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관객 돌파 기대..관객 반응은 엇갈려
’판사 석궁테러 사건’를 소재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이 흥행 가도를 달리면서 ‘제2의 도가니’가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부러진 화살’은 지난 설 연휴 기간에 81만 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지난 18일 개봉한 이 영화의 누적관객은 이미 손익분기점(50만명)의 두 배에 해당하는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관 수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애초 244개 관에서 시작했으나 현재 456개 관까지 확대됐다.
◇제2의 도가니 될까? = ‘판사 석궁테러 사건’은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교수지위 확인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2006년 1월15일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박홍우 부장판사(현 의정부지법원장)를 집 앞에서 석궁으로 쏜 혐의로 기소된 일을 말한다. 김 전 교수는 2008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돼 형기를 마치고 지난해 초 출소했다.
영화가 그리는 재판부는 부정적이다. 해당 사건을 맡은 판사들은 합리적 의심은 배제한 채 김 전 교수가 자행한 ‘사법부에 대한 도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재판을 진행한다. 증거는 무시되기 일쑤고, 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영화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자 대법원은 개봉 전인 지난 11일 사실 관계를 정리한 A4용지 2장 분량의 매뉴얼을 각급법원 공보판사에게 배포했다. 사법부가 영화내용에 대해 대응 매뉴얼까지 배포한 건 이례적인데, 이는 지난해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도가니’ 사태를 지켜본 사법부가 조기에 논란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까지는 ‘부러진 화살’이 법 제정까지 이끌었던 ‘도가니’ 같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도가니’를 본 관객들이 성폭행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을 쏟아냈던 것에 비해 ‘부러진 화살’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식구 감싸기", "원칙을 무시한 판결"처럼 사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반응도 있지만 "지나치게 편파적인 시각으로 사법부를 묘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위터에서 논란이 일자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는 "공판녹취록에 입각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만 관객 돌파할까 = ‘부러진 화살’은 안성기·박원상·문성근 등 출연진의 호연,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의 힘, 정지영 감독의 화려하진 않지만 정확한 연출력 등 삼박자를 갖추면서 흥행에 탄력을 받고 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는 "정지영 감독의 무시 못할 연출력, 박원상의 안정된 연기와 안성기의 영화적인 연기가 돋보였다"며 "법원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해 말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해준 점도 흥행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봉 한 달 전부터 시사회를 통해 관객들의 입소문을 유도한 마케팅 전략도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러진 화살’을 홍보하는 ‘흥미진진’의 이시연 대표는 "첫 주에 손익분기점만 넘어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두 배에 이르렀다"며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200만까지는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배우들도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노개런티로 출연한 주연배우들이 흥행실적에 따라 대우를 받는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부러진 화살’의 순제작비는 5억원, 마케팅과 프린트 비용까지 포함한 총제작비는 15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은 관객 50만명이다.
◇사회에 영향 미친 영화들 = 실화를 극화한 영화들이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키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경우는 상당하다.
대표적인 영화가 지난해 개봉한 ‘도가니’다. 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도가니’는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장애인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의 법 제정까지 이끌어냈다.
홍기선 감독이 연출한 ‘이태원 살인사건’(2009)은 역사 속에 묻혔던 사건의 재수사를 이끌어 낸 경우다. 1997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한 대학생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실화를 다룬 이 영화가 개봉되자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의 요청에 따라 2010년 1월 패터슨에 대해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기도 했다.
’압구정동 이형호군 유괴살해사건’을 소재로 한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2007)는 형사사건의 공소시효 연장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장면에 실제 범인의 몽타주와 함께 범행 당시 이군의 부모를 협박했던 실제 목소리를 들려준 이 영화는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면서 최장 15년이었던 공소시효기간을 25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결정적인 견인차 구실을 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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