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제목만 봐도 화가 나요. 한국 군대가 아직도 저렇다면 어느 부모가 마음 편히 아들을 군대에 보내겠어요?”
남가주에 사는 주부 H씨는 요즘 한국 군대내 잔혹행위 관련 기사를 가슴이 떨려서 읽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육군 28사단에서 지난 4월 윤모(23) 일병이 선임병들의 무자비한 구타로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병영 잔혹사’가 연일 한국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치약을 강제로 먹였다, 코를 곤다고 방독면을 씌워 자게 했다 … 제목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요. 군부대 가혹행위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아요.”
20대의 아들을 둔 그는 한국의 또래 청년들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한다. 미주한인들로서는 한국의 조카나 친구 아들이 겪었을 법한 일 - 민감하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군대’는 이민1세 남성들에게 묘한 애증의 대상이다. 젊은 시절 금쪽같은 3년을 바친 강렬한 체험의 장이었던 만큼 미국에 왔다고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 스트레스 심할 때마다 군대에 다시 가는 악몽을 꿀 정도로 고통스런 기억의 근원이자, 남자들이 모였다 하면 군대 이야기를 할 정도로 잊지 못할 추억의 공간이기도 하다.
군대에 대한 이런 이중적 감정은 각 가정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면 주부 H씨의 남편은 “내 인생에서 죽어도 다시 하기 싫은 건 군대에 다시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보다 좀 늦게 입대한 그는 새파랗게 어린 선임병에게 지독히도 많이 맞았다고 한다. 지금 허리병으로 고생 중인 데 필시 그때 맞은 후유증일 것으로 그는 믿고 있다.
반면 요즘 청년들이 대개 그렇듯이, 아들이 너무 다부진 데가 없어 보일 때면 당장 드는 생각이 있다. “저런 녀석은 한국 군대에 보내서 고생 좀 하게 해야 하는데, 그래야 사람이 되는 데 … ” 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서 그는 그 생각을 접었다. 아들이 엄한 규율 속에서 힘든 일도 참고 견디는 법을 배웠으면 하는 것이지 고문 구타 같은 가혹행위가 횡행하는 곳에 보낼 생각은 꿈에도 없기 때문이다.
총기난사, 자살, 구타 사망 등 군부대에서 사건이 끊이지 않자 한국에서 ‘이민’이 새삼 화제라는 말도 들린다. 할 수만 있다면 아들을 해외로 보내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이다.
11년 전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이민 온 회사원 L씨는 요즘 “미국에 온 게 다행이다” 싶다. 한국에 살았다면 아들이 입대했을 것이고 군부대 사고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징병제, 남성들만의 폐쇄된 조직, 어느 정도의 폭력은 필요악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 - 군대 내 구타는 사라지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대개 단체체벌이었던 것이 요즘은 특정 개인을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것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학교에서 시작된 왕따 괴롭힘이 군대에서도 이어지는 가보다. 인성교육 부재가 원인은 아닐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