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금연류 가야금산조…‘어머니에 대한 헌사’무대로
60년 가야금 인생을 1시간30분 독주회를 통해 표현하고 싶다는 지윤자씨. 있는 힘을 다하여 연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60회 콘서트’
부친 지영희씨 작곡
새가락별곡도 선보여
국악가족이 펼치는
사물놀이로 피날레
가야금 명인 지윤자씨가 ‘60회 콘서트’를 연다. 9월30일 오후 6시 반스데일 아트 팍 연주장.
60은 그의 나이이기도 하고, 그의 가야금 연수이기도 하다.
그럼 한 살 때부터 가야금을 탔단 말인가? 그 대답은 음악회 프로그램 인사말에 적혀 있다.
“어느 분이 물어봅니다. 가야금을 언제부터 했느냐고. 그러면 저는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 언제부터지? 따져보면 저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했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23호 전수자이며 미주한국국악협회장인 지윤자씨는 고 지영희·성금연씨의 딸이다. 아버지 지영희는 중요무형문화재 52호(시나위), 어머니 성금연은 중요무형문화재 23호(가야금산조)인 부부 국악인으로, 슬하의 7남매를 모두 전통음악 연주자로 키워내고 한국음악의 기초를 다진 유명한 국악가족이다.
지윤자씨는 평생 수없이 가야금 연주를 했지만 사실상 독주회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리고 환갑을 맞아 처음으로 독주를 펼치는 이 무대는 어쩌면 어머니에 대한 헌사인지도 모른다. 프로그램 인사말은 이렇게 계속된다.
“저의 어머니는 평생 가야금을 잡으셨습니다. 가야금을 손에서 놓을 때는 뜨개질이 잡혀 있거나 아니면 아이를 낳을 때였을 거라 하셨을 정도로 가야금을 옆에 놓고 사셨습니다. 그런 어머니 옆에서 저의 자매들은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가끔 모든 자녀를 불러놓고 가야금 타기를 시작합니다. 배운 것이 아니고 들어서 하는 자녀들이 나름대로 타나가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자랄 때는 참으로 국악이 설움 받던 때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지켜내신 부모님 밑에서 우리의 머릿속은 온통 가야금 가락으로 가득 찼습니다”
다른 가락은 절대로 타지 않고 오로지 성금연류 가락만 지켜왔다는 지씨는 이번 연주회에서 60년 세월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생각하다가 어머니의 가야금산조를 택했다. 총 1시간20분 걸리는 성금연 가야금산조를 ‘혼자서 끄적이는 낙서글 같이’ 45분 동안 독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콘서트는 정말 아무 재미없는 것”이라고 그는 먼저 엄살을 부린다. 가야금산조를 모르는 사람은 지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야금산조는 느린 장단에서 점점 빠른 장단으로 옮기면서 그 아름다움과 황홀함을 느낄 수 있는 가락이므로 가만히 앉아서 한음 한음 따라가며 들어보면 흔들고 누르는 가락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프로그램은 이 외에도 가야금 병창(소년가, 개타령), 시나위, 민요합창(창부타령, 성주풀이), 새가락별곡, 사물놀이가 있다. 새가락별곡은 70년대 고 지영희 선생이 무속장단을 모아놓고 연습하던 중 고 성금연 선생이 가야금에 가락을 붙인 것으로, 작곡 당시엔 아무도 이 장단을 칠 수가 없어서 곡의 전파가 더뎠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혼이 깃든 이 곡을 지씨는 이날 15현금으로 연주할 계획이다
마지막 순서인 사물놀이도 좀 특별하다. 사물놀이는 원래 상쇄, 장구, 북, 징 4가지 악기가 어우러져서 한바탕 몰아쳐주는 것인데 이 공연에는 지씨 가족 4명이 출연, 아버지 이병상은 징을, 어머니 지윤자는 북을, 아들 상윤이 상쇄를, 딸 철희가 장구를 잡고 신명나게 가족 사물놀이를 펼칠 예정이다.
이날 콘서트에는 동료 국악연주자들인 남편 이병상(대금), 안수길(아쟁), 이근찬(피리), 이예근(장고), 박영안(해금)이 찬조 출연해 전통음악의 진수를 들려주며 무대를 빛낸다.
1979년 LA로 이주해 미국 땅에서 30여년간 가야금과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가르쳐온 지윤자씨는 이 독주회를 여는 각오를 이렇게 전했다.
“이제는 손목에 힘이 풀리는 시점이 된 것 같기에 마지막 힘을 다하여 연주를 하려고 합니다. 언제 다시 타려나, 하는 마음에 있는 힘을 다하여 연주할 것입니다. 함께 응원해 주시고 이 미국 땅에 우리의 음악이 퍼져 나가게 함께 힘을 넣어주시길 바라봅니다”
연주회 참석은 무료이나 자리가 300석밖에 안 돼 선착순 예약으로 마련된다고 한다. (714)397-2875(전화 혹은 카톡)
Barnsdall Art Park, 4800 Hollywood Blvd. LA, CA 90027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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