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는 순간부터 사사건건 으르렁~
▶ 상대 파트너까지 적대적으로 대해 심할 땐 약 사용·조련사 도움 필요
신혼부부에게 새 보금자리는 사랑과 소망이 가득한 장소일 것이나 주인을 따라 억지 동거에 나선 애완동물에겐‘지옥’일 수도 있다. 이들의 마음을 읽고 헤아려주는 것은 주인의 몫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던 이들의 관계는 3년이 지나도록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겉도는 정도가 아니라 접근할 때마다 ‘휘발유와 불’처럼 폭발을 일으켰다.
켈리 부부는 이층 계단 입구에 안전유리를 덧입힌 스크린 도어를 설치해 이들을 격리시켰다. 처음에는 그저 임시방편으로 생각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공식적인 ‘군사분계선’으로 굳어졌다. 고양이들은 안전유리 양쪽에 포진한 채 건너편의 상대를 향해 수시로 목청을 돋우고 앞발 후려치기 동작을 취하는 등 무력시위를 펼친다.
켈리는 정기적으로 양측의 거처를 바꿔준다. 계단 아래 거실을 점령한 놈들과 이층에 자리 잡은 놈의 위치를 바꿔 주인 부부에 대한 공평한 접근권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궁합이 맞지 않는 고양이들 관리가 “솔직히 성가시고 신경 쓰이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동거에 들어간 커플의 애완동물 합치기는 시간과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보통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심한 경우에는 약을 사용하거나 조련사와 동물 행동교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노스캐롤라이나 수의사협회의 체시 그린은 “살림을 합칠 때 애완동물의 반응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새 장소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누군가의 앨러지 때문에 이들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샌디에고의 수잔 핀치의 경우 앨러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고양이 재앙’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았다.
1990년 남자 친구와 동거에 들어가기 무섭게 수잔은 그의 고양이가 자신을 적대시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그녀가 데리고 들어온 세 마리의 고양이들에게도 발톱을 세우긴 마찬가지였다.
남자 친구의 고양이는 질투가 유달리 심했다. 수잔의 고양이 역시 만만치 않았다.
남자 측 고양이가 카펫에 오줌을 누면 여자 측 고양이 중 여왕격인 퀴니가 ‘큰 놈’으로 응수했다. 이들의 ‘화장실 프로젝트’에 기겁을 한 부부는 거실 전체에 플래스틱 받침을 깔아두어야 했다.
‘고양이 전쟁’은 남자 친구가 수잔과 갈라서며 디트로이트로 옮겨갈 때까지 4년간 줄기차게 이어졌다. 그 이듬해 그녀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진짜 인연’을 만나 다시 살림을 차렸다. 이번에는 고양이들도 지극히 협조적이었다.
텍사스 스위트워터의 동물 행동전문가 발레리 타이네스는 애완동물들을 한 가족으로 만드는 데는 여러 변수가 존재하지만 소유주들이 가장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개와 고양이의 미래 행동에 사회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춘기에 네 발 짐승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애완동물은 강요된 ‘동거’에 훨씬 수월하게 적응한다.”
성년에 도달한 후의 평화적 동거는 개보다는 고양이 쪽이 더 어렵다.
지난 2년간 교제해 온 남자 친구의 집으로 들어갈 예정인 리자 곤잘레즈는 자신이 키워온 고양이 키티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까 생각중이다. 그녀는 키티 외에 랫 테리어종 애견 줄레스도 키우고 있다.
남자 친구는 고양이 앨러지 때문에 약을 복용한다. 그러나 개를 좋아해 독일산 셰퍼드를 키운다. 문제는 이 셰퍼드가 주인을 닮아 고양이 혐오증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미 동네 고양이 두 마리를 공격한 ‘전과’를 갖고 있다.
곤잘레즈는 키티에게 새 주인을 찾아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남자 친구가 먼저 말을 꺼내자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키티가 아니라 개를 치우자”는 역제안을 내놓은 것도 오기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남자 친구도 찔끔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자”며 뒤로 물러섰다. 곤잘레즈는 “남자 친구가 하는 짓을 보아가며”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곤잘레즈는 자신의 애견인 줄레스가 남자 친구의 셰퍼드와 가급적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도록 신경을 쓴다. 다행히도 줄레스와 셰퍼드는 사이가 좋다.
그러나 키티는 그만을 위한 장소를 필요로 한다. 반사회적인 깍쟁이 성격이라 아무래도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 같다.
타이네스는 곤잘레즈의 생각대로 고양이에겐 전용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신랑이나 동거인에게 애견이 있을 때에는 특히 그렇다. 카운터 위처럼 개의 공격 사정권에서 벗어난 장소가 좋다.
계단 등에 소형 문을 달아두어 앙숙인 개와 고양이가 서로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따로 떼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집 주변에 동물호르몬인 페르몬을 은은하게 뿌려두어 양쪽 모두의 공동구역을 만들어주는 것도 충돌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개는 고양이만큼 까다롭지 않지만 테리어 등은 자신의 영역에 유달리 집착이 강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낯선 애견들을 한데 합치려면 먼저 중립적인 제3의 장소에서 ‘상견례’를 가져야 한다. 처음 만난 견공들은 서로의 냄새를 맡으며 탐색전에 들어간다.
이때 이들의 ‘바디 랭기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귀를 뒤로 세웠는지 떨어뜨렸는지, 꼬리를 올렸는지 내렸는지, 일자로 뻗었는지 살펴보면 상대에 대한 이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꼬리를 내리면 상대에 겁을 집어먹은 것이고, 일자로 뻗었으면 관심이 별로 없거나 적의가 있다는 뜻이다. 꼬리를 올린 것은 자신감을 의미한다.
또 처음 만나자마자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 이는 자기들끼리 서열을 정하기 위한 몸짓이니 내버려 두어야 한다. 누가 지배적인 위치에 설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관계 정립의 첫 걸음에 해당한다. 신혼부부들의 초반 주도권 다툼과 다를 바 없다.
애완동물들 사이의 관계 호전에는 대략 6주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이들의 적대적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이것이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면 애완동물 행동교정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순서다. 건강문제가 공격적 행동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혼부부에게 새 보금자리는 사랑과 소망이 가득한 장소일 것이나 주인을 따라 억지 동거에 나선 애완동물에겐 ‘지옥’일 수도 있다. 이들의 마음을 읽고 헤아려주는 것은 주인의 몫이다. 소유한다는 것은 책임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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