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파미술상 수상작가 이가경 개인전
▶ 판화·드로잉·비디오로 무빙 이미지 재탄생
2010년 카파미술상 수상작가 이가경의 개인전이 9월8일부터 10월6일까지 사비나 리 갤러리에서 열린다.
하찮아 보이는 일상의 반복행위들을‘움직이는 이미지’로 재창조함으로써 사람과 삶을 단순하고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작가 이가경은‘킬링 타임’(Killing Time)이란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 최근의 비디오 작업 세 가지를 보여준다. 비역사적인 공간(non-historical space)과 비역사적인 순간(non-historical moment)
에 보여지는 일상의 층들을 추상적으로 재구성한 비디오 작업들이다.
이가경은 판화, 드로잉, 비디오 설치작업을 통해 일상과 주변에서 반복되는 순간들-쉽게 지나치고, 잊혀지고 일상의 다른 층에 의해 감춰지는 순간들을 포착해 무빙 이미지로 만든다. 주변에서 찍은 비디오 영상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엄청나게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는 작업으로, 비디오에선 몇십 초에서 몇분 정도의 짧은 동영상이지만 그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일일이 그리거나 판화로 새기는 이미지는 수백 장 내지 수천 장에 달한다. 전통적인 에칭작업과 직접 그린 이미지들 한 장 한 장에서 작가의 손과 마음이 느껴지는 따뜻한 작업이다.
각 이미지는 한 장의 두꺼운 플렉시 글라스를 사용해 판화를 한 장 새겨서 종이에 찍은 다음 사포로 그림을 지우고 그 위에 또 다른 그림을 새겨 넣고 또 찍어내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다시 그림을 갈아내고 새로 그려 또 찍고, 그렇게 수십 수백장을 그리고 지우다보면 남는 것은 종이처럼 얇아진 플래스틱 한 장이다.
작가는 이미지를 그리거나 새길 때 전 그림을 말끔히 지우지 않고 흔적을 살려둠으로써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움직임 속에 그 흔적도 함께 잔영을 이루도록 놓아둔다. 우리의 행위가 시간과 공간을 통해 남기는 흔적들, 일상이 쌓여서 이루는 역사와 일상의 잔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크로싱 시리즈’(3채널 비디오설치 2012)를 중점으로 340개의 판화로 이루어진 무빙 이미지 ‘댄스, 댄스, 댄스’(2011)와 ‘라인스 인 비트윈’(Lines in Between, 2012)을 볼 수 있다. 작가가 찍거나 퍼포먼스 한 개인 일상의 비디오를 바탕으로 시컨스 하나하나가 다시 드라이포인트나 드로잉으로 변형된 작업이다. 수없이 겹쳐지고 지워진 선들을 점점 추상적인 선들의 움직임으로 종결되어 간다.
반면 ‘라인스 인 비트윈’은 최근 2년간의 작가가 개인적 휴가 장소에서 찍은 비디오들을 몽타주해서 한 화면 위에 올린 2분 영상으로 계속 반복되는 비디오 작업이다.
이가경은 홍익미대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뉴욕주립대 퍼체이스 칼리지 대학원에서 디지털 미디어로 MFA를 받았다. 판화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작품들, 2004년 한 사람의 일상을 3개의 다른 공간에서 보여주는 7분짜리 작품 ‘선인장 물주기’, 2007~08년 일상의 반복행위들을 묘사한 ‘데이 시리즈’, 2009년 시장 앞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반복적인 인파의 행렬을 표현한 ‘무제-그랜드 아미 플라자’ 등의 작품이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워싱턴 국립박물관, 스투트가르트 등지에서 전시되면서 떠오르는 작가로 주목받았다. 폴락 크래스너 상을 수상했으며 수많은 레지던시 수혜자로 선정됐고 뉴욕과 서울을 비롯한 해외 여러 곳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MoMA, 연방의회도서관, 클로드 피카소(피카소의 아들), 부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오프닝 리셉션은 15일 오후 6~8시.
Sabina Lee Gallery 971 Chung King Rd. LA, CA 90012, (213)620-9404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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