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에 거주하는 80대의 박 모씨는 정부로부터 지급받던 소셜 시큐리티 연금을 매달 아들에게 빼앗기고 있다. 함께 사는 아들이 ‘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있는데 노인네가 돈 쓸데가 어디 있느냐’며 가져가기 때문이다. 돈을 달라며 나무라자 벽에 밀치는 바람에 허리를 다쳤지만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 자식을 잘못 키운 자업자득 같고 남에게 말하기 너무 창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워싱턴 한인사회에서 일부 자녀와 가족들의 노인 학대 사례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국 노인학대방지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65세 이상 노인들 가운데 100만명 내지 200만명이 그들을 보호하고 돌봐줘야 할 사람들로부터 신체적 상해를 입거나 착취를 당하는 등 학대를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학대사례는 당국에 보고된 것 보다 최소 5배는 많을 것이라는 게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와일 코넬 메디컬센터가 최근 발표한 뉴욕주 노인 학대 실태조사 보고서 역시 60세 이상 뉴욕 거주 노인 13명 중 1명꼴로 각종 학대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는 돈 갈취 등 재정적 학대에서부터 신체적, 심리적 학대 등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리적 학대는 욕설이나 고함 등 언어폭력, 집에서 나가라는 위협, 무시, 소외시키는 경우 등이며, 재정적 학대로는 노인들이 받는 웰페어를 가로채는 경우가 가장 많고 돈을 쓴 뒤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보고됐다. 또 방치행위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거나 환자를 돌보지 않는 행위 등이며 방문을 하거나 전화를 하지 않는 것도 포함됐다.
워싱턴 가정상담소 이규성 박사는 “한인 노인들은 자식을 ‘학대 신고’하는 것을 창피해하고 꺼려하므로 실제 케이스는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인복지센터 조지영 사무총장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사회적, 제도적 시스템이 아직은 미비한 상태”라며 “복지센터는 올 가을 노인 학대방지 계몽 세미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시니어센터 이혜성 디렉터는 “미주 한인노인들의 경우 인종이나 문화, 언어, 제도 등 모든 것이 달라진 이국땅에서의 이질감이 말할 수 없이 크다”며 “경로사상이 갈수록 쇠퇴해지면서 노인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지만 우리민족 특유의 아름다운 노인우대, 경로사상은 전수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2세들에게 본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인문제 전문가들은 배우자나 자녀, 가족 등에게서 학대를 당했을 경우 관련기관에 반드시 신고하거나 상담을 받아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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