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스 하비(사진)와 렌진 알테이는 각각 뉴올리언스와 시카고에서 생활한다. 일자리를 잡기 위해 뉴올리언스로 떨어져 나온 하비는 스카이프를 통해 가족과‘접속’을 유지한다. (오른쪽 사진) 캔디스 낙스와 데이비드 부부는 4년 전부터 다른 지붕아래서 생활하는‘통근 결혼’ 커플이다. 캔디스 낙스는 란초 미라지에 위치한 캄브리아에서 세일즈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데이비드 낙스는 미네소타에서 부동산 학원을 운영한다.
캔디스 낙스와 데이빗 부부는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한 번씩 얼굴을 마주한다. 20년 전 뱅쿠버의 한 세미나에서 처음 만나 7년간의 원거리 데이트를 거쳐 결혼에 골인한 이들은 4년 전 다시‘분리’됐다.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가계가 흔들리자 캔디스가 일자리를 찾아 팜데저트로 홀로 옮겨간 것. 현재 캔디스 낙스(43)는 랜초미라지에 위치한 캠브리아에서 세일즈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데이빗 낙스(61)는 미네소타에서 부동산 학원을 운영한다.
둘 사이에 놓인 물리적 거리는 장장 1,900마일. 무려 6시간의 시차를 둔 2개의 타임 존이 이들을 가로막고 있다. 이혼이나 법적 별거를 한 것도 아니면서도 이처럼 멀찍이 떨어져 지내는 이들을 주변사람들은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데이빗은 “사실 결혼하면 함께 지내야 정상 아니냐”며 “주변사람들이 우리 관계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낙스 부부처럼 떨어져 지내는 기혼 커플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지칭하는 ‘커뮤터 매리지’(commuter marriage)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이른바 ‘통근 결혼’이다.
미 연방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통근 결혼’ 커플은 350만여쌍에 달한다. 이는 1990년도 조사 당시의 170만쌍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커뮤터 매리지’는 법적 별거 커플을 포함하지 않는다.
커뮤터 매리지는 아주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떠도는 순회 외판원과 계절성 유랑 노동자, 재소자와 해외 주둔 군인들이 배우자와 떨어져 지내는 원거리 커플의 원조다.
커뮤터 매리지 증가세는 결혼에 관한 사회적 규범이 이완되고 온라인 데이팅이 확산된 것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사회학자들은 지난 20년간 온라인 데이팅 확산으로 배우자감 물색 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원거리 관계 증가세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데이트 상대를 만나는 공간은 인터넷에 의지해 글로벌한 범위로 팽창했다. 이러다 보니 시애틀의 여성과 뉴욕의 남성이 온라인상에서 만나 오프라인으로 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하지만 커뮤터 매리지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미국 역사상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와 맞벌이 부부 급증세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견우직녀’ 부부 다섯 쌍 가운데 거의 세 쌍이 직장과 재정적 이유로 떨어져 지낸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세인트 매리 칼리지의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인 카리아 버건은 “경제가 잠수를 탄 후 ‘별거 결혼’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원거리 관계 연구 전문가인 버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이 본격화된 이래 일자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건 마다 않고 달려가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독수공방 부부도 덩달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알렌과 마이크 반 파리스 부부의 경우도 일자리 때문에 지난 2년간 서로 ‘찢어져’ 지내야 했던 케이스다.
2001년 파리스 부부는 데저트 핫스프링스의 보금자리를 떠나 각기 오크 뷰와 커디드럴 시티로 옮겨갔다. 그로부터 2년간 이들은 2주마다 한 번씩 합치는 격주 ‘주말부부’로 지냈다.
알렌(46)은 부부가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쁜 것만도 아니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 달에 두 번 만날 때마다 상대에 대한 정이 새록새록 새로워진다는 것. 그는 떨어져 지내는 탓에 부부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 기혼 커플들의 3.1%가 서로 다른 지붕 아래서 생활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커뮤터 매리지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인지 이들을 다룬 연구 또한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09년 UCLA가 실시한 조사에서 드러난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도심지역에 거주하며 젊고 교육수준이 높다는 것 정도다.
그렇다고 젊은 커플들만 따로 지내기를 택하는 것은 아니다.
미 은퇴자협회(AARP)는 2001년과 2005년 사이 50세 이상 기혼 커플 가운데 떨어져 지내는 배우자들이 세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원거리 관계유지’에 관한 책을 쓴 켄터기 대학 로라 스태포드 교수는 “나이든 사람들은 별로 변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런 관계를 유지하기가 젊은 커플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커뮤터 매리지는 ‘부부란 주소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회적 규범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했다. 지아비와 지어미가 한 이불을 덮고 한 지붕아래 지내는 전통적인 부부 동거 양식에 균열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옛말은 원거리 부부의 경우에는 들어맞지 않았다. 최소한 같은 우편번호 지역에서 생활하는 커플과 다른 지붕에서 지내는 부부 사이의 이혼율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스태포드 교수는 “고정된 사용료에 무제한 통화가 가능한 셀폰과 영상 채팅을 할 수 있는 페이스타임 혹은 스타이프 등으로 한솥밥을 먹지 못하는 부부들의 소외감을 덜어주고 감정적 접속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테크놀러지가 제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물리적 거리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첨단기술을 매개로 한 가까운 느낌은 동거의 가까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한편 지난 수년간 남편과 떨어져 지냈던 텍사스의 심리학자 린다 영은 ‘별거 결혼’ 커플의 경우 함께 하는 시간을 망가뜨리기 싫어 상대에 관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관계를 해치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편지나 노트를 보내는 구식 애정공세와 같은 영화를 지정해 감상하는 등 공통의 화제꺼리를 만들기 위한 창조적 노력이 물리적 거리가 심리적 거리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고 귀띔했다.
기혼 부부의 ‘따로살이’는 연애시절의 새콤달콤함과는 거리가 멀다.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멀어지고, 외로움이 켜켜이 쌓이다 보면 부부간의 관계가 느슨해지기 쉽다.
캔디스 낙스는 “따로살이가 둘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시점에 도달했다 싶으면 ‘합치기 신호’를 보내기로 남편과 사전에 약속을 해두었다”며 “별거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신속히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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