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내가 노래를 못해도’로 인기
"지금의 제가 아니면 부를 수 없는 노래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있어 진정성이 묻어나는…. 제 노래를 이렇게 많이 듣고, 따라부르긴 처음입니다. 하하."
가수 세븐(본명 최동욱·28)이 자전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곡 ‘내가 노래를 못해도’로 1년 반 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내가 노래를 못해도’는 지난 1일 발매된 세븐의 새 미니앨범 타이틀 곡. "내가 노래를 못해도 / 내가 모든 걸 잃어도 내 인기가 떨어져도 / 더 이상 노랠 못하고 다른 직업을 가져도 / 나라는 이유만으로 날 계속 사랑해 줄 수 있니"라는 가사에는 인기 정상을 달리는 가수가 무대 뒤에서 느끼는 쓸쓸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국내 음원 차트는 물론, 미국·캐나다 아이튠스 차트에서도 돌풍을 일으킨 이 곡은 JYP 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프로듀서가 쓴 것이라 더 화제가 됐다.
세븐을 비롯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자작곡 혹은 소속사 프로듀서의 곡을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2일 마포구 합정동의 YG 사옥에서 만난 세븐은 "’내가 노래를 못해도’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느낌이 딱 왔다"며 "내 노래다, 내가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진영이 형하고는 원래 친했어요. 만날 때마다 우스갯소리로 ‘곡 좀 하나 주세요’ ‘앨범 같이 해요’ 소리는 많이 했죠. 진지하게 같이 하자는 소리를 하게 된 건 ‘디지털 바운스(2010)’ 앨범 활동 끝나고 나서부터에요. 앨범 만들 때 꼭 곡 하나 달라고 부탁했고, 진영이 형이 여러 곡을 준비해 들려줬죠."
’내가 노래를 못해도’는 사실 신곡은 아니었다. 한때 가수 손호영에게 갔던 곡이기도 했다.
"저도 그 얘기는 들었어요. 사정이 있어 결국 안 불렀다고 하더군요. 진영이 형이 아까운 마음에 자기가 부르려고 나름 아껴둔 곡이었다는데, 처음 듣는 순간부터 가사나 멜로디가 무척 와 닿았습니다. 지금의 내가 부른다면 진영이 형이 늘 얘기하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븐은 "10년차 솔로 가수로서 제가 지금껏 걸어온 길이 있고, 경험한 게 있어 부를 수 있는 노래였다고 생각한다"면서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YG와는 다른 JYP의 색깔도 느꼈을까.
"크게 다른 점은 없어요. YG도 사실 프로듀서마다 색깔이 다 다르거든요. 진영이 형도 그저 한 명의 프로듀서로서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을 뿐이죠. 다만 이 노래가 R&B(리듬 앤드 블루스) 발라드이다 보니 기존의 제 노래와는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새로운 색깔을 냈다는 게 뿌듯합니다."
앨범에는 ‘내가 노래를 못해도’를 비롯해 총 6곡이 담겼다. ‘섬바디 엘스(Somebody Else)’는 세련된 리듬의 일렉트로닉 팝, ‘그런 사람’과 ‘메이크 굿 러브(Make Good Love)’는 세븐의 장기인 R&B다.
"전작(미니앨범 ‘디지털 바운스’)과는 180도 다른 스타일이죠. 전 원래 뭔가에 금방 질리는 스타일이에요.(웃음) 이것저것 다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스타일이라…. 앨범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요."
그는 "그동안 나온 앨범은 거의 제가 바쁠 때 나와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는데, 이번에는 다행히도 개인 시간이 많아 앨범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앨범은 곡 수집부터 재킷 디자인, 뮤직비디오 아이디어까지 제가 다 해냈다. 그래서 개인적인 만족도가 가장 높은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세븐의 새 앨범이 나온 날, 가요계에서는 기분 좋은 ‘사건’ 하나가 있었다. 그룹 소녀시대가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사 중 하나인 CBS TV의 인기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쇼’에 출연한 것.
"소식 듣고 깜짝 놀랐어요. 한국에서는 그게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도되기도 하던데 사실은 정말 대단한 거거든요. 레터맨쇼는 미국 가수들도 나가기 어려운 프로그램이에요."
사실 세븐은 K팝의 미국 시장 개척에 앞장섰던 가수 중 하나다. 2007년 말 미국으로 떠나 3년여를 현지에서 지내며 경험을 쌓았고, 2009년에는 미국 여성 래퍼 릴 킴이 피처링한 데뷔 싱글 ‘걸스(Girls)’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K팝 붐이 인) 지금처럼 더 좋은 환경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물론 하죠. 근데 그게 다 타이밍인 것 같아요. 제가 2003년 솔로로 데뷔했을 때 남성 솔로가 많지 않아 잘 됐듯이.(웃음)"
그는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조금도 아쉽지 않다"면서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무척 재밌었다. 유명한 프로듀서들 만나고 춤도 배우고 친구도 사귀고….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평생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고 했다.
"물론 좋은 기회가 있다면 안 갈 이유는 없겠죠. 하지만 지금와서 재도전에 욕심이 나진 않아요. 지금 당장 가서 몇 년 동안 현지화 작업을 하고 활동 준비를 하라면 못 할 것 같네요. 하하."
올해 활동 계획을 묻자 그는 "그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 국내 활동에 포커스를 둘 계획"이라면서 "다양한 활동을 구상 중"이라고 답했다.
2003년 정규 1집 ‘저스트 리슨(Just Listen)’으로 데뷔한 세븐은 어느덧 데뷔 10년차 ‘중견 가수’가 됐다.
세븐에게 지난 10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큰 사고 없이, 굴곡 없이 평탄한 길을 걸어온 것 같아요. ‘세븐이 미국 가서 잘 안 됐지’라고들 말하지만 그것도 제게는 소중한 시간이었으니까요. 책임감도 생기고. 미국에 가기 전까지는 애였는데 많이 성숙해졌죠. 그래서 지금의 후배들 앞에서도 더 당당할 수 있는 것 같고요."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이걸 딱 해야겠다는 목표는 없고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춤과 노래를 계속하고 싶어요. 인기에는 연연하지 않습니다. 인기는 언제든 떨어질 수 있는 거라. 근데 무대에서 더 이상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못 견딜 것 같아요. 그러기 전에는 은퇴해야죠. 하하."
그는 "10년 후 세븐의 모습은 어떨 것 같나"란 질문에 "멋진 아저씨"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노래는 지금보다 더 잘 하지 않을까요. 확실히 노래는 할수록 느니까요. 문제는 춤인데…. 춤도 계속 잘 추고 싶어요. 어린 아이들이 봤을 때 ‘와 저 아저씨 짱이다. 마흔이라는데!’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요. 그러기 위해 더 노력해야죠."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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