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에서 정물(still life)은 그다지 대접받는 그림이 아니었다. 고대로부터 신화나 영웅, 역사와 성서의 스토리가 회화의 중요한 소재였으니, 탁자 위에 놓여있는 평범한 꽃이나 음식, 술병과 과일을 그린 그림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물건을 똑같이 그리는건 화가가 상상력이 부족해서이므로 보는 사람에게도 아무런 지적 호기심을 던져주지 못한다는 것이 서양미술계의 통념이었다. 패사디나의 노턴 사이먼 뮤지엄에서 지난 달 20일부터 내년 1월21일까지 열리고 있는‘중요한 오브제들: 정물의 매혹’(Significant Objects: The Spell of Still Life)은 이런 통념을 간단하게 무너뜨리는 기획전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쿠르베·램브란트·세잔서 피카소·고흐·헴스까지
5세기 걸친 대가 작품들 70여점 한 자리에
귀스타브 쿠르베로부터 램브란트, 세잔, 피카소, 고흐, 마네, 브라크, 그리고 현대작가 조지 헴스에 이르기까지 5세기에 걸친 다양한 작가들의 정물작품 약 70점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는 이 전시회는 정물화를 단지 모방미술로 폄하하는 근시안적 관점에서 벗어나 심미적 풍요함과 개념미술적 의미까지 찾아보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왜 정물화가 어떤 시대에나 중요한 미술 표현의 도구인지도 알아본다.
18세기 프랑스화가 장 밥티스트 시메옹 샤르뎅, 17세기 독일화가 이사크 소로, 20세기 미국화가 이모진 커닝햄과 탐 웨셀만, 리처드 디벤콘, 에드워드 웨스톤 등 각 나라와 시대의 거장들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전시는 회화 뿐 아니라 조각, 콜라주, 아상블라주, 판화, 사진 등 다양한 미디움의 작품들을 4개 섹션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묘사와 열망’(Depiction & Desire)섹션에서는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똑같이 묘사함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했던 정물을, ‘기교’(Virtuosity) 섹션에서는 사물을 사진처럼 똑같이 그려냈던 장인들의 믿을 수 없을만큼 정교한 회화 기술의 경지를, ‘정물 해독하기’(Decoding the Still Life)에서는 특정 사물에 의미와 상징, 풍자를 부여해온 정물들을, ‘테이블을 떠난 정물’(Still Life off the Table)에서는 정물의 범주를 확장시킨 자유로운 추상과 아상블라주 등을 통해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콘템포러리 아트를 보여준다.
이 전시를 위한 가이드 투어는 9월7일 오후 6시와 7시 두차례 진행되고, 런던 킹스 칼리지의 앤 골드가 박사가 강의하는 렉처 ‘초기 현대 유럽에서의 정물과 콜렉션’은 8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입장료 성인 10달러(노인 7달러, 18세 이하 무료/ 매월 첫 금요일 오후 6~9시 무료).
개관시간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정오~오후 6시.
Norton Simon Museum 411 W. Colorado Blvd. Pasadena, CA 91105
(626)449-6840
<정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