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남긴 100여점 선봬
용암이 흘러내린 듯한 느낌
무한한 상상력 불러일으켜
디즈니홀 건축가 전시장 꾸며
지난 2월 타계한 현대 조각가 켄 프라이스의 회고전(Ken Price Sculpture: A Retrospective)이 9월16일 LA카운티미술관(LACMA)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개막됐다.
LA 토박이로서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켄 프라이스(1935-2012)는 세계 현대미술계에 혁신적 영향을 끼친 대표적 미국작가로, 그의 독특한 조형 스타일과 독보적인 색채감은 전세계 컨템포러리 문화에 영원한 흔적을 남겼다.
그가 지난 50여년동안 남긴 작품 100여점을 보여주는 이 조각전은 라크마가 3년 동안 준비한 기획전으로, 켄 프라이스의 오랜 친구인 월트 디즈니 홀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전시장을 디자인해 특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랭크 게리는 “켄의 작품은 친밀하고 개인적인 작은 작품들이 많아서 이를 뮤지엄의 대형공간에 전시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고 말하고 “작품과 관람자 사이에 그처럼 친밀한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꾸미는데 포커스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6일까지 계속되는 이 회고전은 내년 2~5월 달라스의 내셔 스컵처 센터(Nasher Sculpture Center)와 6~9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도 전시되는데 프랭크 게리는 세군데 갤러리를 모두 생전의 작가와 함께 디자인했다.
켄 프라이스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재미있고 친밀하다. 장난을 걸어오듯 유머를 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굉장히 에로틱하면서 선정적이다. 용암이 흘러내린 것처럼 쌓인 더미들이 각자 독특한 추상적 형태를 이루어 보는 사람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부드럽게 흐르는 선과 도톰한 볼륨감으로 인해 묘하게 섹시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많은 현대 조각가들이 돌과 메탈, 나무와 플라스틱 등을 소재로 작업할 때 단순한 흙만을 사용한 세라믹 조각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스타일을 이뤄낸 켄 프라이스는 특별히 색채감이 빛나는 작품들로 주목을 끌어왔다. 어떤 회화작가보다 아름답고 놀라운 색채감을 구사하는 그는 세라믹 조형을 빚은 다음 수십 겹의 페인트를 칠하고 그것을 다시 샌드페이퍼로 벗겨냄으로써 수많은 색깔들을 살짝살짝 드러낸다. 샌드페이퍼를 문지르는 강도에 따라 노출되는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곳곳에 여러 색깔들이 드러나면서 환상적이고 사이키델릭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고전은 초기작품부터 연대순으로 진열되는 것이 보통인데 켄 프라이스 회고전은 거꾸로 꾸며진 점도 특이하다. 관람객들이 작가의 최근작부터 만난 후 점차 변화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며 초기작까지 감상할 수 있도록 3개 갤러리로 나뉘어 꾸며졌다.
첫 전시실에서는 2000년 이후 지난 11년간 남긴 생애 후반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켄 프라이스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작품들이어서 어디선가 한두번쯤 사진이나 도록, 잡지 같은데서 마주쳤던 바로 그 작품들이다.
중간 갤러리에는 1959년부터 2000년까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40년 동안의 주요작품들이 전시돼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달걀, 컵, 여러 층의 더미들, 바위, 기하학적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마지막 방에는 1970년대 유명한 프로젝트 ‘해피스 쿠리오스’(Happy’s Curios)와 어울려 생애 만년의 조각품들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작가는 아내 해피 등 가족과 함께 뉴멕시코로 이주해 살면서 멕시코의 토속미술에 심취한 바 있는데 이 시기에 그는 매우 컬러풀하고 기하학적인 작업을 선보였다.
켄 프라이스는 USC에서 BFA를, 뉴욕주립 세라믹 칼리지에서 MFA를 받았고, 10여년간 USC에서 도예교수로 가르치기도 했다.
www.lacma.org (323)857-6522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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