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작가 강익중 작품전이 10월20일부터 12월22일까지 사비나 리 갤러리에서 열린다. 강익중은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작가로 지구촌 곳곳에 그의 작품이 설치돼 있고, 어디선가 늘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며, 지금은 전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을 모자이크하는 작업들로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주목받고 있다.
22일부터 사비나 리 갤러리
대표작‘내가 아는 것’ 선봬
대형프로젝트의 영어 축소판
2003년에 이어 LA에서 두 번째인 이번 전시회에서는 최근의 대표작 ‘내가 아는 것’(Things I Know)이 소개된다.
‘내가 아는 것’은 작가가 일상에서 관조한 사소한 생각들의 집합으로, 수만개의 한글패널을 연결시켜 기록한 작업이다. 내용 몇 가지만 소개하면 “폭풍 직전의 하늘은 연한 청록색이다. 코가 닮은 사람끼리 친하다. 지하철에서 나와 방향을 모를 때 맞는다고 생각하는 쪽의 반대로 가면 된다. 햇볕에 눈이 부실 때는 찡그리지 말고 웃으면 된다. 서울서 인천까지 걸을 만하다. 만두 속의 부추와 돼지고기 비율은 2대1이다. 부자들은 돈을 항상 잘 펴서 가지고 다닌다. 라면은 양은냄비로 끓여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렇게 쓴 한 줄의 ‘시’가 수천개나 모였다는 강익중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에 4만2,000개의 패널에 한글로 그린 ‘내가 아는 것’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현재 여의도 금융가 야외정원에 세계 최장(58미터)의 영구설치미술로 작업중이며, 내년에는 순천에 개장되는 200미터 ‘꿈의 다리’ 외벽도 이 작품이 장식하게 된다.
이번 LA 전시는 이런 대형 프로젝트의 축소판으로, 한글 대신 영어 알파벳으로 패널을 구성한 최초의 미국 전시다. 500개의 달항아리를 바닥에 깔고, 약 5,000개의 글자 패널을 벽에 세우는 인스톨레이션으로 달항아리에서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흘러나오고 벽에서는 ‘내가 아는 것’이 한국어 음성으로 흘러나온다. 12피트 높이의 벽 위에는 누군가 걸터앉아 망원경으로 내려다보는 모형이 설치되는데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상징한다.
강익중은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이 ‘1,392개의 달항아리’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달항아리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달항아리에 대해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달항아리는 이리 봐도 순박하고 저리 봐도 넉넉하다. 달항아리와 한글은 비슷한 데가 있다. 모음과 자음이 붙어서 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달항아리도 위와 아래가 따로 만들어지는데 불가마를 통과하면 하나가 된다. 너와 나, 남과 북, 나아가 세계를 잇는 이미지를 통해 연결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싶다”
강익중은 1984년 홍익미대 서양화과를 나와 1987년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작업하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인의 이름을 알리는 미술가로 활약하고 있다.
94년 휘트니미술관에서 백남준과 ‘멀티플 다이얼로그’전을 열었고, 9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2001년 유엔 본부에서 ‘AmazedWorld’ 전시를 가졌고 2005년 알리센터에 ‘희망과 꿈’을 설치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오페라를 부르시는 부처’ ‘영어를 배우자’ ‘한자를 배우자’ ‘사운드 페인팅’ ‘금동미륵반가사유상’ ‘꿈의 달’ 등이 있고, LA의 모카 현대미술관에도 작품이 소장돼 있다.
공공설치 미술로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청사 메인 홀의 벽화와 뉴욕 지하철역의 환경조형물, 뉴욕 기차역 플랫폼 천장의 설치작품, 프린스턴 대학 도서관 로비 벽화 ‘해피월드’ 등이 있고 한국서는 광화문 복원현장 전체를 몇 년 동안 덮었던 가림막 ‘광화에 뜬 달: 산, 바람’이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가로세로 60㎝ 베니어합판 2,611개에 달항아리를 그리느라 그는 6개월간 밤을 새웠다고 한다.
전시회 오프닝은 20일, 작가가 참석하는 리셉션은 27일 오후 6~9시에 있다.
Sabina Lee Gallery 971 Chung King Rd. LA, CA 90012
(213)620-9404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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