다 수 년 전부터 다시 술과 마약에 의지하기 시작했으며 그래도 끝없이 찾아오는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의 뜻밖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겉보기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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