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한탁씨 ‘종신형 무효’ 판결 받기까지
▶ 우울증 딸 화재로 숨진 사건 방화혐의, 2년전 재심요청 받아들여져 새 국면
친딸을 방화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오던 이한탁(79·사진)씨가 연방 법원의 판결 무효 선고로 25년만에 공식적으로 누명을 벗은 가운데(본보 9일자 보도) 이씨의 변호인단이 이씨의 석방을 위해 즉각 보석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혀 그가 조만간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악몽의 사건
이씨를 ‘악몽의 25년’으로 몰아넣은 사건은 1989년 7월29일 새벽 펜실베니아주 먼로카운티 스트라우드 타운십에 있는 한 수양관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철도고등학교와 연세대를 거쳐 교사생활을 하다가 1978년 뉴욕으로 이민 온 이씨는 맨해턴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평범한 이민자였다.
당시 큰딸 지연(당시 20세)씨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딸과 함께 수양관에 갔다가 화재를 만난 게 그의 인생을 뿌리째 바꿔놓았다. 이씨는 당시 탈출했지만 지연씨는 수양관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누전 등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방화 혐의를 제기했다. 그의 변호사조차 “우울증을 앓던 딸이 자살하기 위해 화재를 일으킨 것”이라며 누군가 불을 지를 사건이라는데 무게를 뒀다.
누전 등 사고에 의한 가능성이 크다는 화재 전문가들의 조사보고서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고, 결국 “우울증을 앓던 딸과 관계가 좋지 않던 이씨가 건물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질렀고, 그의 셔츠와 바지에 묻어 있는 발화성 물질이 그 증거”라는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종신형이 선고됐다.
이씨는 이후 변호사를 4차례나 바꿔가며 항소와 재심을 요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이씨의 아내도 투병생활을 하는 등 시련이 깊어졌다.
■25년만의 반전
그러나 2년 전인 2012년 제3 순회항소법원이 이씨의 재심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이씨의 변호인 피터 골드버거 변호사는 뉴욕시소방국 화재수사관 출신인 존 렌티니 박사의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씨의 유죄판결을 이끌어낸 검찰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 그의 옷에 묻은 발화물질이 모두 다르다”는 렌티니 박사의 주장에 대해 항소법원은 하급 법원에 ‘증거심리’를 명령했다.
검찰은 5월29일 증거심리에서 렌티니 박사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했고, 오히려 렌티니 박사의 기법이 더 정확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지난 8일 연방 지법 윌리엄 닐런 판사가 이씨에게 내려졌던 방화·살해 혐의에 대한 유죄평결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 선고를 무효화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검찰에게 이씨를 앞으로 120일 안에 재기소하거나, 아니면 석방하라고 명령했다.
■전망
검찰이 지난 1989년 발생한 사건에 대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씨의 석방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법원이 보석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이씨는 24년만에 감옥에서 풀려나 최종 결과를 기다릴 수 있게 된다. 보석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이씨는 검찰이 120일 내 재기소해 재판을 열지 않을 경우 자동 석방된다.
최종 판결이 나왔지만 이씨를 기소했던 데이빗 크리스틴 먼로카운티 검사는 항소할 뜻을 보이면서 “시간이 너무 지나서 재기소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지만 얼마나 많은 증인이 아직 생존해 있는지, 또 얼마나 당시를 기억하는지를 신중히 재검토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수·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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