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B엔터테인먼트 설립, 내년 걸그룹 엑시드 선봬
작곡가 신사동호랭이(본명 이호양.28)가 "언론과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연합뉴스와 만난 게 2008년.
당시 대표곡은 몇 곡 안 됐지만 용감한형제와 함께 가요계를 이끌 차세대 작곡가로 주목받은 그는 3년여 만에 가요계를 주름잡는 ‘히트 메이커’가 됐다.
비스트, 포미닛, 시크릿, 티아라 등 아이돌 그룹들의 대표곡을 대거 만들며 저작권료가 연간 수억원 대로 뛰어올랐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라디오에 출연하더니 최근 삼성 노트북 광고에도 등장했다.
작곡 필명을 하나의 ‘브랜드’로 끌어올린 그는 최근 음반제작자로 변신했다. 지난 6월 청담동에 AB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내년 초 첫 작품인 걸그룹 ‘엑시드(EXID)’를 선보인다.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그는 음반 제작에 뛰어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껏 여러 가수의 노래를 프로듀싱 했지만 의뢰한 기획사들의 의도에 맞춰 흘러갈 수밖에 없어요. 평소 작곡만 하기보다 가수의 음반 콘셉트, 안무, 무대 연출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프로듀싱에 관심이 많았죠. 저의 또 다른 창작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 의욕이 충만합니다."
사실 그의 꿈은 작곡가에 앞서 가수였다. 포항이 고향인 그는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초등학교 시절 전남 광양으로 이사했고 중학교 시절부터 몰래 밤 업소에서 드럼을 배우는 등 음악에 심취했다.
"광양제철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집안이 발칵 뒤집혔어요. 방학 때마다 서울로 올라와 SM과 YG의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다 떨어졌죠. 고집을 부려 서울 보성고등학교로 전학왔고 졸업 후에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으려고 나이트 클럽 DJ, 행사 진행자, 찜닭집 주방일 등 안 해본 일이 없어요."
2000년부터 4년가량 오디션을 보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은 계속됐다.
그는 "당시 가수 이승환 씨가 운영하는 강동구 성내동 드림팩토리의 건물 지하에 살았다"며 "얼마 전 드림팩토리에 녹음을 하러 갔다가 과거 살던 빌라의 지하에 가봤다. ‘불도 안 켜지는 그 건물에 3-4년간 어떻게 살았지’란 생각에 뭉클했다. 하지만 당시로선 힘든 일을 끝내고 돌아와 친구들과 음악 이야기를 꽃피우던 나의 유일한 안식처였다"고 웃었다.
우연히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에서 프로듀싱 기회를 잡은 그는 2004년 당시 김건모, 왁스, 자두 등이 소속된 제이엔터컴을 찾아가 작곡가 최준영 밑에서 ‘막내’ 생활을 시작, 자연스레 작곡가로 진로를 전향했다.
"몇몇 곡의 편곡을 해서 본명으로 받은 첫 저작권료 수익이 460원이었어요. 2005년 자두의 ‘남과 여’를 쓰면서 프로 작곡가로 데뷔해 최근 3년 동안 148곡을 써 저작권료 수입이 월 몇천만원 대로 뛰었죠. 올해는 30곡가량 썼는데 지금껏 만든 곡 중 비스트의 ‘픽션’, 티아라의 ‘보 핍 보 핍’, 현아의 ‘버블 팝’이 효자곡입니다."
신사동호랭이는 숱하게 오디션을 봤던 쓰라린 기억 탓에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부러운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한때 비스트를 보면서 부러웠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꿈을 접었다기보다 가수들이 엄청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난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당시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면서 자신감만 있었어요. 또 놀고 싶은 나이였기에 그런 것들을 포기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하하."
그런 탓에 인재 발굴을 위한 오디션 심사를 할 때면 남다른 마음이 있다고 한다.
그는 "나도 오디션을 봤을 때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며 "권위적으로 다그치기보다 될 수 있으면 용기를 북돋워 주려 한다. 자질이 없는 친구들에게도 세심하게 조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가 연습생을 발탁하는 심사 기준은 뭘까.
"노래, 랩, 춤 등 확실히 잘하는 게 한가지씩 있어야 합니다. 인성도 중요하죠. 현재 기획사에 15명가량의 연습생이 있는데 인성은 한눈에 알아볼 수 없으니 한 달가량 연습생 생활을 지켜봅니다."
이중 내년 2월 데뷔시킬 첫 팀은 6인조 걸그룹 엑시드다. 엑시드는 ‘엑스드 인 드리밍(Exceed In Dreaming)’의 줄임말로 ‘꿈을 넘어서다’란 의미. 이 팀의 멤버인 엘리(LE)는 허각과 최근 듀엣 싱글 ‘그 노래를 틀 때마다’를 발표,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선전하고 있다.
신사동호랭이는 "엑시드는 일단 멤버들의 재능을 보여줄 곡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한 뒤 대중적인 후렴구를 지닌 댄스곡으로 데뷔할 예정"이라며 "평소 함께 곡 작업을 하는 작곡가 최규성, 라도 등이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업적인 음악을 한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한 견해도 솔직하게 밝혔다.
"제 곡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전 저작권료를 받으니 그런 시선은 당연해요. 사실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받아 곡 작업에 의욕을 상실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 음악적으로 미완성이라고 생각하기에 사운드 연구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곡의 모티브가 될 아이디어 구상에 힘씁니다."
그 역시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등 국내 대표 음반제작자들과 같은 성공이 목표일까.
그는 "그분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글로벌한 경영, 음악에 대한 연구, 창의적인
감각을 갖춘 리더들"이라며 "음반제작자라면 모두 선험자들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가고 싶은 게 희망사항이겠지만, 난 꿈을 다시 넘어서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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