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투 포스카리’(Two Foscari)로 이번 시즌을 개막한 LA 오페라는 지난 22일 모차르트의‘돈 조반니’(Don Giovanni) 공연을 시작, 오는 10월14일까지 두 작품을 번갈아 무대에 올린다.
주인공 다르칸젤로 강렬한 매력 발산
시카고 리릭 오페라 전통적 연출 조화
악이 선을 이기는 ‘투 포스카리’와는 달리 ‘악인은 지옥 간다’는 플롯을 가진 ‘돈 조반니’는 숱한 여자를 울린 바람둥이 돈 조반니가 지칠 줄 모르는 여성편력을 펼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희극 같기도 하고 비극 같기도 한 조금 특이한 작품이다. 특히 돈 조반니가 끝까지 참회하기를 거부하고 지옥 불에 떨어지는 피날레 장면은 철학이나 예술에서 작가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분석과 토론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이 오페라의 가장 큰 매력은 모차르트 특유의 아름다운 음악과 귀에 익은 아리아들이다. 등장인물 8명(돈 조반니, 레포렐로, 돈나 안나, 돈나 엘비라, 돈 오타비오, 체를리나, 마세토, 기사장)이 모두 주역으로 잘 개발돼 있고, 모든 배역이 고루 아리아를 부르며 실력과 개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데다,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스토리 또한 언제 봐도 재미있어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불멸의 공연예술로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LA 오페라는 2003년과 2007년에도 ‘돈 조반니’를 공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올린 프로덕션은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것으로 매우 전통적인 연출이어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의상과 세트 모두 전통적인 디자인을 따랐는데 그 가운데서도 육중한 건물의 심플한 실루엣과 미니멀리스틱하게 지워진 배경은 무대를 단순화시킴으로써 공연과 음악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지난 5월 월트 디즈니 홀에서 두다멜 지휘의 LA 필하모닉이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연출, 패션가 ‘로다르테’ 자매의 의상으로 선보였던 초현실적 ‘돈 조반니’ 공연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 무대가 다르니 비교는 무리겠으나 어쨌든 이 공연을 ‘정통’ 오페라라고 하면 될 것이다.
돈 조반니 역의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Ildebrando D’Arcangelo)는 모차르트 오페라 전문가수로 이날 공연에서도 대단히 훌륭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멋지고 잘 생기고 스타일 좋은 방탕아 귀족의 이미지를 마치 자연스럽게 구현하면서 비단처럼 부드럽고 꿀처럼 달콤한 바리톤의 목소리로 여성들을 유혹했는데 현실에서도 그런 남자가 나타나 노래한다면 안 넘어갈 여자가 하나도 없을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 외의 다른 출연 가수들도 모두 특별히 흠잡을 데 없이 좋은 공연을 보여주었다.
‘투 포스카리’는 9월29일, 10월7일과 9일 3회 공연이, ‘돈 조반니’는 9월28일과 30일, 10월3, 6, 10, 14일 6회 공연이 남아있다. 마지막 두 공연은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한다.
티켓 19~276달러. (213)972-8001, www.laopera.com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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