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 디즈니홀서 독주회
17·24일 등 내년까지 6회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는 평생 수없이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과 2권’(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1 & 2)은 자신의 아들들을 위해 쓴 건반악기 교본이다. 클라비어는 당시 독일에서 쓰이던 악기로, 지금은 보통 피아노로 연주한다.
C장조로부터 시작해 C단조, 올림 C장조, 올림 C단조, 이런 식으로 D, E, F, G, A, B로 이어지는 건반코드의 모든 장조와 단조로 된 전주곡과 푸가의 곡집으로서, 각각 24곡씩의 2권으로 되어 있다. 원래 교육용으로 쓰였고, 현재도 피아노 학습자 필수작품이지만 단순한 연습곡이 아니고 최고의 의미로서의 예술작품인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각 시대마다 거장들이 예술가로서의 운명과 자존을 걸고 도전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현대의 서양 클래식음악이 모두 한꺼번에 사라진다 해도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만 남아 있다면 현재의 음악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할 만큼 바흐의 작품은 인류의 가장 귀중한 보물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1977년 보이저 탐사선을 발사할 때 우주로 실어 보낸 지구의 소리와 영상 음반 중에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2권 중 제1곡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세계 음악사에서 그 위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평균율을 음악의 구약성서,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를 신약성서라고 부르는 사실은 너무도 유명하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최초로 발견하고 이를 수년 동안 연습해 역사에 남을 명연주를 남긴 전설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나는 일생동안 매일 아침 평균율 2곡을 연주해 왔다. 나는 모든 음악을 사랑하지만 바흐 아닌 다른 작곡가의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바흐의 피아노곡 하면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천재이자 기인 글렌 굴드(1932~1982)를 떠올리지만 현대에 와서는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를 우리 시대 최고의 바흐 해석자로 꼽는다. 바흐 음악에 대한 완벽한 통찰과 경건한 영혼의 연주자인 그는 영국 왕립 음악원이 바흐의 최고 해석자에게 수여하는 ‘바흐 상’을 받았고, 뉴욕타임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바흐 연주’라는 격찬을 받은 바 있다.
그런 안드라스 쉬프가 오는 17일과 24일, 그리고 내년 4월17일과 10월 등 6회에 걸쳐 ‘바흐 키보드 사이클’ 독주회를 월트 디즈니 홀에서 갖는다. 17일(사이클 1)엔 평균율 1곡, 24일(사이클 2) 평균율 2곡, 2013년 4월17일(사이클 3)에는 프랑스 모음곡과 프랑스 서곡을 연주하는 프로젝트다.
쉬프는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유럽과 북미에서 순회 연주한 바 있는데 2004년 시작해 디즈니 홀에서는 2007년과 2008년 8회에 걸쳐 연주, 극찬을 받았다.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치밀한 화성, 완벽한 건축물과도 같은 기하학적 음악구성을 들어보고 싶다면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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