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5억달러에서 48억달러로 급감… 자원생산 부진과 주가폭락 등 원인
▶ 거품 빠진 브라질 경제현실 보여줘 채권자들 우려 속 회생방안 마련 부심 정부의 특혜금융에 대한 비판도 고조
브라질의 억만장자 에이케 바티스타가 지난 2010년 찰리 로즈 쇼에 출연했을 당시 그와 브라질은 정말 잘 나가고 있었다. 전 세계 상품시장 호황에 힘입어 브라질 경제는 그해 7.5%의 성장을 기록했다. 그런 가운데 원유, 광산, 조선, 부동산 등에 바티스타가 소유하고 있는 지분의 가치 또한 치솟았다. 그는 다음 10년 동안 과연 얼마나 더 부유하게 될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의 대답은 “수천억달러”였으며 이 액수는 그를 세계 최고부자의 자리에 올려놓을만한 액수였다.
하지만 대중시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바티스타의 엄청난 재산은 증발해 버리고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인덱스에 따르면 2012년 3월 345억달러에 달했던 그의 재산은 현재 48억달러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러자 채권자들은 불안해하고 있으며 바티스타가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기업가인 바티스타의 성공과 몰락은 브라질 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고속성장을 해 오던 브라질은 휘청거리기 시작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브라질 주식시장 지수는 올해 23%나 폭락했다. 대국들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이번 달 스탠다드 & 푸어스는 브라질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도심 시위는 확산되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는 정치권과 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버스요금 인상이 발단이 된 시위는 폭력적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대기업 위주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항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위 주모자들은 앞으로도 계속해 시위를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브라질 경제의 역동성을 상징하던 바티스타의 재벌 그룹은 브라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국영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과 투자만도 40억달러에 이르며 이런 특혜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시위대가 아직 이런 문제에까지 초점을 맞추지는 않고 있지만 브라질 경제가 그동안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부패한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시위대의 주장이다.
시위대는 분노의 대부분을 정치 지도자들에게 표출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바티스타와 아주 긴밀한 관계이다. 이 가운데 한 사람이 리오 데 자네이로 주지사인 세르지오 카브랄이다. 바티스타는 카브랄에게 수시로 자신의 비행기를 빌려 준 관계였다. 시위대는 그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제학자이면서 전직 브라질 개발은행장이었던 카를로스 레사는 “에이케 바티스타가 거대 재벌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브라질 정부의 엄청난 금융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바티스타의 급속한 부와 명성은 위험을 안고 있었으며 정부와 투자가들은 지금 이것을 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바티스타는 투자가들에게 브라질의 잠재력을 팔아 부를 축적했다. 그는 브라질의 풍부한 원유와 거대한 광산매장량, 그리고 급속히 성장하는 중산층 등으로 혜택을 볼 기업들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해 바티스타가 소유하고 있는 6개의 상장기업 (모두가 적자였다) 투자가들은 실적저조와 부정적인 미래 전망, 그리고 과도한 부채 등에 실망해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경제사학자이자 브라질의 대표적 신문인 오 글로브의 칼럼니스트인 미리암 레티야노는 “그는 바람을 포장해 팔았다”며 “행복감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바티스타는 현재 현금을 모으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4월에는 자신의 전기회사 지분을 대거 매각했다. 또 자가용 제트기도 팔려고 내놓았다. 그의 비행기는 2,600만달러짜리이다. 또 2008년부터 리오에 짓고 있는 랜드마크 호텔인 호텔 글로리아 프로젝트에 동참할 파트너도 찾고 있다. 이 호텔은 2014년 월드컵을 겨냥해 지어지고 있지만 공사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최근 한 신문은 바티스타의 오프쇼어 건설회사인 OSX가 스페인 건설회사인 아코시아에 지불해야 할 돈 2,000만달러를 연체했다고 보도했다, 바티스타의 대변인은 “현재 협상 중”이 라며 이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바티스타도 성명을 통해 자신의 기업제국이 붕괴를 향해 가고 있다는 추측을 반박했다. 최근 자신의 주축 석유기업인 OGX의 주식을 배도한 것과 관련해 이는 “부채비용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시의적인 대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티스타가 브라질 경제의 등장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때가 있었다. 브라질의 거대 광산업체인 발레의 전 경영주 아들로 태어난 바티스타는 특권층으로 자랐다. 아마존 오지광산의 금을 매입해 수백만달러를 번 그는 브라질과 캐나다의 금광들을 계속 인수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EBX라는 홀딩컴퍼니를 이용해 OGX(석유), OSX(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장비 및 서비스 제공회사), MMX(광산), LLX(물류), CCX(석탄), MPX(전기) 등 6개 기업을 세웠다. 기업 이름에 들어가 있는 X는 부의 제곱을 상장한다.
올해 56세인 바티스타는 호사스럽게 살아왔다. 그는 스피드보트 챔피언이기도 했으며 그의 전처는 플레이보이 커버걸이었다. 리오의 고급 동네에 그는 최고급 중국식당을 오픈했는데 목적은 아시아지역에서 오는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접대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자동차인 시가 45만달러짜리 메세데즈 벤츠 SLR 맥라런을 자신의 집 거실에 주차시킨다. 그리고 지난 2011년에는 ‘더 X 팩터: 브라질의 가장 위대한 기업인의 삶’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내기도 했다.
이제 이 자서전에는 후기가 필요할 것 같다. 바티스타의 가장 큰 기업인 원유회사 OGX의 상승과 추락을 보자. 2008년 이 기업은 브라질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무려 41억달러를 조성했다. 이는 브라질 사상 큰 규모의 기업공개였다. 그러나 지난 6월 OGX의 원유생산량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가는 무려 90%나 폭락했다. 이사회 멤버 5명 가운데 3명이 사임했다. 회의론은 비단 이사들 사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브라질의 대표적 경제잡지인 엑사메는 “바티스타와 브라질은 말이 아니라 실적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석탄기업인 CCX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는 가운데도 바티스타는 애써 의연한 표정이다. 그는 투자가들에게 자신의 기업이 아직 수십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한 펀드 매니저는 “바티스타는 세일즈맨십과 허세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만들었다”고 비판하면서 “그의 기업들에 데었으며 앞으로는 절대 만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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