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서든지 1등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같이 땅도 넓고 인구도 많은 데서는 특히 그렇다. 그 힘든 1등을 LA가 꿋꿋이 해오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도로 정비다. 도로 상태가 좋은 순위에서 1등을 했으면 오죽 좋으련만 LA가 차지한 1등은 최악 도로 랭킹에서다. LA 도로를 달려본 사람이라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툭 하면 땅을 파헤쳐 공사를 한 후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울퉁불퉁 한 곳 천지고 팟홀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최근 전국 교통 연구 기관인 TRIP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가주 도로의 64%가 엉망(전국 평균은 25%)이며 그중에서도 LA-롱비치-샌타 애나는 미국 도시 중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남가주 주민들은 차량 수리비로 832달러를 추가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평균 377달러의 2배가 넘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LA시는 세금 인상을 고려했으나 결국 이를 포기했다. 왜 포기했는지는 지난 주 나온 LA 도로 정비국 감사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도로 정비국은 유틸리티 회사들로부터 1억9,000달러의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데도 걷지 않았고 2,100만 달러의 여유 자금이 있는데도 이를 도로 정비에 사용하지 않고 반환했다. 시중에서 싸게 살 수 있는 아스팔트를 자체 생산한다며 비싸게 지불하는가 하면 지난 3년간 95만3,000개의 팟홀을 메웠다고 하면서 그 중 60%는 증빙 자료가 없었다. 거기다 인건비를 줄인다고 팟홀 메우는 첨단장비를 도입한 후 날씨가 더워 사용할 수 없다며 폐기했다.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가 운영했더라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도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웨스트 LA에서는 30인치 크기의 수도관이 터져 30피트 높이의 물기둥이 치솟으며 2,000만 갤런의 물이 낭비됐다. 이로 인해 새로 단장한 UCLA의 폴리 퍼빌리언은 엉망이 됐고 거의 1,000대의 차가 물에 잠겼다. 요즘 LA는 100년만의 가뭄으로 잔디에 물을 주다 조금만 넘쳐도 500달러나 벌금을 물리는 형편이다. 이런 정도의 유출 사고가 발생했으면 누군가 목이 달아나고 벌금도 엄청 물어야 할 것 같은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고의 원인은 수도관이 오래돼 부식된 것으로 보인다. LA 수도관은 가설된 지 100년이 다 돼 간다. 교체가 시급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 속도라면 앞으로 수도관을 전면 교체하는 데는 3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예산 부족이 아니라 예산을 잘못 쓰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LA 수도전력국 직원 평균 연봉은 2012년 현재 10만1,237달러다. 다른 시 직원보다 50%가, 다른 수도전력국 직원에 비해서는 25%가 높다. 이 중 일부는 오버타임으로 연봉의 50%를 더 가져가고 있다. 2013년 상반기 이들이 오버타임과 보너스로 가져간 돈만 7,7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와중에 작년 수도전력국은 예산 중 4,000만 달러를 수도 노조와 매니저가 공동 관리하는 펀드로 빼돌린 사실이 발각돼 조사를 받고 있고 6만 명의 고객에게 과다 청구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것도 모자라다는 듯 지난 주 LA는 온라인 중개업체인 섬네일 닷컴 조사 결과 미국 주요 도시 중 스몰 비즈니스에 가장 적대적인 도시의 하나로 뽑혔다. 전국 1만2,632 업소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LA는 82개 도시 중 비즈니스 친화도에서 74위를 차지했다. 새크라멘토가 82위로 꼴찌고 샌디에고 78위, 옥스나드 76위였다. 주로도 가주는 일리노이, 로드아일랜드와 함께 바닥을 기었다. 1, 2, 3위는 유타, 텍사스, 아이다호가 차지했다. 왜 도요타가 최근 남가주를 떠나 텍사스로 갔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기후로 보나 위치로 보나 인적 자원으로 보나 가주와 LA는 누구 못지않게 번영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정치와 행정이 엉망이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이라도 LA와 가주 정치인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