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인기
평소에는 속에 있는 말을 거르지 않고 입 밖으로 내뱉고 마음에 안 들면 ‘버럭버럭’ 하기도 일쑤다.
하지만 유독 ‘하선’이 앞에만 서면 작아지고 조용해지며 싱거워진다. 하선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 있고, 하선을 위해서라면 크고 작은 희생은 언제든 감수한다.
MBC TV 시트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의 윤지석. 그런 윤지석의 수줍고 애틋한 순애보가 여성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은 고스란히 윤지석을 연기중인 배우 서지석(31)에게로 향한다.
서지석을 최근 경기 고양 MBC제작센터에서 만났다. 하선을 향한 지석의 눈물겨운 순애보가 이제 막을 내리고 둘이 드디어 키스를 한 내용이 방송된 바로 다음날이었다.
"너무 좋죠. 어젯밤에 축하 문자를 20통 넘게 받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너무 시원하다’는 반응이에요. 키스신 이후에 데이트하는 장면을 찍으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어요.(웃음)"
비록 연기이긴 했지만 지난 4개월간 짝사랑을 하면서 그는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정말 짝사랑이 너무 힘들었어요. 마음고생이 되게 심했고 기분이 오묘했어요. 일주일 내내 윤지석으로 살며 촬영을 하니까 연기지만 마음이 답답했거든요. 뭔가 항상 내 앞에 벽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그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배우들도 지석과 하선을 연결해줄지 전혀 몰랐다"라며 "하선과 영욱이 이미 한 달 전에 헤어지긴 했지만 그간 하선이가 지석에게 몇 차례 확고하게 거절을 해서 가능성이 없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랬던 지석과 하선이 키스를 한다는 사실은 불과 방송 일주일 전에야 알았다.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어요. 그러다 녹화장에서 키스신 대본을 보자마자 바로 하선이를 찾아가서 ‘이거 봐라. 키스신 있다’고 자랑했어요. 하하. 그런데 하선이는 영욱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좀 걱정하더라고요.(웃음)"
데뷔 이후 실장님, 재벌2세, 의사 등 연기한 서지석에게 다혈질 체육교사 윤지석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사실 제가 말도 어눌하고 평소 소리 내서 웃거나 울지를 않아요. 그런데 시트콤이라 흐름도 빠르고 대사도 많은 데다 버럭 대는 캐릭터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했죠. 첫 대본 연습날에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어요. 캐릭터를 제대로 못 잡아 진땀을 뻘뻘 흘렸고 너무 못해서 고개도 제대로 못 들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든 것은 아니었다.
"그 반대로 너무 마음에 들었죠. 정말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어요. 초반에는 소리 지르는 게 적응이 안 돼 목소리도 제대로 안 나왔고 결국에는 목에서 피가 나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20회 정도 되니 몸에 붙더군요. 정극을 찍을 때는 못 느낀 희열이 있어요. 순발력을 키웠고 그간 못해봤던 연기를 이 작품을 통해 굉장히 많이 해봤어요. 예를 들어 지금까지 지석의 신 중 80%가 뛰는 장면이었어요. 하선이를 쫓느라 그런 건데 그전에는 드라마에서 뛸 일이 없었어요.(웃음)"
특히 버럭 대는 것 빼고는 지석의 몸짓과 말투 하나하나가 실제의 서지석과 닮아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더 애착이 생겼다.
"시트콤이다 보니 일상적인 연기가 많이 필요한데 그게 사실 섬세하고 어려운 거거든요. 그런 일상적인 연기를 이번에 많이 해보게 됐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제의 제 모습이 많이 녹아나는 것 같아요."
서지석은 어느새 데뷔 11년을 채웠다. 2001년 ‘드라마시티’로 데뷔했고 2006년 KBS 일일극 ‘열아홉순정’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 직후 군에 입대하면서 그의 상승곡선은 멈췄고 그는 제대 후 다시 새로 출발선에 서야했다. 그게 2010년 2월 SBS ‘산부인과’였다.
"제대하고 나니 아무도 절 안 찾더라고요. 그래서 역할이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산부인과’ 하면서 너무 떨었어요. 밥을 먹는 신에서 숟가락질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죠. 신인 때도 그때처럼 긴장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산부인과’의 조연을 시작으로 그는 MBC 주말극 ‘글로리아’와 MBC ‘일요일일요일밤에-뜨거운 형제들’, SBS ‘키스 앤 크라이’와 tvN ‘매니’를 거치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이제 ‘하이킥’으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제가 ‘산부인과’ 이후 지금까지 3일 쉬어본 게 다일 정도로 계속 일했는데 그 덕분인지 ‘매니’랑 ‘글로리아’가 지금 일본에서 반응이 아주 좋아요.(웃음)"
이렇게 예능과 드라마를 종횡무진 활약 중인 서지석은 그러나 19살 때까지 연기 쪽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19살 때 백화점 주차요원으로 일하다가 연예기획사에 캐스팅됐어요. 그때도 처음 몇 번은 거절했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분야였거든요. 그러다 기획사 사무실에 가봤는데 원빈 씨랑, 한채영 씨가 있는 걸 보고 마음이 바뀌었죠.(웃음)"
이후 연극을 시작하면서 연기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뒤늦게 서울예대에도 진학해 학구열도 불태웠다. 그 시절 그를 도운 은인 중 한 사람이 바로 개그맨 출신 배우 임하룡이다. 임하룡은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신인 배우 서지석이 시간 날 때 일을 하며 용돈벌이를 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
"제가 매해 방송사 연예대상 시상식에 참석하는데 그걸 보고 상을 받을 것도 아니면서 왜 가냐고 궁금해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근데 그게 바로 임하룡 선배님을 뵙고 인사하기 위해서예요. 연예대상 시상식에 가면 선배님을 뵐 수 있거든요. 신인 때 제게 물질적, 정신적으로 정말 큰 도움을 주신 아버지 같은 분이십니다."
서지석은 "연기하면서 인생도 바뀌었고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리더십은커녕 반에서 장기자랑할 때 노래 한 번 못해본 내가 연기를 하니 어머니가 무척 신기해하신다"며 웃었다.
"여전히 가끔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몰라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이젠 연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없기에 연기에 올인해야 해요.(웃음) 큰 꿈은 없어요. 그저 매일매일 그날 주어진 일을 열심히 잘해내고 싶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예쁜 집 하나 지어 드려 노후를 편하게 해 드리는 게 작은 꿈입니다."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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