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대형서점 체인에 맞서 고전 동네 서점들, 고객대상 모금 캠페인
▶ 벼랑 끝 서점들의 새로운 생존전략
이웃들에게 사랑 받던 동네 서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마존이나 대형 서점 체인들에 맞서 경쟁을 하자니 보통 힘에 겨운 것이 아니다. 서점 내에 에스프레소 바를 만들기도 하고, 회원 대상 저자들과의 점심 행사를 열기도 하고, 생일카드나 장난감 자잘한 장신구들을 파는 등 온갖 창의적인 방안들이 나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 서점들이 전혀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성금을 부탁하는 것이다.
대형 서점체인들과 아마존이 꽉 잡고 있는 시장에서 소규모 동네 서점들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다. 아마존의 사정없는 가격 후려치기와 반스 & 노블의 현기증 나도록 방대한 목록들에 맞서 싸워온 서점들이 새로운 묘책을 개발해 냈다. 바로 일반대중을 상대로 모금을 하는 것이다.
물론 지속가능한 해법은 아니다. 한번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이다. 그렇다 해도 시간을 좀 버는 효과가 있고, 고객들이 뭔가 대의를 지지한다는 느낌, 도시 차원의 문화재를 보존한다는 뿌듯함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아도브 북스는 건물 월세가 인상되면서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지난 3월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인디고고(Indiegogo.com)을 통해 6만 달러를 모금했다. 노스캐롤라이너, 애슈빌에 있는 스펠바운드 어린이 북샵은 새 장소로 이전을 해야 하게 되자 고객들에게 사정을 호소했다. 그 결과 5,000달러 이상을 모을 수 있었다.
맨해턴의 북스 오브 원더는 지난해 가을 온라인 모금으로 5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 불경기와 다른 손실들로 재정이 바닥 나자 보다 못해 모금 캠페인을 펼친 것이다.
인디고고와 킥스타터(Kickstarter) 같은 웹사이트는 본래 창의적 프로젝트를 위한 공공 자금지원 사이트로 만들어졌다. 그것을 재정난에 부딪친 서점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점들은 웹페이지를 만들어 기금모금 목표액이 얼마인지, 왜 모금을 부탁하는 지, 시한이 언제까지 인지를 설명한다. 그러면 기부하고 싶은 사람들은 몇 번의 클릭과 크레딧카드 번호로 5달러나 10달러를 십시일반으로 기부할 수가 있다.
북스 오브 원더의 주인인 피터 글래스만은 마지막 수단으로 기금모금 캠페인을 시도했다고 말한다. 지금의 재정적 곤란을 고려할 때 정말로 절망적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서점이 도움을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한 것은 그로서는 30년 만에 처음이다.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는 않지요. 고작해야 비즈니스가 좀 잘 안돌아 간다는 정도로 말할 뿐이지요.”지금껏 문을 열고 있는 서점들은 고집 하나로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동원해, 그동안 조심스럽게 가꿔온 단골들의 충성도를 타진해보려는 마음이 든 것이다.
남가주, 치코의 더 북스토어에서 오래 매니저로 일한 존시 밀스는 서점 주인이 문을 닫기로 결정하자 인디고고를 통해 모금을 호소했다. 3만5,000달러를 목표로 모금해 서점을 사려는 계획이었다.
두달이 채 안돼 그는 3만6,068달러를 모았다. 서점이 문 닫는 데 대해 분노한 지역 주민들이 15달러, 25달러씩 보내온 것이 대부분이다. 기부금은 사방에서 들어왔다. 하와이에 살고 있는 어느 옛 고객이 25달러를 보내왔는데, 그는 프랑스에 있는 친구의 이메일을 통해 서점 모금 캠페인 소식을 들었다. 그런가 하면 지인들은 와인을 곁들인 기금모금 파티를 열어 돈을 모아 온라인 모금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제 그 서점의 주인인 된 밀스는 그런 식으로 돈을 부탁하는 게 편치는 않았다. 하지만 “서점은 이제 일종의 멸종위기 업종이다. 우리가 문을 닫았다면 우리 작은 커뮤니티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동네 서점들의 고전은 당연한 일이다. 종이 책을 사던 고객들이 전자책 구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커져서 이제 미국에서 가장 책을 많이 파는 기업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도심 지역 렌트비가 인상되었다.
아마존과 또 다른 온라인 소매업체인 오버스탁(Overstock.com)의 가격 경쟁 또한 일반 서점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경쟁이 가열되면서 이들 기업은 지난달 종이 책 가격을 보통 때보다 더 확 깎아 버렸다. 심하게는 거의 60% 할인이다. 소규모 서점들로서는 도저히 맞출 수가 없는 할인이다.(아마존과 오버스탁은 책 판매로 인한 손실을 액세서리나 가구, 기저귀 등을 팔아서 메울 수가 있다.)아마존과 가격으로 경쟁할 수 없는 소규모 서점 주인들도 나름대로 고객들 끌어올 방안은 있다. 책 선정을 보다 세심하게 잘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반스 & 노블의 점원들이 책에 대해 별로 알지 못한다면 자신들은 문학 박사급으로 해박한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울러 동네 책방을 이용하는 단골들은 끈끈한 감정적 연대감이 있을 테니, 그런 그들에게 직접 도움을 청해보자는 생각에 시도된 것이 온라인 모금운동이다. 다른 곳에서 더 싸게 책을 살 수 있는 데도 굳이 동네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책방을 단순히 책방이 아니라 뭔가 자신들이 후원하는 비영리기구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서점협회에 의하면 협회 소속 서점 숫자는 지난 10년 동안 전반적으로 줄어 들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약간 늘어서 현재 회원 서점은 1,632 개소이다. 지난 2002년에는 2,400 개소 정도였다.
고객 대상 모금은 결국 테크놀로지와 지역사랑이 합쳐져 가능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금모금이 생존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확장을 위한 모금도 있다.
브루클린의 코블 힐에 있는 서점 북코트는 최근 야심 찬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세 블럭 떨어진 곳의 2층 건물, 반스 & 노블 그리고 아마존과 경쟁하면서도 성업 중이던 이 서점은 내년 봄 분점을 열기로 결정하고 그 공간을 사들이기 위해 온라인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북 오브 원더의 주인 글래스만은 고객들의 후원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염려해주는 지를 알고는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금모금은 단기 처방일 뿐임을 그는 인정한다.
“도움은 됐지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지요. 그래도 당장 내일 문 닫아야 하는 위험에서는 벗어났습니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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