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 모씨는 최근 결혼생활 30년을 청산하고 이혼을 결정했다. 지난해 둘째 딸을 출가시킨 후 부터 이혼 수속을 밟기 시작, 최근 법원의 이혼판결을 얻어냈다. 김 씨는 결혼 생활 30년간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편으로부터 받아 온 온갖 욕설과 폭력을 이혼 사유로 들었다. 김 씨는 “그동안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살면서도 두 딸의 장래를 생각해서 참고 살아왔는데 이제부터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2 60대 후반의 한인 남성 전 모 씨는 최근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3년 전 은퇴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부인의 구박과 무시가 점점 심해졌다. 최근에는 심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한다. 자신의 방에 ‘마님’을 써 붙여 놓고 ‘나는 종이다’라고 수없이 되뇌며 화를 삭이려 애쓰지만 분노만 쌓여간다.
황혼에 접어든 부부의 가정문제와 갈등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가정상담소(이사장 정인숙)와 워싱턴 한인 복지센터(이사장 해롤드 변) 등 한인 상담기관에는 최근 수년간 60대 이상 한인들의 신체적·정신적 학대 등 가정폭력에 관련된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인 노년층 가정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노년층 한인 남성들의 이민생활 속에서 줄어드는 사회활동과 허탈감, 무기력감 등을 꼽았다. 가부장적 사고에 익숙한 남성이 은퇴 후 불안정한 심리를 해소하지 못한 채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게 되면 가정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가정상담소 모니카 리 카운슬러는 “호르몬의 변화로 50대에 접어들면 그동안 참아왔던 부부갈등이 분노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50이 넘어 굳어져 ‘성격화’된 부분이 고쳐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일정부분 ‘거리 유지’와 함께 시니어센터 출석 등 사회와의 연결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지난 2012년 60대 이상 황혼이혼은 총 1만5,275건으로 2011년과 비교해 약 10% 상승했으며, 2000년 1만273건보다 약 50% 증가하는 등 황혼이혼 건수가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센터 신수란 카운슬러는 “매달 2-3건 가정문제를 상담하다 보면 자녀들을 다 키운 여성들이 더 이상은 억울하게 살고 싶지 않고 자신의 삶을 찾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가정폭력은 신체 폭력 외에 언어·정신적 폭력도 포함 한다”고 밝혔다.
가정법 전문 김신경 변호사는 “가정폭력은 집안 문제라는 한국적 인식과는 달리 미국 내 가정폭력 문제는 형법상 처리 된다”며 “시민권자가 아닐 경우에는 추방사유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정영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