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박정현·자우림 이어 네 번째 명예졸업
"’가수 윤민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시간이었죠.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했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가수 윤민수(32)의 목소리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22일 방송된 MBC TV ‘우리들의 일밤 - 나는 가수다’ 12라운드 2차 경연에서 ‘명예 졸업(7라운드 연속 생존)’의 영광을 안은 그다.
방송 후 전화로 만난 그는 "목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명예 졸업의 기쁨보다는 ‘나는 가수다’의 마지막 공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다고 했다.
"’나는 가수다’ 출연 제의를 받고 두 달 정도 보컬 트레이닝을 했어요. 목소리가 완벽하게 다듬어지기에는 짧은 기간이었죠. 그 상태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을 하다 보니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더군요. 이렇게 오래갈 줄 모르고 연말에 공연도 많이 했고.(웃음) 미리 관리하지 못한 제 잘못이죠."
그는 "’졸업’을 하고 나니 후회가 많이 된다"면서 "제 기량을 다 보여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그는 ‘나는 가수다’에서 많은 것을 보여줬다.
지난해 8월 첫 방송에서 자신이 속한 보컬 그룹 바이브의 히트곡 ‘그 남자 그 여자’ ‘술이야’를 특유의 호소력 짙은 창법으로 선보이며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나 어떡해’로는 "윤민수가 프로그레시브록까지 표현할 줄 안다"는 찬사를 받았다.
록, 랩, 비보잉을 조합한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인 ‘집시 여인’, 바이브의 전 멤버 유성규와 함께 부른 ‘어머님께’ 역시 화제였다.
"처음에는 그냥 바이브 스타일대로 밀고 나가자는 생각뿐이었어요.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지 뭐’ 싶었죠. 근데 장혜진 선배가 탈락하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사실 제가 탈락하지 않을까 싶을 때였거든요.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는구나 싶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죠."
그는 "장혜진 선배가 탈락한 9라운드 2차 경연은 제가 처음으로 ‘변화’를 결심한 무대"라면서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반면 ‘아리랑’을 부른 호주 공연은 다시 생각하기 싫을 만큼 아쉽다고 했다.
"큰 무대라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던 것 같아요. 편곡도 잘 됐으니 진짜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편안하게 노래하지 못했죠. 그때 인이어(in ear, 모니터링용 이어폰)를 처음 써 봤는데 그것도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노래하는 내내 불안정했죠."
그는 "’나는 가수다’에는 워낙 기가 센 분들만 출연해서 그런지 다른 무대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면서 "심지어 대기실에서도 엄청난 기운이 느껴진다. 그 기운을 못 이겨내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웃었다.
윤민수가 ‘나는 가수다’를 통해 얻은 건 뭘까.
"선배들의 노래를 바로 옆에서 듣고 배울 수 있다는 거죠. 조언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무대에서 누군가의 조언을 받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정말 많이 배웠어요. ‘나는 가수다’는 가수 윤민수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그는 ‘나는 가수다’를 함께 한 여러 선배 중 인순이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표했다.
"여러 가지 말씀을 해 주셨어요. 기초부터 다잡는 시간을 가져라, 너는 한 5년만 갈고 닦으면 노래를 참 맛있게 부를 수 있을 것 같다며 늘 격려해주셨죠. 무척 감사했습니다."
청소년 팬이 많이 생긴 건 덤이다.
"어린 팬이 많이 생겼어요. 원래 제 노래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분들이 좋아하시는데….(웃음) 신기하죠."
하지만 ‘나는 가수다’로 이미지가 좋아지기만 한 건 아니란다.
"바이브 공연을 좋아해 주시던 분들이 ‘나는 가수다’를 보고 ‘윤민수가 예전만 못하다’며 실망하시는 모습도 많이 봤어요. 제 잘못이죠.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뜻이니까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간절함이 생겼습니다."
’노래를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부른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는 "저는 제 감정에 솔직할 뿐"이라고 했다.
"’느낌’이라는 건 주관적인 거니까요. 저는 제가 느끼는 대로, 제 솔직한 감정을 담아 노래할 뿐입니다. 근데 사실 어느 것이 더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요. 감정대로 부르는 게 맞는 건지 아님 절제하는 게 맞는 건지…. 그건 앞으로 계속 고민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물었다.
"당분간은 쉬려고 해요. 일단 목 상태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면서 음반 프로듀싱을 할 거고…. 바이브의 새 앨범도 준비는 하고 있는데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그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노래 욕심이 더 많이 생겼다고 했다.
"더 다양한 장르의 창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성악도 좋고요. 성대에 무리가 안 가면서도 더 많이 노래할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