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첫선..내달 1일 10주년 특집
매주 목요일 밤 11시 KBS 2TV를 틀면 ‘해피투게더’를 볼 수 있다.
2001년 11월 8일부터 만 10년 4개월간 줄곧 그랬다.
부침이 심한 예능계에서 하나의 프로그램이 한 자리에서 10년의 세월을 버틴다는 것은 제작진의 꾸준한 노력과 약간의 운이 없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방송 13주년을 맞은 KBS 2TV ‘개그콘서트’도 지금의 시간대에 자리 잡기까지 수차례 시간대를 옮겨다녔다.
’해피투게더’는 오는 25일 뒤늦게 10주년 특집을 녹화하며 자축의 시간을 갖는다.
◇장수의 원동력은 끊임없는 변신 = ‘해피투게더’는 변신을 거듭하며 시즌 3까지 왔다.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2001년 11월 8일 첫선을 보인 시즌 1은 2005년 4월까지 방송되며 ‘해피투게더’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신동엽과 유승준이 초대 MC를 맡았지만 유승준이 병역 기피 논란으로 3개월 만에 하차하면서 이효리가 MC 자리를 꿰찼다.
이효리와 신동엽이 호흡을 맞춘 코너 ‘쟁반 노래방’은 시청률 20%를 넘기며 ‘해피투게더’를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2003년 11월부터는 유재석과 김제동이 MC를 맡아 약 1년 반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뛰어난 MC들을 내세웠지만 ‘해피투게더’는 ‘쟁반 노래방’의 인기가 한풀 꺾이면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밀리기 시작했다.
’뻥이요’ 게임과 퀴즈 대결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25%가 넘는 시청률을 올리는 상황에서 전세를 역전시키기는 어려웠다.
결국 제작진은 방송 3년 반 만에 시즌 2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2005년 5월 출범한 시즌 2는 ‘해피투게더 프렌즈’란 이름 아래 학창시절 친구찾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유재석과 탁재훈, 그리고 당시 주목받는 신인이었던 김아중이 MC로 나섰다. 2006년 5월 ‘프렌즈’ 1주년 특집을 기점으로 김아중과 탁재훈이 빠지고 이효리가 MC로 복귀했다.
그러나 초반 호평받았던 ‘프렌즈’는 포맷의 신선함이 떨어지면서 점차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이듬해 1월 가수 유진이 이효리의 뒤를 이어 MC를 맡았지만 분위기 반전에는 실패했다.
제작진은 결국 2007년 7월 시즌 3로 ‘해피투게더’ 살리기에 나섰다.
유재석과 함께 신봉선, 박명수, 박준규가 MC를 맡은 시즌 3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사우나 토크쇼 형식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스쿨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학교 가자’와 ‘방과후 옥상’ 같은 코너를 선보였으나 계속된 시청률 저조로 한달 후 사우나 포맷으로 새단장했다.
사우나에서 개사한 노래 외우기에 도전하는 ‘도전 암기송’과 아줌마들의 수다에서 착안한 ‘웃지마, 사우나’는 현재 ‘해피투게더’의 바탕이 됐다.
게스트로 출연했던 박미선은 굴욕적인 분장도 감수하며 큰 웃음을 선사해 2008년 1월 고정 MC자리를 꿰찼다.
박준규가 빠지고 4명의 MC 체제를 굳힌 ‘해피투게더’는 작년 12월 다시 한번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4년 동안 녹화장으로 사용한 영등포구의 한 목욕탕을 떠나 건식사우나 세트로 장소를 옮겼고, ‘개그콘서트’ 출연진을 고정 패널로 투입한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청률은 상승했고, 고정 패널의 합류로 웃음의 소재는 더욱 풍성해졌다.
◇MC의 힘 = ‘해피투게더’가 여기까지 온 데는 MC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유재석은 2003년 11월부터 무려 8년 4개월간 ‘해피투게더’와 함께 해왔다. 현재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최장 기간이다.
유재석은 숱한 포맷 변화에도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며 ‘해피투게더’의 장수를 이끌었다.
방송 관계자들은 유재석 없이는 오늘날의 ‘해피투게더’도 없었을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유재석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김광수 PD는 유재석에 대해 "대중이 뭘 원하며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MC"라며 "고향과 같은 KBS에서 책임감을 갖고 목요일 밤을 책임진다는 시청자와 약속을 지켜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효리도 ‘해피투게더’를 통해 예능 감각을 인정받았다.
2002년 4월 ‘해피투게더’ MC로 데뷔했을 당시 이효리는 자신의 이름 석자보다 핑클의 리더로 더 알려졌다.
당시 제작진은 몇몇 예능 프로에서 가능성을 보였던 이효리를 ‘한번 모험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기용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효리는 타고난 순발력과 유머 감각, 솔직함을 앞세워 신동엽과 함께 ‘해피투게더’의 인기를 견인했다.
김아중도 당시 주목받던 신인 배우에서 ‘프렌즈’로 만능 엔터테이너의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개그맨 이수근도 ‘프렌즈’에 패널로 출연하며 버라이어티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줌마테이너’의 대표 주자 박미선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고정 MC가 아닌 한 달만 해보고 반응을 보자는 제작진의 제안에 자존심이 상했다던 그는 2008년 1월부터 고정 MC로 활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서민 코드는 계속 된다 = 변화를 거듭하면서도 ‘해피투게더’는 서민적인 정서와 추억이라는 큰 틀을 지켜왔다.
’해피투게더’의 배경이 된 노래방과 학교, 목욕탕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지극히 친숙한 공간인 동시에 추억이 서린 장소다. 허름한 실제 목욕탕을 4년간 촬영장으로 쓴 이유도 사람 사는 냄새가 배어 있기 때문이었다.
김광수 PD는 "’해피투게더’는 항상 서민적인 코드를 관통해 왔다"며 "제목 자체가 의미하듯이 모든 사람들이 쉽게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재미를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25일 녹화하는 10주년 특집은 역대 MC들이 모여 지난 10년을 추억하는 형식으로 꾸며진다.
신동엽, 이효리, 탁재훈, 유진이 출연해 현재 MC들과 ‘쟁반 노래방’과 친구찾기 코너를 재현하고 깜짝 게스트 2명도 함께할 계획이다. 10주년 특집은 다음 달 1일과 8일 2회에 걸쳐 방송된다.
제작진은 앞으로 서민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가면서 변화를 계속 시도할 예정이다.
3월 초 녹화하는 개그맨 김병만 특집도 이런 시도 중 하나다. 기존 포맷과는 전혀 다른 형식과 내용이 될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김광수 PD는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야 시청자로부터 외면받지 않는다"며 "언제든 시즌 4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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