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아들을 둔 박 모(MD 거주)씨는 최근 아들의 랩탑 컴퓨터를 빼앗아 마당에 던져 버렸다. 학년이 거의 끝나가며 학교 카운슬러로부터 아들이 학교 수업에 너무 많이 빠져 여름학기 보충 수업이 필요하다는 편지를 받아들고서야 그동안 아들이 밤샘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었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중학생 아들을 둔 김 모(훼어팩스 거주)씨는 다음 주로 다가 온 여름 방학을 앞두고 요즘 근심이 가득하다. 아들이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게임에 빠지기 시작, 지난 겨울방학에는 하루 10시간씩 게임에 빠져 살았기 때문이다. 달래기도 하고 혼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고 이후 학교 성적도 급격히 떨어졌다.
김 씨는 “학기 중에도 학교에 갔다 오면 대부분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고 나무라면 물건을 집어 던지고 벽을 주먹으로 치기도 한다. 방학이 되면 또 하루 종일 게임에 빠져들게 뻔해 방학이 다가오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각급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갔거나 다가온 가운데 10대 청소년 자녀를 둔 한인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0대 자녀들이 홀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게임중독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급증하기 때문.
상담 기관들에 따르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한인 청소년 게임 중독은 연령대를 가리지 않으며, 특히 자의식이 강해지는 17-18세 고교생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8세 미만 한인 학생들의 약 30% 가량이 컴퓨터를 남용하거나 게임에 빠져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 가정상담소 카운슬러인 이규성 박사는 “요즘은 스마트폰을 비롯 컴퓨터 게임이 많이 보급돼 청소년들이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할 수 있고 방학 등으로 시간도 많아 인터넷 음란물과 게임에 중독될 위험이 높다”며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기 통제력을 상실해 문제행동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호기심이나 주변 친구들을 따라 게임을 시작했다가 이를 절제하지 못하고 게임기를 잡지 못하면 정서불안, 분노 폭발, 조급증 등 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해 조기 회복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
이 박사는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거실 등 오픈 공간에 두고 부모가 컴퓨터 사용시간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기보다 자녀와 합의해서 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자녀 자신이 해야 할 과제를 마친 후 컴퓨터 사용 시간을 미리 정하고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여가시간에 게임 외에 가족, 친구 등과 다른 취미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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