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18세기에 제정돼 최초의 성문법으로 불리는 함무라비 법전에 보면 해상 보험에 관한 규정이 나온다. 배로 물건을 실어 나를 때 상품을 담보로 융자를 받는 대신 일정액의 수수료를 낸다. 대신 바다에서 사고가 나 물건을 잃어버릴 경우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 수수료가 바로 보험료인 셈이다. 기원 전 4세기 그리스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단 이 때는 배가 출발하는 날짜가 1년 중 어느 때인가에 따라 요금이 달랐다. 폭풍이 올 확률이 어느 정도인가를 계산해 액수를 다르게 받은 것이다.
상품에 대한 융자가 아니라 따로 독립된 보험 상품이 처음 등장한 것은 14세기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다. 이 때도 보험의 주 업종은 해상보험이었다. 배로 물건을 실어 나르면서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는 것이 상인들 최대 관심사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무역은 대부분은 배를 통해 이뤄진다. 비행기, 철도, 트럭 등 운송 수단이 발달한 지금도 세계 무역량의 90%는 선박에 의한 것이다.
보험의 원래 취지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배가 좌초하면 보험금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받지 못한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 이와 성격이 다른 보험이 등장했다. 건강 보험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건강 보험은 큰 병이 났을 때만이 아니라 정기 검진부터 처방약부터 거의 모든 진료를 받을 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는 자기 돈 안 내고 병원에 가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필연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낭비하게 된다. 자기 부담금이 적을수록 이런 경향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1965년 정부가 의료비를 부담하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제도가 생기면서 의료비는 지난 50년 간 상승을 거듭했다. 노인과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지출이 늘면서 이들의 평균 수명은 갈수록 증가하고 이는 의료 수요를 증대시켜 의료비 지출은 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 속도로 가면 메디케어 파산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 와중에 말 많던 전국민 의료 보험 제도인 오바마케어가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건강하고 병원에 잘 안 가는 젊은이들이 많이 들어줘야 한다. 병원에 자주 가는 노약자만 들어서는 재원 조달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취직도 안 되고 학자금 부담에 신음하는 많은 젊은이들은 가입 여력이 없는 상태다.
보험이 없어 아프면 파산해야 하는 사람들은 생각하면 전국민 의료 보험은 있어야겠지만 지금처럼 사소한 것까지 모두 커버하는 보험제로는 의료비 급등을 막을 길이 없다. 자동차 보험으로 오일 체인지부터 카워시까지 모두 커버한다면 보험료 폭등이 불가피한 것과 같다. 의료 보험은 큰 병 치료에 국한시키고 작은 것은 자기 돈으로 내는 쪽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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